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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09. 2020

대화홍냥 (大话红娘)

배우만 보고 작품을 골라선 안 된다


■ 제목: 대화홍냥 (大话红娘, 따화홍냥)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2017

■ 제작사 : 康曦影业, 中央电视台(CCTV)

■ 주요 배우 : 张丽,杨烁,张丹峰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차마 '소개'를 드린다고 말씀드리기가 죄송하네요. 부제에서 느끼셨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실패를 맛본 중국 드라마고,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저는 절대 무턱대고 배우의 필모그래피만 보고 시청할 작품을 골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꼭 리뷰와 평점을 참고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豆瓣 평점이 2.9점, 시청했다고 표기한 사람도 588명에 불과하죠. 이렇게 혹평을 받은 드라마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무려 중국 대표 국영방송국 CCTV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흠, 어쩌면 CCTV가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인지도 몰라요.) 바로 2017년 방영된 결혼 소재 드라마 따화홍냥입니다.


이 드라마를 고르게 된 계기요? 그건 바로 배우 양숴(양삭, 杨烁) 때문이었습니다. 이 리뷰를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이 혹시 계시다면 아마 대부분이 '배우 양삭'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들어오시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드라마 제목을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은 별로 없으실 거예요. (제발 그러길 바랍니다) 첫 리뷰부터 이 매거진을 읽어오신 분이라면 예상하셨겠지만 이 무렵 저는 양숴에 너무 빠져있어서, 그가 나온 필모그래피를 쭉 뒤져가며 드라마를 고르고 있었거든요. 그냥 진짜 단순히 '양숴의 보조개가 나오는 현대극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저를 때려주고 싶네요. 아, 이 드라마에서 양숴는 부인과 의사인데, 실제로 멋있게 나옵니다. 양숴를 좋아하신다면 양숴 보는 재미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나온 다른 드라마는 많습니다. 그러니 다른 드라마를 보시거나 차라리 환락송을 한 번 더 돌려보시길 권합니다.


드라마의 소재는 '결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듀오 같은 결혼중개회사(婚介公司)인 바이허왕(百合网)이 PPL로 참여를 했는지, 등장인물이 일하는 회사가 바로 이곳입니다. 박사 학위를 보유한 연구직 미혼 여성, 그러니까 결혼중개회사의 채점 기준으로 하면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는 주인공이 우연히 결혼중개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어떻게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국영방송국이 참여한 작품이라 그런지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이 작품에 참 많이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와와친(娃娃亲, 어린 시절 부모들끼리 정한 혼사),여자 박사 문제(女博士),늦은 결혼(晚婚),외동 자녀 문제(独生子女) 등등등... 혼인과 관련하여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사회적 키워드들을 이 드라마에서 다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워낙 많은 키워드를 담고 싶어 하다 보니 정작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잘 나타나지 않고, 어떤 것들은 이미 너무 구시대적 관념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중국 사회에 와와친(娃娃亲)이 웬 말입니까!


하지만 이것이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장점입니다. 제가 끝까지 이 드라마를 포기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그래도 이 드라마를 보면 2017년 중국 사회가 결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부분에서 조금 배울 점이 있다는 것 빼고 이 드라마는 장점이 없습니다. 단언컨대 없습니다. 스토리라인도 완전 막장드라마의 그것이고, 내용에 개연성이 1도 없어서, 이런 대본에 정상적으로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 드라마입니다. 중국 드라마를 보신 적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중국 드라마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40부작입니다. 네, 40편을 끝까지 본 제 스스로가 존경스러워지는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덕분에 저는 드라마와 관련된 많은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중국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여기서 배워가셔도 좋겠습니다.


 · 弃剧 [qì jù] : 보던 드라마를 포기하다 

 · 垃圾片 [lā jī piàn] : 망작 (쓰레기 같은 작품)

 · 破 [pò] + 명사 : 엉망인 + 명사, 비하의 의미가 섞여 있음

 · 踩雷  [cǎi léi] : 글자 그대로 하면 '지뢰를 밟다'라는 뜻인데, 잘못 골랐다는 의미


또 이후 시청할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失败是成功之母)라고 하죠? 그저 이 모든 만남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마 이 드라마 이후에 리뷰하는 작품 중에는 심~각한 망작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후에는 꼭 어느 정도 평점이 검증된 작품만 보았거든요. 모두 양숴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겠네요. 이 리뷰에 적힌 모든 내용은 순수히 저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譯] 방금 <따화홍냥>이라는 정말 구린 드라마를 봤다. 너무 막장이라서 이 쓰레기 같은 드라마를 본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래서, 여기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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