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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02. 2022

백일염화 (白日焰火)

대낮의 불꽃은 쏘아올린 사람만 안다


■ 원어 제목: 백일염화 (白日焰火, 바이르옌훠)

■ 영어 제목: Black coal, Thin ice

■ 장르 : 드라마 / 범죄 / 스릴러

■ 년도 : 2014

■ 감독 : 刁亦男

■ 주요 배우 : 桂纶镁,廖凡 등



. 다음에 리뷰할 <침묵적진상>을 보던 중 배우 랴오판(廖凡)의 필모그래피를 보다가 발견한 영화. 평점이 나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계륜미도 나와서 보게 되었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배우 랴오판을 영제(影帝,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영화.


. 제목인 <백일염화>는 대낮의 불꽃이라는 뜻으로, 영화 속 한 장소의 이름이자, 영화 마지막에 대낮에 불꽃이 터지는 장면으로 귀결되는 단어이기도 함. 대낮에 불꽃을 터뜨리면 그 빛이 잘 보이진 않지만 불꽃을 터뜨린 사람은 잘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당사자에게는 너무 잘 보이는 사랑, 혹은 증오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 영화는 일련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직 경찰인 남자 주인공이 그 진범을 잡기 위해 추리를 하는 과정을 보여줌.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인인 미망인 여자 주인공과 미묘한 감정에 빠지게 되는데, 여자 주인공에게 이성으로서 끌림을 느끼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조사하고 있던 사건의 배후에도 이 여자가 있음을 직감하게 되고, 이런 추리와 로맨스가 교차되어 영화는 복잡하게 흘러감.


. 누구보다 더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여자 주인공이 결국 돈 때문에 누구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했던 이야기. 영화가 시종 너무 어둡고 무거워서 다 보고 난 뒤에는 그녀가 죗값을 치르고 나서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히려 하게 됨. (물론 출소할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


. 영화의 배경은 겨울의 하얼빈. 두껍게 쌓인 눈과 영하 30도 아래의 낮은 기온, 짧은 낮이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배가시켜줌. 


. 랴오판은 전직 형사 역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10kg이나 살을 찌웠다고. 계륜미는 대만 사람이지만 이 영화에선 동북지방에 사는 사람으로 나옴. 추운 날씨에 촬영하기 엄청 힘들었을 듯..


. 개인적으로 랴오판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영화도 흥미롭게 봤음. 좀 무겁고 쳐지는 영화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서사도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음. 가볍게 타임 킬링 할 영화로는 적절하지 않은 듯하지만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볼만 함. 



[譯] 랴오판이 사건을 해결하는 또 다른 영화.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풀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르달까..? 사건 해결 후 랴오판이 보여주는 그 무력한 춤사위가 무척 인상 깊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마치 낮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햇빛 아래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선명했다. 여자 주인공이 죗값을 치른 뒤에 남자 주인공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대만 사람 계륜미가 동북 사람을 연기하는 건 아마 무척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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