아버지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시면서부터 성경필사를 하셨다. 교회 행사로 시작하게 된 필사는 후에 5명이라는 자녀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시려고 끝내는 마지막 권에서 마태복음을 쓰시다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걸 이어받은 것일까 나도 성경필사를 지금 수년째 해오고 있다. 아버지는 서예가셨다. 생전에 늘 붓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림도 곧잘 그리셨는데 호랑이, 달마대사, 오륙도, 용두산 공원, 서당이 나오는 풍경 등 수묵화도 가끔씩 그리셨다. 대가족이 살던 집 아버지의 서재에는 늘 그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새삼 아버지의 그림이 보고 싶고 서예 작품이 보고 싶어 진다.
아버지는 믹스 커피를 달고 사셨다. 아버지만의 특별한 커피잔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늘 종이컵에 마시셨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항상 믹스커피와 종이컵 한 줄이 있었다. 종이컵에 타 먹는 믹스커피는 사랑이지. 그래서 나도 가끔씩은 종이컵 커피가 생각난다.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는데 눈 뜨기 전 꿈에 아버지가 등장하셨다. 아버지는 성경필사를 하고 계셨다. 혼자 키득키득 웃으시면서
“재밌는 문구가 많아”하셨다. 지나가던 나는 “아버지, 어떤 문구가 그리 재밌어요?”하니 인자한 모습으로 친절하게 그 대목을 읽어주셨다. 꿈인지 생시인지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엄마의 모습도 잠시 등장했는데 엄마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명절이 다가온다. 늦은 결혼으로 부모님과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낸 탓일까. 기일이나 명절 때가 되면 내 꿈에 한 번씩 등장하신다. 이렇게 또 눈물을 훔치는 것은 두 분의 모습을 이제 꿈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인 걸까. 오늘은 큰 형님이 돌아가신 지 4주기이다. 돌아가신 형님의 기일을 돌아보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기도 하고 우리 형제들이 보고파 그리워해서 내 꿈에 등장하신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늘 성경필사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 셨기에 “너도 늘 성경필사를 하며 지내라” 하는 메시지가 제일 크게 와닿았다. 꿈속에라도 한 번씩 등장하시는 부모님이 참으로 반갑다. 자주 꿈에 나오시면 좋으련만. 아마도 이번에 조카들 두 명이 대학생이 되어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오신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의 등장으로 나는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우리들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딸로 살아야겠구나를... ‘엄마, 아버지 자주 제 꿈에 나타나 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