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 PEACE 14화

뭉게구름, 그리고 내 마음의 구름

15. Fromista

by 황사공



또 하루가 밝았다. 인나 언니는 오늘도 일찌감치 출발했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는데 조금 걱정스럽다.

산드라와 까뜨린과 함께 길을 나선다. 다음 마을이 5km 정도 뒤에 있어 그곳에서 첫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카미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늘 아침 해는 우리의 등 뒤를 비춰준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무심코 돌아본 길에는 붉은 아침 햇살이 고개를 들 준비하고 있었다.


141156384F8C15C50B01E2 핑크빛 아침, 해 뜨기 직전의 하늘


아, 그 핑크빛 두근거림이란!


길을 멈추고 서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저만치 앞서가는 까뜨린이, 그리고 옆에는 날 기다리고 있는 산드라가 있었고, 산드라에게 해 뜨는 것을 보고 가자는 양해의 말을 전할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안고 길을 계속 걸었다. 계속 뒤돌아 보면서 말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아쉬움은 계속 커져만 갔다.


'왜 나는 해가 뜨는 이 짧은 순간도 기다리지 못하는 걸까? '


부끄러움 가득하던 이른 아침의 해는 어느덧 활짝 웃으며 내 등 뒤를 비추기 시작했다. 바보 같았다. 무엇이 그리 신경 쓰여 나는 솟아오르는 해를 기다리지 못했던 건지.



1611BC384F8C15E90B992E
150C0D384F8C160D151B31



차가운 밤이 얼려놓은 땅을 아침해가 녹이고 있다.


꽁꽁 얼어있던 땅 속의 수분이 자유를 찾은 듯 하늘하늘 피어오른다.

자책으로 가득하던 내 마음은 다시 경탄으로 가득 차 올랐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자연은 너무도 위대하고 신비롭다.



다음 마을은 금세 나타났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작은 바에서 우리는 쉬어가기로 했다. 아침으로 감자 또띠야와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는 또띠야와 뜨거운 커피가 내 몸을 부드럽게 녹여준다.


가게 마당에 있는 배 나무에서 배를 따먹고, 휴식을 취하던 다른 순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그나시오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순례자의 무리가 있었는데, 그가 감기에 걸린 까뜨린에게 감기약을 주었다. 물에 바로 타서 마시라고 그는 지켜보며 얘기했고, 까뜨린은 아빠 말을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말을 들었다. 약은 쓰고 맛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그녀에게 전해져 금방 좋아질 것만 같았다.


오며 가며 얼굴은 종종 마주친 순례자들, 하지만 나는 거의 초면이었기에 굳이 먼저 말을 걸진 않았다.

이미 나는 내가 속해있는 이 무리와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과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순례자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그나시오 일행이 먼저 떠나고 우리도 슬슬 정리를 하는데 굴 리와 안토넬로, 그리고 케샤가 나타났다. 한바탕 거창한 인사가 쏟아지고, 우리는 먼저 길을 나섰다. 무릎이 계속 아픈 안토넬로가 약국엘 가야 한다며 따라나선다. 치료사가 더 이상 걸으면 안 된다고 했던 그의 무릎은 그래도 아직 잘 버텨주고 있었다. 아니면 안토넬로가 정말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대단한 청춘이다.



마을을 벗어나니 엄청나게 가파른 언덕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곳을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이 깜깜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파르지만 길이가 짧았다는 것 정도?


800m 정도 되는 듯한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못해도 경사가 40도는 족히 돼 보이는 언덕이었다. 그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처음으로 그들이 가엾게 느껴졌다. 늘 자전거로 쌩쌩 달리는 그들이 부러웠는데 말이다.


한번 멈추면 다시 오르지 못할 것 같아 쉬지 않고 걸었다. 무거운 배낭이 자꾸 나를 뒤로 밀어내고 있어서 몸을 앞으로 숙이고 한발 한발 천천히 걸어 올라가야 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산이 없다고 했던가? 어느덧 편편한 구릉이 나타났고, 고개를 들고 돌아선 내 눈앞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200F3E384F8C162C12BFF6


초록빛으로 물든 밭이었다면 더 아름다웠겠지?


내가 산티아고를 꿈꾸며 늘 봐왔던 초록빛 들판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나는 지금 내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 놓은 그 길 위에 있었다. 문득 어떤 감동이 마음을 한가득 채운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에 우리는 모두 넋을 놓고야 말았다. 언덕 정상에는 힘들게 오르막을 올라온 순례자들을 배려한 듯한 쉼터가 있었다. 그곳에는 먼저 이 곳을 지나간 수많은 순례자들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나는 어렵지 않게 한국어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에 이 곳을 다시 와서 내가 쓴 글을 찾는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난 글을 쓰진 않았다. 이 길 위의 모든 곳이 나의 흔적이 될 테니 말이다.



휴식을 마친 우리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진 않았지만 끝이 없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어제처럼 걷는 것이 지루하진 않았지만, 넓은 평원은 사막과 같았고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19152F3E4F8C24593045A3
13085E384F8C166823F261





내 생애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을 본 적이 있었던가?




