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등산 가실래요..?
■ 원어 제목: 은비적각락 (隐秘的角落, 인미더쟈오루어)
■ 장르 : 드라마 / 범죄 / 스릴러
■ 년도 : 2020
■ 감독 : 辛爽
■ 주요 배우 : 秦昊,荣梓杉,史彭元,王圣迪 등
· 전편에서 소개한 <십일유희(十日游戏)> 다음으로 미우극장(迷雾剧场)을 통해 아이치이가 선보인 두 번째 드라마. 높은 평점으로 계속 랭킹에 있었을 뿐 아니라 친구도 추천을 해서 보게 된 드라마인데, 보고 나서 정말 2020년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하게 되었음. 다른 미우극장의 드라마들처럼 총 12회밖에 되지 않는 양심적인 길이도 그 매력을 배가시킴. 한국에도 <나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 채널 A 등을 통해 볼 수 있는듯하다.
· 원작은 즈진천(紫金陈)의 소설 <나쁜 아이들(坏孩子)>. 3명의 아이들이 우연히 어떤 살인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로 인해 어른들의 어두운 이면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내용임.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마다 각자 은밀한 곳에 감춰둔 비밀이 있고, 그것이 드러내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3명의 아이들이 스스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려고 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아역들 연기도 일품! 결말은 다소 열린 결말이어서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 각종 추측이 오가곤 했음.
· 감독이 기타리스트 출신이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가 그가 찍은 첫 장편 드라마라고 함. 밴드 활동을 할 때 스스로 뮤직비디오 같은 것은 찍어봤어도 드라마를 찍은 적은 없다고 하는데, 첫 작품에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 듯. 이 작품 이후로 아직 대단한 작품을 찍진 못하고 있음. 어쩌면 각본의 도움이었을지도..?
· 세 명의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제작진이 1년이라는 시간을 각지에 있는 학교 앞에 서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보냈다고 함. 그렇게 찾은 아이들이 연기까지 잘 해냈으니, 제작진은 매우 뿌듯할 듯. 최근 보고 있는 <천재기본법(天才基本法)>이라는 드라마에도 이 드라마에 나왔던 여자 아역이 등장해서 신기했음.
· 남자 주인공이자 살인범 역을 맡은 배우 친하오(秦昊)는 연상의 대만 여배우와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드라마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장동셩(张东升)이라는 인물이 너무 악역이라 자신의 친딸이 보면 충격을 받을까 봐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함. 하지만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OK 했다고.
·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 장동셩(张东升)이 계획 살인을 하기 위해 '등산'을 제안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도 선량한 척을 하며 "같이 등산하실래요?(一起爬山吗?)"라는 대사를 친 후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준다는 핑계로 장인 장모를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경악. 덕분에 그의 이 대사는 "등산 드립(爬山梗)"의 탈을 쓴 "살인 드립"이 되어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게 되었고, 이 짤의 화제성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사람도 많았음. 이 드라마를 추천해준 친구도 이 짤 때문에 보게 되었다고. 배우인 친하오(秦昊) 본인도 웨이보에서 이 드립을 장난 삼아 치곤 했음. 친하오랑 같이 등산 가면 죽는다고, 같이 안 간다는 사람들이 속출.
· 이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 옌량(严良)이 미우극장의 <침묵적진상(沉默的真相)>, <무증지죄(无证之罪)>와 같은 다른 드라마에도 등장하여 동일인물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동일인물은 아니고 그냥 인물 이름을 동일하게 한 듯(왜냐하면 이 드라마 결말이...). 작가가 꼬마 옌량이 어른이 되어 실제로 경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투영하여 다른 드라마에 등장시켰다는 말도 있고.
· 한국에 번역되어 플랫폼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중국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 타임슬립, 청춘 멜로물 일색이었던 상황에서 이런 생소한(?) 스릴러 드라마가 번역되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의 작품성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함. 한 번쯤 볼만 함!
[譯] 강력추천! 올해 본 드라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듯..! 스토리 전개가 치밀하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특히 아역들! 남자 주인공 장동셩(张东升)의 그 겉과 속이 다른 연기도 대단했다. 드라마 속에서 계속 흰색 옷을 입고 완벽한 사람인 척했던 남자 주인공이 마지막 회에서야 상처를 통해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 놀라웠다. 3명의 아이들이 한 명의, 혹은 여러 명의 성인을 상대하는 게 참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추악했을 수도 있고, 혹은 우리가 어쩌면 아이들의 힘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그 순진한 아이들이 마음속의 느낀 바를 잘 보존하고 살아남길 바란다. 추악한 어른들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