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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09. 2021

부재양니고단 (不再让你孤单)

혹시... 일국양제?


■ 원어 제목: 부재양니고단 (不再让你孤单, 부짜이랑니꾸단)

■ 영어 제목: Mei Li Ren Sheng

■ 장르 : 멜로

■ 년도 : 2011

■ 감독 : 刘伟强

■ 주요 배우 :  刘烨,舒淇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1년 중국, 미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개봉한 영화 <부재양니고단(不再让你孤单)>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다시는 너를 외롭게 만들지 않겠어"라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좀 슬픕니다. 영화를 본 날이 2020년 1월 24일인데, 그때 저는 상하이에 있었습니다.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절을 앞두고 긴 연휴를 어떻게 즐겁게 보낼지 궁리를 하고 있었죠. 그때 갑자기 웨이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기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그래서 응당 즐거운 휴일이어야 할 춘절 연휴가 엉망진창이 되었고, 2월 초 귀국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컵밥, 컵라면을 집에 잔뜩 갖다 놓고 문을 걸어 잠그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두문불출이 시작되었을 때 평소 좋아하던 배우 리우예(刘烨)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영화입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영화죠. 영화를 보고 몹시 울었는데, 영화를 볼 당시 제가 너무 우울해서 그랬던 건지 영화가 정말 감동적이고 슬퍼서 그랬던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봐도 울었다는 분이 많은 걸 보면 그래도 영화가 정말 꽤 슬프긴 했나 봅니다.


영화의 제목으로 눈치채셨겠지만, 이 영화는 멜로물입니다. 그것도 아주 정통 멜로물입니다. 홍콩에서 베이징으로 일하러 온 여주인공이 성실하고 다정다감한 경찰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기억상실 떡밥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주인공이 기억상실을 당하는 통념(?)을 깨고, 영화는 남주인공이 기억상실을 당합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끝까지 곁에서 함께 해주죠. 말씀드렸습니다. 정통 멜로물입니다.


저는 사실 이 영화를 본 뒤 감동도 좀 받았고, 리우예와 슈치(舒淇, 서기), 두 남녀 주인공도 각각 대륙과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로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린 창춘(吉林长春)이 고향인 리우예의 동북지방 발음과 홍콩 사람 슈치의 남방 어투가 섞인 발음이 섞이는 것도 듣기 나쁘지 않았고요.


리우예야 뭐 제가 필모그래피까지 뒤져가며 찾아볼 정도이니 말해봐야 입 아프고, 오히려 슈치의 매력을 좀 봤습니다. 누가 이 영화 후기에 그렇게 썼더라고요. "슈치는 술 취한 연기를 할 때만 진짜 연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그녀의 연기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의 글이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자연스럽고 예쁘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술 취한 연기를 하는 슈치의 매력 때문에 저는 영화 내내 슈치가 참 예뻐 보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중국인들의 이 영화에 대한 평은 그다지 좋지가 않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슈치의 연기 혹평은 물론이고, 남녀 주인공 말투가 너무 안 어울린다느니, 스토리가 싸구려 막장 드라마 같다느니,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느니.. 영화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후기를 쓰러 들어갔다가 중국인들의 평에 놀랐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평은 이거였어요. 


"홍콩인이 만든 베이징 러브 스토리 같다. 차라리 대륙 아가씨와 홍콩 경찰의 만남인 편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가 홍콩이고, 그래서 미국이나 홍콩, 대만에서 거의 동시에 개봉이 가능했던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가 너무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자연스럽지가 않다는 평이었어요. 뭐, <첨밀밀(甜蜜蜜)>처럼 대륙에서 홍콩으로 넘어가 돈을 버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옛날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중국인이 있는 것도 이해는 돼요. 


하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기억을 상실한 것이 홍콩 사람이 아니라 대륙 사람이라서 그런 건가?"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스토리를 잘 생각해보면 성실한 대륙 사람과 잘 노는 홍콩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데, 성실한 대륙 사람은 기억을 잃게 되고, 기억을 잃어 생활에 지장이 큰 대륙 사람을 홍콩 사람이 끝까지 보살펴주고 사랑해준다는 내용이거든요. 일국양제 후 홍콩과 대륙의 경제발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또 제작사가 홍콩 제작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뭔가 대륙이 홍콩의 보살핌을 받아야지만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 좀 불편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차라리 대륙 아가씨와 홍콩 경찰의 만남이 좋았을 거라는 평이 있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너무 정치적인 해석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또 워낙 정치적인지라.


하지만 어쨌든, 이런 중국의 지역적, 정치적 차이를 모르는 관객이 보면 그저 감동적인 찐 멜로 영화인 <부재양니고단(不再让你孤单)>입니다. 혹자는 중국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고도 하더군요. 마냥 감동적이고 순수한 멜로 영화를 찾으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어떻게 나인 줄 알았어?" "왜냐면 너만 나를 팡쩐동이라고 부르니까." 이 영화가 이렇게 감동적일 줄 은 몰랐다.. 2011년의 리우예는 여전히 멋있다. 슈치의 연기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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