없다.




이 넓은 땅덩어리가,

저 높고 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새하얀 구름이,


믿기지 않을 만큼 광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지루한 길의 중간쯤에 작은 샘이 나타났다. 우리는 샘에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과, 바나나, 자두, 오렌지를 가져다 두고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Donation!.. 우리는 그곳에 앉아 쉬면서 과일을 가져다 먹고 과일 값으로 동전을 꺼내 드린다. 그저 짤랑이는 동전을 던져 준 셈이지만 사실 '그저 동전'인 1유로나 2 유로면 하루치 숙박을 해결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생각을 해 보면 슈퍼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비싼 금액을 기부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보통 1 유로면 바나나 한송이, 혹은 서너 개의 과일을 살 수 있다.) 순례자를 노린 그들의 머리 좋은 술수에 기가 차기도 하지만, 그저 자연의 열매를 덥고 힘든 시기에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손해 본 것은 아니라 서로에게 얘기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또 걷는다. 그리고 다음번 마을에서 우리는 모두 주저앉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마을에는 제대로 된 바나 레스토랑이 없었다. 그저 작은 슈퍼마켓이 하나 있을 뿐이었고, 지치고 허기진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참치와 빵을 사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케샤까지 합류하여 우리는 모두 넷이었다.

살라미도 사고 치즈도 산다. 네 명이 되니 음식을 사서 나눠먹기는 딱 좋았다.


슈퍼 주인아주머니께 힘들게 부탁하여 화장실을 쓰고, 밖으로 나왔더니 마땅히 음식을 먹을만한 곳이 없었다.

지친 순례자들이 장소를 따지겠는가? 그저 우리는 뜨거운 햇살만 피하면 됐었기에 건물 그늘에 주저앉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살다가 이렇게 길 위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기는 처음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거지가 아니고 순례자기 때문에 괜찮다고 얘기하며 웃었다.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들, 땅바닥에서 빵을 자르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사실 난 담담한 척 괜찮은 척 하긴 했지만 마음은 조금 불편했었다. 길에서 무엇인가를 먹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 것보다는 조금 더 걸어가서 편안하고 쾌적한 곳에서 편안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탓 이리.


그 날 함께 그 상황을 공유했던 친구들은 이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1703D6384F8C16872E2326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



하늘은 너무나도 푸르렀다. 시간은 어느덧 두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림같이 아름답지만 너무나 뜨거운 길이 시작되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오늘 30km를 갈지 37km를 갈지 정하지 않았다. 상황을 봐서 가던지 멈추던지 하자고 했지만, 둘 다 너무도 긴 길이긴 매한가지였다.


마을을 벗어나는 어귀에서 작은 샘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쉬고 있는 굴리와 안토넬로를 다시 만났다.


"와우! 우리는 너희들이 훨씬 앞에 있을 줄 알았어! "


굴리는 정말 유쾌하다. 그 시원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란! 우리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노 안토넬로가 산드라와 이런저런 대화를 한다.


이탈리아노와 브라질리언이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둘 다 스페인어에서 파생된 언어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대화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뭔갈 서로 얘기하고 있다. 이틀간 그녀와 대화를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20531E444F8C16A9345407 스프링 쿨러가 돌아가고 있는 초록빛 밭과 푸른 하늘



길 옆으로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연약한 풀잎들을 보호하려면 쉴 새 없이 물을 뿌려줘야 할 것이다.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해 우리도 잠시 멈춰 서서 스프링 쿨러가 우리 쪽으로 향하길 기다렸다. 시원하게 물이 흩뿌려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줄기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머리 위로 시원한 물이 뿌려진다.


그런 서로의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함께 또 웃고야 만다.



파랑고 하얗고 푸르르다.

어린 시절, 내가 그림 속에 그리던 하늘과 구름이 이러했었는데.



146C05444F8C16CA01DDD3 뜨거운 한 낯의 수로, 그리고 그 속의 구름



밭을 따라 만들어진 작은 수로에도 구름이 떠 있다.



메마르고 뜨거웠던 스페인의 여름,

지금은 그 열기는 모두 잊히고, 아름다운 사진으로만 남아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들이 그 날의 열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준다. 감사하다.






마지막 6km를 앞둔 마을, 우리는 물을 구하러 그 마을의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오 마이 갓!


그곳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풀장이 있었다.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이미 그곳에서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푸르른 풀장으로 당장 점프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틀 뒤 있을 안토넬로의 생일을 위해 오늘은 반드시 37km를 가야만 했다. 그만 걷고 이 아름다운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틀만 더 참자고 다짐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테라스에서 맥주와 샐러드를 먹고 있는 인나 언니를 발견했다. 언니는 한국말로 통화 중이었다. 아마 한국에 있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중인 듯했다.


