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열두 발자국
· 저자: 정재승
· 완독일: 2021.12.18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건 괜찮지만, 지금 이게 싫으니까 그만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대책도 없죠. 그 순간 너무 싫기 때문에 도망치듯 그만두지만,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지금의 자리가 싫다면, 뭘 꿈꿔야 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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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길을 잃어본 경험이 별로 없죠. 길을 잃어본 순간,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지도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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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두려운 건, 그동안 의사결정의 주체였던 인간이 앞으로는 인공지능에게 의사결정을 맡기고 결재만 하는 존재로 추락할 것 같은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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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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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신뢰하는 아날로그 반격에 대한 기원 가설은 '뇌와 몸의 균형'을 향한 갈구입니다. 디지털은 뇌만 자극하지만, 아날로그는 몸도 자극합니다. 디지털 문명 세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받는 반면 몸을 쓰고 반응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하고 결정하면, 다시 몸이 세상에 적용하는 일상적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워라밸만큼이나 몸(바디)과 뇌(브레인)의 균형, 즉 '바브밸'을 중시해야 합니다. 디지털 문명이 우리를 뇌와 손가락만 발달한 E.T.로 만들지 않도록,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몸의 자극과 반응에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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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철이 든다'는 것은 시대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서서히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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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모두 별빛을 쏟아냈던 별가루로 만들어진 단일종족이다. (We are one species. We are star stuff harvesting star light.) - 칼 세이건(Carl S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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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공지능이 우리를 위협할 불안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를 불안해하는 건 너무 과한 반응 같고요.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시키면 웬만한 일은 다 하는 시대에 왜 학교는 우리를 자꾸 인공지능 수준으로 머릿속에 똑같은 것만 넣으려고 하는지, 인공지능이 우리 뇌를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인공지능 대하듯 우리 뇌를 인공지능화하는지,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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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디폴트 모드는 리더십 모드가 아니라 팔로십 모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리더가 되려는 성향을 가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따라 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학습을 하면서 여러 사람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리더를 찾고 그를 따른다. 내가 특별히 주목받거나 타깃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뇌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 서로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에게 콩고물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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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온전히 자기 머릿속에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창의성이 생기진 않아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창의성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가, 누구의 영향을 받는가, 누구의 책을 보는가, 어떤 경험을 쌓는가에 따라 길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평일 하루 연차를 내고 교보문고에 들러 이런저런 책을 뒤적였던 그날의 그 여유로웠던 오후를 잊지 못한다. 사람에 부대낄 일도 없고, 온전히 나를 위해 책을 고르던 그 시간. 이 책은 그때 골랐던 책이다. 평생 과학과 관련된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저자가 대중에게 했던 강연이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라 그런지 참 쉽게 읽혔다. 그의 강연 내용 속에서 인사이트도 많이 받았다. 역시 전문가는 괜히 되는 것이 아닌 듯.. 나의 뇌가 특정 상황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과학 책이라고 멀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