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달콤 살벌한 한·중 관계사
· 저자: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시민강좌팀
· 완독일: 2022.03.09
지구를 우주에 비교한다면 미세한 티끌만큼도 안 되며, 저 중국을 지구에 비교한다면 십수분의 1밖에 안 된다. (중략) 하늘에서 본다면 어찌 안과 밖의 구별이 있겠는가? 중국이나 오랑캐나 한가지다. - <담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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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다음과 같이 조선의 역사를 평가한다. "사대주의적이면서 폐쇄적이었던 성리학으로 인해 조선은 근대화에 뒤쳐졌고, 그 결과 제국주의 열강의 먹잇감이 됐다"라고. 얼핏 보면 그럴싸하지만, 사실 이 말은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조선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호수를 통해 빠르게 서양의 문물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학을 발전시켰고,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조선은 성직자의 파견 없이도 천주교 신자를 탄생시킨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성리학은 그렇게까지 폐쇄적인 학문이 아니었다. 심지어 조선의 지식인들은 오랑캐, 즉 이적이라고 생각했던 청에 대한 인식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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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같이 열강에게 모욕당하고 피해를 입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이 개화파에게 격렬한 중국 혐오 감정을 만들게 했고, 이것이 개화파가 장악한 신문을 통해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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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의 지식인은 국가 멸망의 위기 속에서 개혁에 대한 열망과 조바심을 공유했다. 서로에 대한 혐오 인식이 그들의 목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매우 날선 비난을 가했다. 한중 양국은 모두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략에 고통받는 피해자였지만, 서로 혐오하고 자신들은 저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피해자의 동류 혐오는 이렇게 형성됐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고려시대, 조선, 근현대까지,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관계가 어떤 이유로 어떤 양상을 띄었는지를 보여주는 책.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외교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한족의 중국 뿐 아니라 몽고, 거란, 여진 등 소수민족까지 함께 다루는 것이 특징.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정립해오며 지금까지 버텨냈는지를 보여주는 책.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