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 중에서

무엇을, 어떻게 팔 것 인가?

by 황사공



무엇을 팔 것인가?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어쩌면 끝이 없는 질문이다.

특히 예비창업자에게는 가장 어렵고, 가장 오래 붙잡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나처럼 판매물품을 정하고 창업을 시작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지만,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이 관문을 넘기지 못한 채 창업의 꿈을 접고 만다.


팔고 싶은 물건은 나름 많다. 그런데 막상 팔아보려 하면 너무 별로인 것 같아 주저하게 되고, 다른 물건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다 또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돼버리는 경우를 참 많이 봤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건 중 한 가지를 골라 내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창업 수업을 들을 때, 강사님이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은 바로 인기 검색어를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먼저 찾고, 그 니즈에 맞는 물건을 골라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말하자면, 이미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상품을 찾는 전략인 셈이다.

내가 선호하는 카테고리 안에서 검색량이 높은 리스트를 확인한 뒤, 그중 하나를 골라 판매해 보는 것.

처음 듣기에는 꽤 합리적이고, 실제로도 그럴듯해 보이는 물건 탐색 방법이었다.

수업에서는 그 방법으로 잘 팔리는 물건을 찾고, 그중에서도 내가 팔고 싶은 물건을 골라 직접 판매해 보는 실습을 진행했다.

다만 물건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전에 먼저 내가 들어갈 큰 카테고리는 스스로 정해야 했다.

예를 들면 육아용품, 청소용품, 캠핑용품 같은 대분류들이다.


이를테면 청소용품을 선택한 수강자 A가 '집청소'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했을 때,
인기 검색어로 '청소포'가 나온다면 그다음 단계는 명확했다.


'청소포'라는 상품을 찾아 내 스토어에 등록하고, 판매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처음에는 이 방식이 꽤 체계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들여다볼수록, 나는 이 방법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그 방법으로 스토어에 물건을 업로드시킨 수강생이 있었다.

모든 카테고리의 인기 상품을 자동화 등록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토어에 모두 등록을 한 것이다.

만 개의 상품이 순식간에 등록됐다.

도매 사이트에서는 사업자를 인증하고 회원 가입만 하면 판매자가 원하는 상품을 클릭 한 번에 내 스토어로 복사 등록이 가능했다. 참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었다.


문제는 그 수강생은 자신의 사이트에 무슨 상품이 등록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속눈썹 고데기가 판매가 되었지만 이 친구는 어느 거래처로 연락을 해서 물건을 보내야 하는지를 몰랐다. 아무 준비 없이 상품 등록은 했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보낼 수가 없어 전화를 해서 취소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그 수강생은 첫 고객을 허무하게 잃었다.


인기검색어는 팔릴 수도 있다는 판매의 가능성은 보여줘도,

내가 이 물건을 왜 팔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내가 이 물건을 잘 팔 수 있을 것인지도 설명해주지 못했다.


내가 그 물건을 끝까지 책임지고 판매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고 구매를 권유할 수 있을지를 정해주지 않는 검색어 조회는

실행으로 옮기기까지의 난관이 너무도 많아 보였다.


거기에 누구나 같은 키워드를 보고 누구나 비슷한 상품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내 스토어에 남는 것은 잘 고른 특별한 상품이 아닌 비슷한 또 하나의 물건이 되기 쉬웠다.


내가 만들고 싶은 스토어가 모든 물건을 다 파는 다이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콘셉트가 있는 브랜드 스토어를 만들 것인지는 바로 이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무작정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길 것인지

하나를 팔더라도 마진율을 조금 더 높이고 나만의 스토리를 쌓아갈 것인지,

그 답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예비창업자들이 이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엔 아는 것이 너무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강의 내용에 소싱 전략을 넣었다.

키워드를 찾아서 인기를 따라가는 방식은 내가 권하고 싶은 방식이 아니었다.


물건을 팔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들여다보고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

그래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규모를 결정하고 내 방향과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


많이 팔리는 물건을 찾기 이전에 내가 팔 수 있는 물건을 찾는 것이 예비창업자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예비창업자들에게 더 필요한 건

많이 검색된 물건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할 사업의 구조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싱 Sourcing

흔히 소싱(sourcing)이라고 하면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보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우리처럼 온라인 판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무엇을 팔지 결정하고, 그 물건을 구해오는 과정 전체를 통틀어 소싱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소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판매하는 자체제작,
다른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판매대행(위탁/사입 등)이다.


