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장사가 되기 위해서는

원가, 마진, 손익분기점 그리고 결국 가격이야기

by 황사공





예전 개발자이던 시절, 나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웹사이트 운영은 기본이었고, 사내 인트라넷과 CRM 프로그램을 비롯해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여러 시스템의 개발과 유지보수를 전반적으로 맡고 있었다.

겉으로 들으면 단순한 개발 업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나의 업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극장을 방문한 고객의 지역, 성별, 연령대, 구매 패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했고, 그 결과를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액션 전략까지 구상해야 했다.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근거로 이런 전략을 실행하면, 이 정도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라는 결론까지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기준과 수식을 세웠고, 꽤 높은 적중률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아무 규칙도 없어 보이는 데이터의 나열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을 다시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바꾸는 일. 계획하고 구조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파워 J 성향의 나에게는 꽤 흥미롭고 보람 있는 업무였다.


투자배급팀으로 옮겨 영화 개봉일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객 수를 예측하고, 가장 많은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를 골라 개봉일을 잡았다. 물론 늘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업계에서는 나름 일을 잘하는 사람 축에 속했다. 아주 엉터리로 하지는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분석과 통계, 알고리즘을 좋아하던 개발자가 창업을 했다.
그러니 매출과 원가, 손익에 대한 계산도 당연히 시작부터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꽤 자신이 있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고, 숫자를 근거로 결과를 예측하던 사람이었으니,

내 장사의 가격 구조쯤이야 충분히 계산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당연하다는 듯 원가를 따졌고, 마진을 계산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춰보려 했다.

상품 가격은 원가에 30% 정도를 더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

보통 식품은 50% 이상 마진을 남겨야 한다고들 했지만,

내가 다루는 자일리톨은 원재료 가격 자체가 워낙 높았다.

마진을 그 기준대로 붙이고 나니 나조차도 선뜻 사지 않을 것 같은 가격이라 그 금액으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니니네 상품의 가격은 정확한 마진율 계산의 결과라기보다,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정도면 살 것 같은 금액대에 맞춰진 셈이었다.


엑셀을 열고 숫자를 넣고, 기준을 세우고, 나름의 공식을 만들었다.

하나씩 규칙을 세워가다 보면 내 매장도 아주 매끄럽게 돌아가는 기계처럼 운영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의 완벽하던 시스템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장사의 숫자는 좀처럼 뜻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고정비부터 계산했다.
월세, 공과금, 관리비.


원가도 정리했다.
원료비, 재료비, 소모품비.

거기에 매 달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1회성의 기타 경비까지 더했다.


매출은 플랫폼별 카드 매출, 매장 현금 매출, 계좌이체 내역을 모아 일별로 정리해 넣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수입에서 지출을 빼 일별, 주별, 월별 정산표를 만들어나갔다.


문제는 그렇게 공들여 정리한 숫자가 실제 잔고와 단 하루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내 계산에는 현실이 빠져 있었다.


플랫폼마다 수수료가 달랐고, 정산일도 달랐고, 정산 비율도 제각각이었다.
부자재는 살 때마다 개당 단가가 달라졌고, 대량 구매해 둔 재고는 늘 계산하기 애매하게 남아 있었다.

판매량은 주별, 월별 어느 기준으로도 일정하지 않았고,

5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적용하는 무료배송 정책 때문에 배송비도 늘 예측과 달랐다.

게다가 매달 각종 이벤트로 빠져나가는 제품이 있었고, 홍보비가 들었고, 물류비가 나갔다.


정말 머리가 지끈거렸다. 몇 달간을 붙잡고 씨름을 해 보았지만 결국 나는 포기를 하고 말았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이번 달도 빚 없이 무사히 낼 돈 다 내고 매장을 운영할 수 있으면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매달 월세를 낼 수 있었고, 매장 운영비와 내 카드값까지 감당할 수 있었다.

그래, 어쨌든 남는 장사를 하고 있긴 한가 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적당히 정신승리를 하기로 했다.


