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수입 14억 위안에 달한 카이신마화(开心麻花)식 코미디
■ 원어 제목: 하락특번뇌 (夏洛特烦恼, 씨아뤄터판나오)
■ 영어 제목: Goodbye Mr. Loser
■ 장르 : 코믹 / 멜로
■ 년도 : 2015
■ 제작사 : 开心麻花
■ 주요 배우 : 沈腾,马丽 등
이번에 소개드릴 작품은 매거진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중국 영화네요. 영광의 첫 주인공은 2015년 무려 흥행수입 14억 위안을 달성한 국민영화(중국이니까 인민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夏洛特烦恼>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 했을 때 제목이 좀 긴데, 사실 제목에 별 뜻은 없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씨아뤄(夏洛)인데 영화 속에서 고뇌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씨아뤄는 너무 고민스러워요ㅠㅠ" 정도의 뜻이랄까요? 또우빤(豆瓣) 플랫폼에서만 143만 명이 넘는 사람이 관람 후 기록을 남겼고, 그들이 준 평점이 7.7점이면 나쁘지 않은 점수죠. 이 플랫폼에서 집계한 중화권 코미디 영화 랭킹에서는 19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국민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영화긴 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유명하다고 추천받아서 보게 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순전히 배우 왕카이(王凯) 때문입니다. 아니, 왕카이는 여기 출연하지도 않는데 왜 왕카이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냐고요? 백문이 불여일견(百闻不如一见)! 아래 영상을 보시죠.
왕카이가 이 영상에서 부르는 노래는 중화권 유명한 가수 중 한 명인 양종위(杨宗纬)의 <한 번이면 돼요(一次就好)>입니다. 왕카이에 빠져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그가 노래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非가수들의 노래 경연 방송인 <과계가왕(跨界歌王)>에서 왕카이가 부른 노래들 중 이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왕카이의 목소리도 감미롭고, 노랫말도 어렵지 않아 듣기 좋더라고요. 왕카이가 부른 버전을 듣다 보니 양종위가 부른 원곡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위챗 모멘트(朋友圈)에 이 노래를 공유했죠. 요즘 듣는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러자 그걸 본 중국인 친구 曰, "너 <夏洛特烦恼> 영화 봤어? 이 영화 OST가 그 노래야~ 영화도 엄청 재밌으니까 꼭 봐!"
구구절절 썼지만, 결국 계기는 왕카이입니다. 왕카이가 아니었다면 이 노래를 못 들어봤을 것이고, 영화 역시 볼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혹시 중국에서 노래방에 가게 되거나 중국인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게 된다면 이 노래를 불러 보세요. 아마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주제가 소개는 이쯤 하고, 영화 소개를 좀 해볼까요? 이 영화를 소개하려면 두 개의 키워드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국경절 블록버스터(国庆大片,国庆档)", 다른 하나는 극단 카이신마화(开心麻花)입니다.
중국에는 영화 흥행이 잘 되는 대표적인 기간이 두 번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두 기간은 중국인들이 길게 쉬는 기간과 일치하죠. 하나는 춘절(한국의 구정) 기간, 다른 하나는 국경절(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일) 기간입니다. 중국인들은 두 기간에 평균적으로 약 일주일 정도를 쉬고, 사람에 따라 앞뒤로 붙여서 보름 넘게 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딱 3일 쉬는 우리나라도 설날, 추석 기간에 대형 블록버스터가 개봉을 많이 하는데, 일주일 넘게 쉬는 중국은 오죽하겠습니까? 非常한 이슈(올해의 코로나.....)가 없는 한, 기본적으로 이 기간에 상영을 하면 흥행은 보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제작사들도 바보는 아니니 이 기간에 다들 상영을 하려고 하고, 그래서 경쟁도 당연 치열합니다. 보통 춘절 기간에 상영하는 영화를 허쑤이피엔(贺岁片), 국경절 즈음에 상영하는 영화를 궈칭따피엔(国庆大片)이라고 지칭합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夏洛特烦恼>의 상영일은 9월 30일. 네, 그렇습니다. 국경절 즈음에 상영한 国庆大片입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극단 카이신마화(开心麻花)였죠? 카이신마화는 중국의 극단입니다. 2003년부터 연극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왔죠. 이런 일을 하다 보니 배우도 직접 양성해보고 싶었는지 배우 양성 및 기획 업무도 합니다. 키워낸 배우와 엄선된 대본을 가지고 매년 중국 곳곳에서 극단의 이름을 걸고 연극 무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저도 상해에 있을 때 몇 번 가서 본 일이 있는데, 제 주변 중국인들은 카이신마화 이름이 붙어 있으면 일단 좀 믿고 보는 편이었습니다. 고상하고 문화적 함의가 가득한 공연예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생각 없이 하하하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항상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극단 카이신마화의 첫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원래는 무대에서 공연하던 연극이었는데, 영화로 제작한 것입니다. 2015년의 이 스크린 데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카이신마화는 매년 춘절·국경절 무렵 코미디 영화를 열심히 내놓죠. 이후 그 작품 몇 개를 리뷰할 계획인데, 모두 약간의 풍자가 담긴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가 잘 되니 연극도 덩달아 더 잘 되기 시작했고, 지금 중국에서 카이신마화는 유명한 공연 기획사가 되어 있습니다. 연극으로 이미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극단이 야심 차게 영화화한 첫 번째 작품이자 14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린 영화가 바로 오늘 소개드리는 <夏洛特烦恼>입니다.
영화는 스스로 '루저'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하늘의 조화로(네, 코미디 영화니까요^^)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미 어떻게 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기억을 십분 활용하여 인생 2회차에서 '위너'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위너로 사는데 왜 기쁘지가 않은 걸까요? 사실은 자신이 '버린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삶 속에 항상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조금은 진부한 교훈을 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보통 가족들과 함께 보는 코믹 영화가 다 그렇지 않나요? 진부한 스토리를 전달하더라도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해내는지, 디테일이 어떤지 등이 영화를 매력 있게 보이게 할 수도, 망작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는 거죠. 제 생각엔 영화에서 남녀 주연배우가 모두 본인의 역할을 잘 해냈고, 그것이 이 영화를 흥행작으로 만든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두 주연배우인 심등(沈腾, 션텅)과 마려(马丽, 마리)는 이 영화 덕분에 코믹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각종 예능에 패널로 출연할 뿐 아니라(특히 션텅), 매년 설날 특집 방송인 춘절만회(줄여서 春晚, 중국어로 춘완)에서 짧은 개그 공연인 소품(小品, 샤오핀)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2020년 春晚에서도 어김없이 그 합을 보여줬죠.
■ 2020년 CCTV(央视) 春晚에서 공연한 소품 <走过场>
이 영화의 장점을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중국어 학습자에게도 좋은 교재입니다. 일단 배경이 동북지방이라 표준어에 가까운 발음을 들을 수 있고, 쓰이는 중국어도 비교적 쉬운 데다 코믹 영화다 보니 과장되게 표현되는 장면들이 많아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내용 파악이 어렵지 않습니다. 중국 영화 자막은 영어도 병기된다는 점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ㅎㅎ
영화를 소개드리고 나니 오랜만에 왕카이가 부른 <한 번이면 돼요(一次就好)>가 듣고 싶네요. 얼른 올리고 들으러 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다 봤다! 션텅 너무 웃겨..ㅋㅋ 잃어버린 후 소중한 것을 알게 되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잘 아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