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언어 탐구 영역
뇌가소성 (Neuroplasticity)란 용어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신경과학과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뇌가소성'이란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된 것 같다.
‘뇌가소성'이란 쉽게 말해 뇌가 플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성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Neuro = Brain, Plastic = malleable).
예전엔 Neuroplasticity는 뇌 발달 과정의 전형적 특징으로 주로 어린아이들의 뇌 특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는 어른들의 뇌도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다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어떠한 것을 새롭게 학습하게 되면 뉴런들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서로 연결을 시도한다 (Synapse formation).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되게 되면 그 활동과 관련된 뇌 영역들이 활성화된다.
뿐만 아니라 뉴런들끼리의 연결망이 더욱 탄탄해지고 비슷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이동하게 된다 (tract의 강화). 그 결과 회백질(white matter)이나 백질(gray matter)의 사이즈가 변화되는 등 뇌조직의 변화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뉴런의 활동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Use it or lose it"이다. 즉, 쓰지 않는 것은 정리하고 자주 사용하는 것끼리는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뉴런들끼리의 화학적 작용이 자주 반복되지 않으면 뉴런은 스스로 사용하지 않는 신경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pruning 과정). 그렇게 함으로써 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어른의 뇌가 가소성을 띈다는 것을 밝힌 대표적인 연구들 중 하나로 런던 택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런던의 택시 운전자들은 운전 면허증을 획득하기 위해 도시의 지도를 외워야만 한다. 면허를 획득하고 택시 운전자로 살아가면서 그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공간 기억을 (Spatial memory)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후위 해마 (posterior hippocampus)의 회백질 크기가 일반인들의 것보다 더 증가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Maguire et al., 2000). 특정 경험의 반복이 성인의 뇌를 변화시킨 것이다.
저글링을 트레이닝하기 전/후의 뇌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저글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 3개월간의 트레이닝을 거치니 시각 정보처리와 운동 영역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크기가 증가한 것이다 (Draganski et al., 2004).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요약하자면 우리의 뇌는 환경적 변화나 경험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 언어화자 (Bilingual)들의 뇌는 어떠할까?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언어와 관련된 뇌 영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연구 결과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즉, 이중 언어화자들의 뇌는 언어와 관련된 영역의 크기가 더 증가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Bellander et al., 2016; Màrtensson et al., 2012; Li, Legault & Lifcofsky, 2014)
Bilingual experiences have shown to affect the structure of the brain regions involved in language learning, processing, and control.
이중언어 경험은 언어 학습, 처리, 통제와 관련된 뇌 영역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The cortical regions: especially in the frontal, temporal and parietal regions
- The subcortical regions: the basal ganglia, the hippocampus and the cerebellum
- The white matter tracts that provide connectivity between these regions
(이러한 효과들은 복합적인 양상을 띠며, 이중 언어화자들의 학습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심리언어학 연구 결과 이중 언어화자들의 뇌에서는 항상 두 언어 모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영어를 사용하는 이중화자의 경우 영어를 사용할 때 한국어가 완전히 스위치 오프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Second language, L2)를 사용할 때는 한국어 (First language, L1) 활성을 통제해야만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인지 통제 (Cognitive control) 기능이다. 이것은 한국어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어를 사용할 때 영어도 함께 활성화되므로 영어를 통제해야만 한다.
즉, 이중 언어화자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던지 간에 다른 하나의 언어를 통제하기 위해 cognitive control을 사용해야만 한다.
어떤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그 부위 근육이 단련되듯 지속적으로 두 언어를 사용하고 cognitive control을 사용하기에 이중 언어화자의 뇌는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monolingual들의 뇌에 비해 이와 관련된 능력이 훨씬 더 단련되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중화자들은 향상된 인지 발달을 보인다고 보고 되고 있다.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어린아이들은 한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 비해 작업 기업 능력(Working memory)과 뇌의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었다 (Julia et al., 2013).
이중 언어화자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인지적 이점들은 (cognitive advantage)은 전 연령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노화과정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이중 언어화자들의 치매 발병 시기는 평균 4.5년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되었으며 (Suvarna et al., 2013), 뇌졸중 후에도 이중 언어화자들이 더 빠른 회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uvarna et al., 2016).
단지 언어 하나를 더 사용할 뿐인데 이런 뇌과학적 이점이 있는 것을 보면 외국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