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서울 여행기

미아역에서 또 하나의 스토리를 쓰다

by 지니


새벽 5시에 눈을 떠 밥을 하고 국 한 개를 끓였다. 지난밤 나온 설거지 거리도 정리하고 서둘러 옷을 꺼내 입고 치장을 한다. 나갈 시간이 다 되어 복자 씨 밥을 간단히 차려 낸다. 밥을 드시는 동안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그릇을 개수대에 놓고 잘 갔다 오겠다는 인사를 하는 지니 씨에게 복자 씨는 잊지 않고 5만 원을 챙겨주신다. 커피 사 먹으라고.


7시 반이 되어 드디어 출발! 35분 정도 걸려 도착한 부산역. 주차장 시설을 이용해 보지 않아서 그랬던지 입구를 찾아 차를 대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티켓 발권을 하고 들어갈 입구를 확인한 후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는 지니 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그리고 빵이 한 개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우리가 원하던 곳을 발견하곤 뜨아 & 계란빵 세트와 계란빵 하나를 더 추가해 먹었다. 눈물 나게 맛있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삐꺽거림이 있어서였을까.


서울을 한 3년 만에 가보는 것 같다. 그때도 결혼식, 이날도 결혼식(짝지는 다른 볼일로) 둘 다 같은 날로 맞아떨어져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열차는 오랜만) 사실 좀 많이 헤맸다. 코레일톡으로 하면 쉽게 할 것을 PC로 결제를 했는데 하필 발권을 표 한 개만 했던 거다. 발권한 표에 두 사람 표가 표시되어 나올 것이라 생각한 지니 씨의 잘못이었다. 착각은 나중에 표 검사로 이어졌고 결국 검사하는 승무원한테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한 소리 들었다.


KTX열차 부산역 출발 직전

그리고 표를 늦게 구해서 그런지(연휴 생각도 못하고) 아침 출발 표가 좌석 + 입석뿐이었다. 부산에서 대구까지 좌석, 대구부터 서울까지 입석으로 가야 했다. 열차 칸 사이 간이 의자에 번갈아 가며 앉아 오다가 빈좌석에도 앉아 가다 2시간 49분이 걸려 서울역에 도착했다. 짝지 후니씨의 볼일 시간에 맞추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없었다. 서울역 연결 지하철 4번 출구로 가기 전 상가 만두집에서 김치만두, 고기만두 한 팩씩 사 와서 지하철 타기 전 벤치에 앉아 허겁지겁 나누어 먹었다. 짝지의 볼일 장소(미아역)로 급히 이동 뒤 시간이 길어져 지니 씨는 친구 딸 결혼식장(송파)으로 향했다. 미아에서 송파까지 한참 걸렸다. 미아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환승, 잠실을 거쳐 문정에 내렸다. 얼마 전 부산 4호선을 처음 타 봤을 때 맛봤던(미로를 헤매던) 딱 그 기분이었다. 다행히 결혼식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어 편히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 딸의 결혼식은 참 밝았다. 무엇보다 식장을 들어왔을 때 은은한 꽃의 향기가 시선을 먼저 끌었고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입구는 아주 멋졌다. 동생이 준비한 댄스 축하무대(4명이 무대를 꾸밈)와 사촌들의 축가무대가 이어졌는데 훈훈하고 보는 사람들도 흥겹고 좋았다. 연회장으로 이동해 가까운 곳에 회초밥이 있어 한 접시 떠서 먹는데 음식이 고급지고 맛있었다. 뷔페에서 실패하는 게 이것저것 먹다 보면 짬뽕이 되어 나중엔 뭘 먹었는지 잘 생각나질 않는다. 경험을 통해 나는 한 두 가지만 공약하자 하고 회초밥 1 접시, 수육보쌈 한 접시 이렇게 딱 두 접시만 먹었다. 그래도 음식이 다 훌륭해 감탄하면서 먹었다. 더 맛보지 못한 건 그림의 떡이었다. 지니 씨의 위장이 더 이상 허락 질 않았다. 예전엔 기본이 5 접시 아니었던가.


