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달콤한 사탕가게

사탕공장 공장장의 시작

by 황사공



창업을 처음 마음먹었을 때, 내 목표는 단순했다.

돈을 벌어야 했고, 아이들을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아무 날도 아닌 어떤 날의 오후, 우연히 초록창에 창업이라는 두 단어를 입력했고, 마감일이라는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다. 계획되지 않았던 일이라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그저 무엇이든 해 보겠다는 열정만 가득 채운 상태로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주관하는 창업 교육을 게 되었다.


그땐 몰랐다. 이 선택이 ‘사장’이라는 역할뿐 아니라, ‘강사’라는 또 다른 역할까지 내게 가져다줄 줄 말이다.


창업 1년 차, 아직도 모든 게 서툴던 시절이었다.

매일 사탕을 만들고, 포장하고, 보내고, 또 다음 날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교육을 들었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배 창업자로 강의 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강사를 꿈꾼 적도, 누군가를 가르칠 자신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건 그저 이제 막 시작한 작은 사탕가게와,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뿐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창한 성공담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창업에 뛰어든 내가 먼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도움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싶은 생각을 여러 번 했으니 말이다.


"네! 한 번 해볼게요. "


하겠다고는 했지만, 첫 강의 준비는 쉽지 않았다.
사탕을 만드는 것보다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해 첫 장을 만드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으니 말이다.


첫 강의는 긴장 그 자체였다.

1년 전만 해도 나는 저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던 경단녀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성공한 창업 선배'라는 이름으로 같은 강의실에 서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수강생들의 얼굴이 좋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만이 가진 그 특별한 눈빛.

그 뜨거운 눈빛들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층 더 부담스러워졌지만, 그래서 더 진심을 담아 나의 1년을 풀어놓 되었다.


지난 1년간 내가 했던 선택과 실수들,

놓치고 지나가 아쉬웠던 일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참 잘했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까지.

내가 창업을 하며 겪었던 모든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 보였다.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난 뒤의 반응은 기대보다 좋았다.

니니네 인스타그램에서 강의 소식을 듣고, 저 멀리 서울에서 내려온 수강생도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빈 강의실에서 나는 몇몇 수강생들과 남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을 앞두고 느끼는 두려움,

아이를 키우며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

지금 겪고 있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

작년의 내가 하던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들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함께 나누며 나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 주다 보니

마치 내가 정말 어떤 멋진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족해 보이기만 했던 오늘의 강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지나온 나의 시간들이 ‘낭비’가 아니었다는 느낌이 감격스러웠다.

내 경험과 시행착오들을 나눔으로써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의 거창한 영향력은 아니더라도,

단 한 사람의 망설임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창업 강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조금씩 강의를 이어나갔다. 창업 특강, CEO 특강, 멘토링 특강 그리고 3년 차에는 경기도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창업가로 선정되어 백여 명 앞에 서서 나의 창업 이야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갈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사업을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나는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하고, 창업을 했지만 방향이 어려운 1인 사장님들과 소통하며, 아직 모르는 새로운 일들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 브런치북도 같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강의에서 늘 하던 이야기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게 말이다.


강의의 주제는 매번 조금씩 달랐지만, 내가 가장 자주 붙잡는 문장은 늘 비슷했다.


막막함을 줄이고 실행으로 옮기는 방법.

브랜딩은 거창한 포장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닿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창업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해내는 반복이라는 것.


이 브런치북은 내가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 그리고 현장에서 검증된 답들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정리한 노트가 될 것이다.


거창한 성공담 대신,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남기고 싶다.


Paso a paso.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시작은 늘 내일로 미뤄진다.

오늘은 딱 하나만 바꿔보자.

하루에 한 걸음씩—작은 가게는 그렇게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