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꿈을 다시 찾으라고?

누군가를 빛내주는 시간 속에서

by 황사공



요즘 광고를 보면 여자들, 특히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들의 꿈을 다시 찾으라 독려하는 내용의 광고들이 종종 보인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환영할 만한 것인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상실감도 느껴지는 건 나뿐인 것일까?






나는 경단녀이다.


육아를 핑계로 자의적으로 또 타의적으로 경단녀가 되었다.



내가 하던 일은 육아와 병행하기 힘든 일인 데다가 9년간의 직장생활에 염증이 나기도 해 출산 준비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경단녀의 대열에 합류했다.


퇴사도 출산도 육아도 모두 나의 선택인 건 분명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모든 것을 남편 탓으로 아이 탓으로 돌려가며 그렇게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웠다.



지금의 삶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고, 반짝이던 나의 과거가 그리워만 갔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는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지만, 반대로 남편이 미워졌고 일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워졌다.




이렇게 아기만 키우는 것은 아닌 듯 해 아기를 키우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그런 일은 없는 듯 보였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자격증을 찾아냈고, 아기가 잠자는 시간을 틈타 뒤늦은 공부를 했다. 1차 시험엔 합격했고, 2차에선 떨어졌다.



남편과 싸운 어느 날, 홧김에 구인정보를 뒤져보다 10년 만에 입사지원도 해 보았지만 서류에서 탈락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겨우 두 번의 실패 일 뿐이지만 내가 받은 충격은 꽤 컸다. 속상했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텔레비전 속 여자들은 울다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웃을 수 없었다.



워크넷 광고 - 대한민국 모든 경력단절 엄마에게 "엄마 편"

(광고 보기 링크 : https://youtu.be/-w3JnwydQXM )



우연히 워크넷 광고를 보고 울컥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공유를 해 주었다. 무심한 남편은 광고를 보고선



"그래 이런 기회를 찾아야지. 나라가 여자들을 많이 지원해주는 분위기인데 이때 뭔가 해 보면 되겠다. 그지?"



라고 말한다. 광고의 앞부분에서 울컥했던 내 마음은 모른 채 뒷부분만 유심히 보았나 보다.



외벌이 2년 차, 요즘의 여느 신혼부부처럼 빚으로 시작한 우리의 가정을 남편 홀로 지탱하기가 힘에 부치는 눈치이다. 가장이 된 남편에겐 또 남편만의 괴로움이 커져가고 있겠지.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무엇이든 해서 가계에 도움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아 또 마음만 조급해진다.


뭐든 해 본다라...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일까.



"그럼 우리 아기는 누가 봐주지? 둘째도 낳자며? 둘째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



혼자 놀기 심심해 매일 엄마를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를 보면 둘째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다시 하자니 덜컥 겁부터 난다.


그렇게 3년을 더 아이에게 묻어버리고 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줌마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도 엄습해온다.


왜 다들 하나만 낳는지, 둘 이상을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무슨 일이든 해 보고 싶지만 아기에 매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이 2년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어쩐지 멀리 있는 친정도,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아쉽다. 시터를 쓸 순 있지만 아직 너무 어린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치면 집에서 1시간 이내에 통근 가능한 회사 중에서 6시 이전에는 퇴근할 수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내 경력을 이용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남편은 너무 쉽게 공무원 준비나 해 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살면서 단 한 번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육아를 하다 보니 알 것 같다. 왜 모두가 공무원 공무원 거리는지 말이다.







내 꿈이 무엇이었지? 낯설다.


꿈이라는 단어 조차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만 같다.


꿈을 찾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지금 상황에 맞춰 새로운 일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경단녀의 숙명이라니.


돈은 작아도 하루 8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무직을 찾아 경단녀끼리 경쟁하는 또 하나의 구직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니.




그렇게 혼자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혼자 실랑이를 하며 좌절감만 쌓여가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울다 웃는 경단녀들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엄마를 보고 해맑게 웃는 아기의 미소에 미안해지고,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나의 지금에 마음이 답답해온다.





좌절감을 추스르고 다시 떨어진 시험을 재접수했다.

오늘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지.


딘가에는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

런 일을 찾을 수 있겠지. 아마도.




지금은 내가 빛나는 게 아닌 누군가를 빛내 주는 시간인 것이라고,


내가 다시 빛날 시간은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

광고 속 그녀들처럼 웃을 날이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혼자서 다 이겨낼 수 있는, 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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