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름을 갖는다는 것

상호와 상표, 브랜드의 시작

by 황사공



사탕가게를 시작하기 전, 가장 오래 고민한 일은 바로 상호였다.

상호를 정해야 스마트스토어 주소도 만들 수 있었고, 사업자 등록증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급하다고 아무런 의미 없는 상호를 하고 싶진 않았다.

특별해야 했고, 나의 비전을 담고 있어야 했다. 무엇이 좋을지 정말 밤낮으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최종으로 정해진 것이 지금의 니니네 스위트이다.


니니네는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니니라는 두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이다.

창업 전 아이들 관련 피드를 올리던 인스타그램에서의 계정명이 니니맘이었다.


아이들 예명을 걸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니니네라는 이 이름은 입에 잘 붙었고,
아이 엄마로 살아가는 나의 두 번째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솔직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절대 망하지 않으리라는 책임의 무게도 함께 실어졌다.


게다가 ‘니니네’를 사용하는 업체들 중 카테고리가 겹치는 곳은 없었다.

빵집 하나와 목공방 하나가 있긴 했지만 내가 판매하려는 물품과는 겹치지 않았다.


키프리스 상호등록 검색에도 전혀 나오지 않는 아주 깨끗한 이름이었다.

(*키프리스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 https://www.kipris.or.kr/ )

입에 잘 붙었고, 나를 표현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니니네.


하지만 단순히 '니니네'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해 보였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니니네 사탕가게, 니니네 캔디샵, 니니네 소품샵… 하나씩 붙여보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스위트 SWEET.


스위트는 사탕을 뜻하기도 하지만 달콤하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나는 그 달콤함이라는 단어가 좋았다.


단순히 사탕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아이에게는 사탕의 달콤함을,

엄마에게는 사탕처럼 달콤한 잠깐의 휴식을,

그리고 아주 작은 일상의 변화로 생활이 조금 더 편리해질 수 있다 = 달콤해진다는
기능적인 의미까지 내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한 단어에 담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니니네 스위트라는 상표가 탄생했고, 내 스토어 명은 니니네 스위트가 되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증 상의 상호는 "니니네"이다.

지금은 니니네 스위트뿐이지만, 추후에는 니니네 에코라이프, 니니네 공구점 등

카테고리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로의 확장성을 고려해 넣은 아주 야심 찬 상호이다.


지금의 니니네는 영세한 사탕가게 일 뿐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의 모기업이 될 지도 말이다.

그렇게 나의 거창한 꿈을 담은 세 글자 니니네 는 내 이름과 함께 사업자등록증에 박히게 되었다.





초보 사장들이 하는 판단 미스 중 하나가 바로 이 상호와 상표를 혼동하는 것이다.


▶ 상호 : 사업자등록증에 적히는 사업 주체의 이름

▶ 상표 : 상품이나 서비스에 붙이는 브랜드 이름


상호는 사업자의 이름이고, 상표는 고객이 기억하는 이름이다. 두 이름은 같을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CJ제일제당이 비비고라는 브랜드로 만두를 내놓는 것처럼

회사의 이름과 상품의 이름은 달라도 괜찮다.


내가 만난 초보 사장님들 중 그 둘의 차이를 잘 몰라 둘을 통일시키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강의 때 빼먹지 않고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상호에는 나의 포부와 의지, 그리고 꿈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상표에는 직관적이고 기억하기 쉬우며, 긍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름이 담겨야 한다고 믿는다.


짧은 한두 개의 단어 안에 그런 의미를 모두 담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상호와 상표를 정하는 일은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오래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창업 전, 가장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내 상호와 상표가 가진 의미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의미를 타인이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입장과 고객의 입장, 두 방향 모두에서 충분히 고민한 끝에 내려야 할 결정이다.


나에게 아무 의미도 주지 못하는 상호라면,
나는 과연 그 이름 아래에서 열정을 품고 일할 수 있을까?


얼핏 들으면 그저 예뻐서 지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나의 니니네 스위트.


하지만 그 안에는 거창한 꿈을 품은 '니니네'가 있고,
고객을 만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탕가게 '니니네 스위트'가 있다.


그 둘은 서로 다른 의미로,
오늘도 나를 다그치고 또 일으켜 세운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이름을 짓는 일.
그것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가장 진지한 시작이다.





이름을 정했다고 끝은 아니었다.

니니네 스위트라는 이름을 오래 쓰고 싶다면 그 이름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상표 등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막연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검색의 시대인 요즘은 상표등록도 충분히 스스로 해낼 수 있었다.


절차는 명확했다. 먼저 같은 이름이 이미 상표로 등록되어 있는지 검색부터 했다.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키프리스(KIPRIS) 사이트에서 유사한 상표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미 누군가 먼저 사용하고 있다면 아무리 애정 어린 이름이라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색을 마친 뒤에는 어떤 '상품류'로 등록할지 정해야 했다.

상표는 이름만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사용할 것인지까지 지정해야 했다.


니니네 스위트의 경우, 당연히 캔디류로 출원했고, 캔디 종류에 따라 몇 가지 항목을 추가해 전자출원으로 접수했다.


출원을 한다고 해서 바로 등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등록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내가 진행한 것처럼 비교적 단순한 상표등록은 동일한 상표가 이미 존재하거나, 유사한 의미의 더 보편화된 상표가 있지 않다면 대체로 등록이 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어쩌지.

괜히 신청해서 이 이름을 못쓰게 되면 어쩌지.


아무 연락 없이 조용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게 제대로 접수된 것이 맞는지조차 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최초 접수일로부터 21개월 지나
마침내 등록결정 통지를 받았을 때,
나는 비로소 이 이름이 법적으로도 나의 것이 되었다는 실감을 했다.


상표 등록증을 받아 들던 날, 너무 신나 몇 번이나 등록결정통보서를 펼쳐 보았다.


국가에서 보낸 서류에 찍힌 니니네 스위트라는 글자를 손끝으로 짚어보며 그동안의 시간을 조용히 되새겼다.
이제 니니네 스위트는 단순히 내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내가 지켜낼 수 있는, 지켜야만 하는 상표가 되었다.


상호는 나의 방향이고,
상표는 그 방향을 세상에 증명하는 도장이다.


세상에서 증명을 받은 그 등록증 한 장이
내 꿈의 좌표를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라가 인정해 준 나의 작은 사탕가게.
내 소중한 아이들의 이름을 걸고 내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존재 니니네 스위트.


이 이름을 끝까지 잘 지켜낼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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