즉, 같은 판매처럼 보여도 소싱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영 구조가 만들어진다.



니니네 스위트는 이 중에서도 자체제작 비중이 높은 스토어에 가깝다.
직접 만들고, 직접 브랜드를 입히고, 직접 판매하는 구조다.


반면 직접 제작보다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토어들도 많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이런 형태가 오히려 더 흔하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두 방식을 섞어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예: 자체제작 + 일부 사입/위탁)


하지만 처음 구조를 이해할 때는 직접 만드는가 / 가져와 판매하는가로 나눠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직접 상품을 만드는 것은 자체제작, 그리고 가져와 판매하는 것은 판매대행이다.




자체제작은 말 그대로 내가 직접 만들거나, 직접 기획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물건을 가져와서 파는 것이 아니라 재료, 형태, 구성, 포장, 전달 방식까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자체제작은 판매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자체제작은 브랜딩, 품질, 마진, 차별화에서 유리하지만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모든 공정을 스스로 해야 하는 만큼 일과 책임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하지만 장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창업자에게는 필요한 사업 방식이다.



판매대행은 실패의 리스크가 적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에 제한이 있고 타 업체와의 차별화가 어렵다. 브랜드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자본이 적고 빠르게 무엇인가를 해 보고 싶은 판매자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이 판매대행은 또 위탁판매와 사입판매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판매대행이라고 하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운영을 해 보면 사입판매와 위탁판매는 완전히 다른 절차로 진행된다.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같지만, 재고와 배송이라는 아주 중요한 업무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일의 성격이 아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위탁판매 : 물건은 원 생산지에 두고 주문만 대신 받아 리스트를 넘기면 배송까지 원 생산지에서 진행

사입판매 : 물건을 내가 먼저 구매해 내 창고에 넣어 두고 판매가 일어나면 배송까지 진행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신 내가 지금 어떤 단계인지, 그리고 어떤 스타일로 스토어를 운영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된다.




이 두 방식은 상품 보다 내가 감당할 책임의 범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주문 확인부터 포장, 배송까지 직접 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물건을 먼저 구입할 경우 재고를 떠안고 갈 수 있는지,

품질 이슈가 생겨 반품/교환 등의 CS가 발생했을 경우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도 이 일을 계속할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한다면, 상품을 파는 방식에 대한 선택도 충분히 가능하다.





니니네 스위트는 자체제작의 비중이 높은 스토어이다. 캔디류는 모두 자체제작을 하고 일부 잡화류는 사입판매를 진행 중이다.

제작도 하고 사입도 하지만 모든 상품을 니니네의 스타일에 맞춰 재포장을 하고 라벨링을 해서 고객에게 내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보이는 예쁘고 즐거운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 그리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이 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의 발갈퀴 같은 모양새랄까?


단순히 사탕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탕에 어떤 옷을 입힐지, 어떤 콘셉트로 판매할지,

어떻게 보여주고 소문낼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똑같은 사탕이라도 어떤 날에는 멋진 선물이 되어야 하고,

어떤 날에는 부담 없는 소소한 간식이 되어야 한다.


아이의 충치예방을 위한 루틴이 되어야 하고,

한낮의 단조로움을 이겨낼 간식이 될 때도 있고,

부모님께 드리는 건강한 선물처럼 느껴져야 할 때도 있다.


결국 장사의 핵심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결국 장사를 해야 하고, 장사는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 때 이어진다.

그렇기에 장사는 좋은 물건을 잘 만드는 것에 더해

고객이 지갑을 열 수 있게 하는 전략도 함께 찾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자체제작이든 판매대행이든 그 지점만큼은 다르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더 잘 팔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까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상품 하나를 완성하고 등록했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동안, 어쩌면 문을 닫는 날까지도 계속 가져가야 할 고민에 가깝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해보자.

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자체제작도 해 보고, 판매 대행도 해 보면서 그렇게 내 방향을 정해도 괜찮다.


어떤 물건이 되든 판매할 상품이 정해졌으면 한번 주변 친구 에게라도 한번 팔아보자.

포장도 고민해 보고 택배를 보낼 방법도 고민해 보자.

그렇게 직접 해 가며 아닌 건 지우고 좋은 건 남기며 하나씩 늘려가도 충분하다.


브랜드는 그렇게 크는 것 같다.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달라지면서 말이다.


고민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무엇이든 해 보는 쪽이 결국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