시원하게 맥주 한 모금 들이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인나 언니에게 살짝 인사만 하고서 나를 기다리는 산드라와 까뜨린에게로 갔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바를 우리는 지나치지 못하고, 콜라 한잔을 하기로 했다. 바의 직원들도 씨에스타 시간이라 모두 자리에 없었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콜라를 하나씩 뽑아 들고 그늘을 찾아 앉았다.


콜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였지만, 이 뜨거운 나라에서 콜라가 주는 그 시원함과 청량함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145556444F8C16D231203B 콜라와 함께 씨에스타 중



씨에스타 시간이라 마을에는 아무도 없었다. 뜨거운 스페인의 4시, 그늘조차 뜨거운 그 시간에 우리는 콜라에 의지한 채 우리만의 작은 씨에스타를 즐기고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을 우리는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보냈다. 어느덧 다섯 시가 되어 햇살이 그 열기를 조금 접어 넣고 있었다.



까뜨린의 강인한 의지로, 우리는 다시 일어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걷기 좋은 길이 이어졌다.

편편했고, 보드라웠으며, 그늘이었다!



1461EF444F8C16F51928D2



이 아름다운 길을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뚜벅뚜벅 걸었다.

감탄할 힘도, 말할 힘도 없었기에 그저 걸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6km, 그런데 시간은 50여분이 지나 있었다.


세상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50분 만에 6km를 걷다니!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신이 알아서 땅을 줄여 준 듯한 기분이었다. 신기해하며 우리는 알베르게로 향했다.




케샤, 후미야, 켄따루, 몰리 등 우리의 친구들이 알베르게 입구에서 포옹으로 반갑게 맞이해줬다. 서로의 볼에 뽀뽀를 해 주며 다시 만나게 됨을 기뻐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이 인사가 이젠 너무 좋게 느껴진다.


다행히 알베르게에는 느지막이 도착한 우리를 위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우리는 임시로 만든 듯한 뒤편 공간에 만들어진 방을 배정받았고 그곳에서 1층으로 된 매트리스를 고를 수 있었다.


아.. 정말 행운이었다. 삐걱거리는 2층 침대가 아니라니!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지경이었다.


짐을 풀고 씻고 우리는 슈퍼마켓을 찾아 밖으로 향했다. 산드라는 그곳에서 브라질리언 친구들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했고, 나는 까뜨린과 케샤와 함께 마을을 돌았다.


그리고 그냥 밥해먹기도 너무 지치고 귀찮아서 작은 피제리아(PIZZERIA)로 들어갔다. 각각 메뉴를 하나씩 고르고 와인을 한병 주문했다. 나는 치킨카레를 골랐다. 오랜만에 먹는 밥인 듯했다.


저녁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굴리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로 와서 합석해도 되겠냐 묻고 앉는다. 그리고는 시끌벅적하게 어제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주 웃겨 죽으려고 했다. 사실 웃음 포인트를 놓친 나는 따라 웃긴 했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왜지? 왜 저렇게 웃는 거지?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제 우리가 끝도 없이 지루한 회색빛 길을 걷고 있을 때, 까뜨린이 굴 리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5km 앞에 장례식이 있어. 그러니까 힘내."


....

..

..


그녀는 5km 앞에 샘이 있어.. fountain이라고 말을 한다는 걸 잘못해서 funeral로 얘기해버린 것이다.

샘은 순식간에 장례식이 됐고, 그 말을 들은 굴리는 배를 잡고 넘어간 것이었다.


근데 사실 난 그렇게 미친 듯이 우습지는 않았다.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대는 굴리와 케샤를 보며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 까뜨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들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건 비단 영어 실력만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문화 차이, 혹은 관습의 차이로 웃음 포인트가 다른 것이라. 아무튼 나 역시 따라 웃긴 했지만 웃으면서도 참 묘한 기분이 드는 상황이었다.



167C29364F93C5700202F4



웃음은 레스토랑을 나와 알베르게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어쨌거나 어두운 길을 다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걸어왔다. 흥이 많이 오른 굴리와 케샤는 와인을 한잔 더 하겠노라며 주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류했고, 지친 나와 까뜨린은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나란히 붙어있는 매트에 누웠다. 옆에 누군가가 이렇게 가까이 있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2025D94B4F8C385211D680



각자의 침낭에 누워 우리는 한 마리의 애벌레처럼 잠을 청했다. 우리의 모습이 우습다며 굴리가 사진을 찍었다.


옆에 누워있는 까뜨린을 보니 어쩐지 언니가 생각났다. 이 금발의 하얀 피부를 가진 친구와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이젠 이 길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다.



고마운 친구, 하지만 오늘 밤도 어쩐지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왜 이리 복잡하기만 한가 모르겠다. 막상 혼자가 될 자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오늘따라 하늘도 정말 이쁘고 풍경도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어딘가 모나 있는 내 마음이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 길에 왔고 또 걷고 있는 것을까?

나의 이 불편한 마음이 내 곁을 지키는 이 사람들 때문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던 무수히 많은 구름처럼 내 머릿속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떠돌아다니는 듯하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






keyword
이전 13화지나친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