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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04. 2021

여과와우유애정 (如果蜗牛有爱情)

달팽이가 사자를 만났을 때


■ 제목: 여과와우유애정 (如果蜗牛有爱情, 루궈워뉴요우아이칭)

■ 장르 : 멜로 / 범죄 / 스릴러

■ 년도 : 2016

■ 감독 : 张开宙

■ 주요 배우 : 王凯,王子文 등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2016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과와우유애정(如果蜗牛有爱情)>입니다. 드라마의 제목은 한국어로 하면 "만약 달팽이가 사랑에 빠진다면" 쯤 될까요? 


드라마는 본래 딩모(丁墨)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주연으로는 왕카이(王凯)와 왕즈원(王子文)이 열연했습니다. 이 두 배우가 함께 나오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적이 있는 <환러쏭(欢乐颂)>에서도 이 둘은 커플이었죠. 형사·추리물이지만 동시에 멜로물이기도 한 이 드라마에서 역시 이 두 배우는 커플이 됩니다. 


<환러쏭(欢乐颂)>의 주연배우들을 갖다 썼으니 드라마의 제작사가 궁금하실 것 같은데, 이전 매거진 글들을 읽으셨다면 예상하실 수 있듯 이 드라마 역시 정오양광(正午阳光)에서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왕카이는 거의 정오양광의 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매거진에서 소개드린 드라마 중에 정오양광에서 만들었지만 왕카이가 나오지 않은 드라마가 정말 별로 없습니다. <도정호(都挺好)> 정도이려나요? <도정호(都挺好)>에 왜 왕카이가 못 나왔냐, 생각해보면 왕카이처럼 완벽하고 잘난 인물이 그 드라마 등장인물 중에 별로 없거든요 ㅠㅠ.. 쓰고 싶어도 각본 때문에 못썼을 겁니다.


흠흠, 각설하고, 제목이나 포스터에서는 은은한 멜로의 향기가 풍겨오지만 사실 이 드라마에서 멜로만큼이나 비중을 차지하는 건 추리나 수사입니다. 일단 왕카이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 지바이(季白)부터가 능력자 수사반장이고, 드라마의 주된 배경 역시 경찰서나 사건 현장입니다. 그럼 상대 여자 주인공은 무슨 역할이냐고요? 왕즈원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은 범죄심리를 공부하고 경찰서에 온 인턴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싸움에 능하지만 디테일이 좀 떨어진다면 여자 주인공은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추리에는 능하지만 싸움을 전혀 못하죠.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예상하셨다시피 이 두 정반대의 캐릭터가 사수와 부사수로서 경찰서에서 만나 함께 사건 현장에서 서로의 장기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다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렇게 커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만, 드라마가 이 진부한 멜로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은 또 비교적 신선해서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은 있습니다. 사건 수사한다더니 현장에서 연애질만 줄창 하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추리나 스릴러의 느낌도 곁들여져 있어 생각보다 괜찮았단 이야기죠. 게다가 사건 수사를 위해 가게 되는 지역들이 중국 서남부의 윈난(云南), 시솽반나(西双版纳), 또 미얀마(缅甸) 등지라서 이국적인 풍경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목에 왜 달팽이가 들어가냐 궁금하실 텐데, 그 이유는 이 드라마의 첫 장면에서 아실 수 있습니다. 처음 경찰서에 온 여자 주인공이자 인턴 쉬쉬(许诩)는 그 특유의 관찰력과 나름의 크로키 능력으로 경찰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동물 캐릭터로 그려 표현합니다. 출근 첫날임에도 경찰서 내 인물들의 관계나 각자의 성격 등을 꿰뚫어 보고 그림을 슥슥 그려내는 그녀의 관찰능력에 모두 놀라는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럼 본인은 동물로 그리면 뭐냐고 묻죠. 그때 쉬쉬가 자신이라고 그린 동물이 바로 달팽이입니다. 그녀가 곧 사랑에 빠질 남자 주인공 지바이는 사자로 표현되죠.


지바이는 사자로 표현된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집단에서 우두머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행동력과 결단력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키가 크죠. 그야말로 먼치킨급 형사입니다. 반면 쉬쉬는 본인을 달팽이로 묘사할 정도로 천천히 뜨거워지고, 반응이 느리고, 체력도 좋지 않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할 뿐인 캐릭터입니다. (사실 그렇게 묘사된 게 이상할 정도로 이 인물도 먼치킨급 총명함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이 달팽이가 사자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또 사자가 달팽이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환러쏭(欢乐颂)>의 왕카이와 왕즈원을 못 잊어서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되셨을 텐데요. 실제로 이 드라마를 촬영한 시점이 이미 이 두 배우가 <환러쏭(欢乐颂)>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합니다. 이미 커플 역할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그것도 두 시즌에 걸쳐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사실 이미 호흡이 아주 잘 맞는 커플이 된 상태였죠. 


너무 호흡이 잘 맞아서 탈이었습니다. 이미 너무 친해진 나머지 연기하다가 빵 터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NG도 수없이 났다고 하네요. 왕카이도 왕카이지만, 왕즈원은 <환러쏭>에서의 취샤오샤오(曲筱绡)와 이 드라마에서의 쉬쉬가 성격이 너무 정반대라 연기하기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프로 배우인 만큼 조용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쉬쉬의 모습을 잘 연기해냈습니다.


드라마가 중국 드라마로서는 아주 드물게 21화입니다. 거의 단편 수준이죠. 그런데다 멋진 왕카이와 매력적인 왕즈원이 나옵니다. 이쯤 되면 뭐 충분히 한 번 찾아서 볼만한 드라마죠. 중국 드라마가 평균적으로 40화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는 설령 선택에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어도 기회비용이 다른 드라마보단 적은 편이니까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시기 전에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드라마가 짧은 대신에 해결되지 않은 복선이 좀 많아서 시즌 2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 나오는지는 미정이지만요.... 즉 결말을 보더라도 마음이 찝찝합니다. 둘째, 왕카이가 멋있어도 너무 멋있게, 완벽해도 너무 완벽하게 나와서 오히려 좀 덜 멋있습니다. 이 드라마 속 왕카이에 대해서는 '멋있어, 근데 이상해'라는 게 제가 드라마를 보고 난 소감이었어요. 분명 사건도 본인이 해결하고 범죄자도 본인이 때려잡는데, 묘하게 어색하고 조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별생각 없이 그냥 감상하시면 그저 멋있긴 합니다만.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그렇고, 왕카이가 유난히 중국 드라마에서 형사 역을 많이 맡는데요. 배우가 가진 '곧고 올바른' 이미지 때문이겠지만, 너무 한 가지 카테고리의 역할에 배우가 묻히는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 왕카이가 비열하고 교활한 악역을 맡아 진정한 연기 변신을 하는 날을 소망하는데,... 아무래도 정오양광 사단에 갇혀있는 한 그런 날은 요원할 것 같기도 하네요.


<환러쏭(欢乐颂)> 왕카이, 왕즈원 커플의 팬이셨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멜로 + 형사극, <여과와우유애정(如果蜗牛有爱情)>이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왕카이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ㅠㅠ 근데 이 드라마 왕카이를 너무 먼치킨 형사로 만들어서 좀 어색하다. 총 21화인데, 2021년에 시즌 2가 나온다는 얘기도 있네.. 스릴러 드라마인데, 스토리도 꽤 잘 짜여 있다. 다만 얘기가 다 끝나질 않아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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