연회장에서 국민학교 때 친구 두 명을 만났다. 모습만 조금 바뀌었을 뿐 예전의 얼굴은 그대로 남아있어 신기했다. 그래도 길 가다 만나면 잘 모를지도. 친구 한 명은 얼굴만 알고 있었고 한 명(남자동기)은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이 났다.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친구가(딸 결혼 시키는) 다른 친구들에겐 연락을 따로 안 했다고 했다. 거리도 멀고 하니 배려 차원인 듯했다. 그렇게 앉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실컷 시간을 보낸 뒤 지하철에서 각자 갈 길을 가면서 헤어졌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말이다. 어둑해지니 몸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지가 있는 곳(미아역)으로 다시 가서 인근 숙소를 잡았다. 짝지의 볼일이 길어져 혼자 숙소에서 기다리다 연락이 왔는데 숙소 인근 포장마차로 오라고 했다.


지니 씨는 이런 분위기(포장마차)를 예전부터 좋아했다. 심심하던 차에 맛나게 먹을 생각을 하니 괜히 신났다. 주문하기 전 어묵 한 그릇이 국물과 먼저 나오고 짝지가 시킨 오돌뼈도 나왔다. 우동도 한 그릇 주문해서 먹었는데 면이 기존 우동면이 아니라 좀 생소했다. 국물맛은 괜찮았다. 맛나게 나누어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짝지는 많이 피곤한지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나는 이 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워 다시 포장마차를 찾았다. 아까 왔을 때 옆 테이블에 손님이 꼼장어를 시키는 걸 보고 맛있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꼼장어 맛을 보기 위해 다시 간 것이다. 꼼장어는 생각 이상으로 맛있어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부산 ㅐ곰장어 맛만 봤지 여기(서울 미아역)에서 맛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서울 미아역 포장마차

미아역 포장마차에 메뉴가 참 다양했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씩 다 맛보고 싶었지만 곰장어로 만족했다. 서울의 밤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인근 밥집을 찾아다녔는데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연 설렁탕집을 발견했다. 딱 봐도 맛집 포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꼭 가정집 같았다. 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설렁탕의 유래가 적힌 글이 걸려있었다. 안 그래도 설렁탕이 왜 설렁탕일까 설렁설렁 섞어 먹으라고 설렁탕인가 생각하던 찰나에 글귀가 눈에 들어온 게 신기했다.


서울 미아역 주변 설렁탕 집

선농제 때 각 도에서 올라온 농부들에게 소를 잡아 그 뼈와 고기로 곰국을 끓여 뚝배기에 밥을 말아먹었으며 선농탕이라고 했단다. 희고 농탁한 탕, 백탕, 농탕, 설렁설렁 끓인 탕 등등 중에 설렁탕이 어원에 가장 유력했다고 한다. 설렁탕이 나오기 전 김치를 먹기 좋게 잘라 두었다. 펄펄 뚝배기에 설렁탕이 나오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한 입 떠먹어 본다. 뭔가 심심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 집 설렁탕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아주 진국인 맛이었다. 며칠 동안 끓여야 이런 맛이 난다고 하셨다. 김치도 깔끔하니 참 맛있었다. 사장님이 부산에 사셨던 분이라 더 정감이 가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설렁탕이 아주 기억에 남을 맛이라 다음번에 서울 오면 또 들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니 씨에게도 서울에서 첫 맛집이 생겼다. 한 껀 한 기분이 들어 아주 흡족하다. 서울역을 가면서 알아보니 다행히도 표가 있었다. 한시 출발이라 시간이 넉넉했다. 서울역 가서 커피 마시고 아이쇼핑하면 딱 좋을 시간이었다. 태극당에 들러 복자 씨랑 형님 드릴 선물세트도 한 개씩 구매하고 서울역 로비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 부산 가는 열차를 탔다.


서울역 테라로사 드립커피 과테말라

올 때는 2시간 49분이 걸렸지만 갈 때는 3시간 28분이 걸리는 열차(서대구, 구포 경유)였다. 30분 정도 오버되었는데도 부산 내려가는 동안 좀 지루함이 느껴졌다.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사촌 형님네에서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연락이 와서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형님네로 가서 회로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서울행이라 처음 갈 때부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코레일톡으로 하는 법을 확실히 알았다. 앞으로 꼭 경조사 때뿐만 아니라 진정한 여행을 계획으로 서울에 더 자주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부산에서 경주 가는 것처럼 자유로울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서울 여행을 벌써부터 마음속에 정해 본다. 언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