사실 당시의 나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사탕 만들기와 택배 발송,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상만으로도 하루의 에너지는 이미 바닥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씨름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덮어두었다.
지금 당장 가게가 돌아가고 있고, 낼 돈을 내며 버티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매장 운영이 조금씩 안정될수록, 그때 끝내 풀지 못했던 문제는 다시 숙제처럼 내 앞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저 버티는 장사가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장사가 되려면, 이제는 달라져야 했다.






가격은 감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으로 정해야 한다.


대충 정해놓은 가격은 열심히 팔수록 손해가 되기도 한다.


원가와 마진, 손익분기점을 모른 채 물건을 팔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자꾸 마음이 불안해진다.

많이 팔고는 있는데,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가격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비싸게 부르면 아무도 안 살 것 같고,
그렇다고 싸게 부르면 잘 팔려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초보 사장님들은 가격을 정할 때 자주 갈팡질팡하게 된다.

경쟁업체가 이 정도에 파니까 나도 비슷하게 가야 할 것 같고,
이 정도 물건이면 이 정도 가격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기준 없이 정한 가격에는 전략이 붙기 어렵다.
정확한 계산이 조금 어렵더라도 최소한 원가, 마진, 손익분기점 이 세 가지는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원가 :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제공하는데 들어간 비용.


쉽게 말하면 물건 하나를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실제로 들어간 금액이다.

재료비, 부자재비, 포장비, 제조비, 배송 관련 비용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진 : 판매가격에서 원가를 뺀 차액. 즉 물건 하나를 팔 때 남는 금액 또는 그 비율.


쉽게 말하면 물건을 팔고 나서 실제로 얼마가 남았는가를 보여주는 값이다.

보통 금액으로 보면 개당 얼마가 남는지, 혹은 비율로 몇 퍼센트 남는지로 표현한다.


손익 분기점 : 총수익과 총비용이 같아져 이익도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 지점.


쉽게 말하면 딱 본전이 되는 지점을 말한다. 이 지점을 넘으면 비로소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쿠키 한 상자를 판다고 해보자.

쿠키 한 상자의 판매가격이 10,000원이고,
이 한 상자를 만들고 포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아래와 같다고 가정해 보자.


재료비 2,500원

포장비 800원

스티커, 완충재 같은 소모품비 200원

결제수수료 500원


이걸 다 더하면 원가 4,000원이다.

즉, 원가는 쿠키 한 상자를 팔기 위해 실제로 들어간 돈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재료비만 원가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포장비나 수수료처럼 판매에 직접 붙는 비용도 함께 봐야 한다.


이제 이 상품을 10,000원에 팔았으니, 10,000원에서 원가 4,000원을 빼면 6,000원이 남는다.

이 6,000원이 바로 마진이다.

쉽게 말하면 한 개 팔았을 때 얼마가 남는가를 뜻한다.


비율로 보면 6,000원 ÷ 10,000원 = 마진율 60% 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사를 하면 상품 하나를 만들 때만 드는 비용 말고도,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다.


예를 들면

월세 500,000원

공과금 100,000원

관리비 100,000원

광고비 200,000원


이렇게 해서 한 달 고정비가 총 900,000원이라고 해보자.

그럼 쿠키 한 상자를 팔 때마다 남는 6,000원으로
이 900,000원을 메워야 한다.


900,000원 ÷ 6,000원 = 150개


즉, 한 달에 150개를 팔아야 딱 본전이라는 뜻이다.
이 지점이 바로 손익분기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가 : 쿠키 한 상자 만드는 데 들어간 돈 = 4,000원

마진 : 10,000원에 팔아서 남는 돈 = 6,000원

손익분기점 : 월 고정비를 메우기 위해 팔아야 하는 수량 = 150개


쉽게 말해, 쿠키를 149개 팔면 아직 본전도 못 찾은 상태이고,
150개를 팔아야 비로소 손해가 멈추고,
151개부터 진짜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거다.


물론 현실의 장사는 예시처럼 단순하게 계산되지 않는다.

여러 상품이 함께 팔리고, 비용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정비와 재료비를 넘어서는 매출이 나와야 이익이 된다는 기본 구조만큼은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가격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브랜딩으로의 연결 고리이다.


