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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03. 2021

대약재동계 (大约在冬季)

씁쓸한... 양안관계?


■ 원어 제목: 대약재동계 (大约在冬季, 따웨짜이똥지)

■ 영어 제목: Somewhere Winter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2019

■ 감독 : 王维明

■ 주요 배우 : 马思纯,霍建华,魏大勋,张瑶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9년 11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대약재동계(大约在冬季)>입니다. 순수해서 씁쓸하고 진부해서 아쉬운 멜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중국에 있을 때 개봉하긴 했는데, 사실 영화관에서 보진 않았습니다. 배우들은 나쁘지 않아요. 남자 주인공 훠졘화(霍建华, 곽건화)는 <황제의 딸> 자미로 열연했던 임심여(林心如, 린씬루)의 남편이자 대만의 유명한 배우고, 여자 주인공 마쓰츈(马思纯, 마사순)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七月与安生)>에서 주인공 칠월 역을 맡았던 대륙의 유명한 배우니 분명 흥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점이 좋지 않았어요. 극장가선 절대 보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해서 일단 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두 달 정도 지난 다음에야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회사 선배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평소 멜로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선배인데 제가 중국에 있고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으니 한 번 보라고 추천해주신 거죠. 결론적으로는, 극장에서 보지 않길 잘했습니다.


네, 사랑 영화입니다. 우연히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서 사진사와 피사체로 알게 된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고, 서로 헤어짐에 아파할 때 마침 곁에서 자신을 위로해주던 사람과 결혼합니다. 그렇게 맺어진 부부의 연도 또 불가피한 이유로 끝나고 몇 년 뒤, 또 우연한 계기로 각자의 아들과 딸을 통해 또다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두 사람. 하지만 추억은 추억 속으로 묻어두기로 결심하는, 정말 아주 아주 아주 진부한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둘 다 첫사랑인 건 아니라서 <건축학개론>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사실 결말의 처리방법만 놓고 보면 두 영화가 비슷합니다. 이미 이제훈과 수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 남아있어서 그런 것인지, 이 영화는 더 진부하게만 느껴집니다. 


씁쓸하지만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그나마 좀 덜 진부하게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서두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두 인물이 한 명은 대만, 한 명은 중국 대륙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양안 관계를 상징하는 것만 같은 이 미묘한 떡밥입니다. 대륙에서 사진사로 성공 좀 해보겠다고 대만에서 건너온 남자 주인공은 결국 대륙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대만으로 돌아가게 되죠. 여자는 바다 수영을 해서라도 함께 대만으로 갈 마음이 있었지만 남자는 결국 혼자 떠나옵니다. 먼 훗날 자식들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난 뒤 남자는 처음 두 사람이 만났던 것과 같은 콘서트에서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여자는 그런 그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죠. 무작정 쫓아가서 함께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양안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갔나요?ㅎㅎ


두 번째 포인트는 <대약재동계(大约在冬季)>라는 노래 한 곡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대약재동계(大约在冬季)>는 실제 대만 가수 치친(齐秦)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치친은 본인의 대표곡인 이 노래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작가 라오쉐만(饶雪漫)의 노력으로 동명의 소설로 변신한 작품을 다시금 영화화하게 되었습니다. 치친이 전성기 때 했던 콘서트에서 실제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머플러를 흔드는 소녀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영화는 이 소녀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됩니다. 게다가 콘서트 장면에서는 실제로 치친 본인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도 하죠. 한 곡의 노래와 한 명의 소녀가 결국 이 작품을 탄생시킨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어느새 차가워져 버린 작금의 대만과 대륙의 관계처럼, 사랑이라는 건(?) 정말 타이밍인 것 같아요. 각자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결국 평생을 곱씹는 인연으로, 혹은 회한으로, 혹은 추억으로 남는 거죠. 더 이상 마냥 해피엔딩인 영화나 드라마가 잘 나오지 않는 건,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알아버렸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가끔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현실엔 없으니 브라운관에서라도 말이죠. 영화의 평점이 좋지 못한 건, 이미 현실적인 스토리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다소 씁쓸했던 멜로 영화, <대약재동계(大约在冬季)>의 리뷰를 여기서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회사 선배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 마쓰츈(马思纯)과 훠졘화(霍建华)가 연기했다. 굉장히 순수하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현실적인 멜로 영화다. 하지만 일부 디테일이 좀 부족한데, 아마 그래서 평점이 낮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가 심의를 통과한 게 혹시 결말이 우호적인 양안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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