원가, 마진, 손익분기점을 생각해 가격을 책정하면 다 끝났을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만으로는 무언가가 조금 부족하다.


가격은 적어도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내가 동종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비슷한 상품을 파는 업체보다 더 잘 팔아보겠다고 무작정 가격을 낮춰버리면, 당장은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마진 구조를 따져보면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 이유로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어려운 가격을 책정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버틸 수 없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유사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거나 높은 가격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지속 가능한 가격이어야 한다.


둘째,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가격은 단순히 물건 하나에 붙는 숫자가 아니다. 상품의 품질, 브랜드 이미지, 구매 경험, 포장, 서비스까지 모두 포함해 고객이 받아들이는 가치의 총합이다. 그래서 왜 이 상품이 이 가격인지 고객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물건을 파는 옆 가게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포장이 더 좋거나, 추가 구성품이 있거나,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다면 고객은 더 비싼 가격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셋째,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가격 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버틴다는 것은 단지 경쟁사와 가격을 맞춘다는 뜻이 아니다. 내 상품과 내 브랜드가 가진 일관된 가치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 것인지, 적정가를 유지하되 빠른 배송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강점으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프리미엄 전략으로 더 높은 가치를 덧붙일 것인지. 가격에는 반드시 브랜드의 포지션이 담겨 있어야 한다.


결국 가격은 원가 위에 마진을 올리고, 그 위에 브랜드의 전략을 얹어 완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은 회계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브랜딩의 영역이다.



잘 팔리는 상품보다, 남는 상품이 더 낫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잘 팔리는 상품에 자꾸 시선이 간다.
조회수가 높은 상품, 반응이 좋은 상품, 문의가 많은 상품, 리뷰가 많은 상품.
눈에 잘 보이는 숫자들은 늘 사람을 흔든다.


물론 그런 상품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업을 실제로 버티게 하는 건, 꼭 가장 잘 팔리는 상품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많이 남는 상품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상품과 내 사업에 도움이 되는 상품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상품은 정말 잘 팔리는 데도 마진이 너무 낮고 손이 많이 가서 사장님만 지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상품은 판매량은 조금 적어도 마진이 좋고 재구매율이 높아서

사업 전체에 더 크게 보탬이 되는 상품일 수 있다.


그래서 장사에서는 단순히 많이 팔리는 상품만 바라보면 안 된다.

어떤 상품은 손님을 끌어오는 미끼상품이 되고, 어떤 상품은 꾸준히 매출을 만드는 주력상품이 되며,

어떤 상품은 실제 이익을 남기는 이익상품이 된다.

때로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인기 상품을 저렴하게 미끼로 걸고

다른 마진 높은 상품을 묶어 파는 식의 전략을 짜기도 한다.


무엇이 미끼상품인지, 무엇이 주력상품인지, 무엇이 이익상품인지,

이 구분이 있어야 가격과 프로모션, 그리고 운영 방식이 정해진다.


장사는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윤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니니네 스위트에는 초창기에 감으로 가격을 정해둔 상품들 외에도

여러 역할을 가진 상품들이 함께 존재한다.


큰 수고가 들지 않아 이윤이 높은 상품이 있고,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좋은 서비스 상품이 있고,
묶음 구성을 통해 마진을 높인 상품도 있다.


여전히 전체 금액에 대한 계산이 언제나 정확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왜 계산이 맞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계산이 완벽하지 않아도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숫자가 매번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매장은 충분히 잘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 몇 달 역시 큰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정하기 전, 최소한 이것만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상품 하나가 팔릴 때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가.
월 고정비를 감안했을 때 최소 얼마의 매출이 발생해야 본전이 되는가.
이 가격이 내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맞는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면,
누가 비싸다고 말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누가 싸다고 말해도 무작정 가격을 바꾸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가격 안에는 나름의 계산과 전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내 상품의 가치이고,

내 브랜드의 태도이며,
내 사업이 버틸 수 있는 구조다.


많이 팔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장사가 오래간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야 비로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