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 안 하시면 됩니다
■ 원어 제목: 오교여편견 (傲娇与偏见, 아오쟈오위피엔지엔)
■ 영어 제목: Mr.Pride VS Miss Prejudice
■ 장르 : 코믹 / 멜로
■ 년도 : 2017
■ 제작사 : 腾讯影业
■ 주요 배우 : 迪丽热巴,张云龙,高伟光,金晨 등
이번에 소개드릴 작품은 2017년에 개봉한 영화 <傲娇与偏见>입니다. 또우빤(豆瓣) 평점은 4.8점을 기록했고, 저는 별 두 개, 4점을 주었네요. 제가 평점을 주는 데는 좀 후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2개 이상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뭐 사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보면 아무 생각 안 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로 제격이긴 합니다. 다만 제 평점이 저렇게 낮은 이유는, 보기 전에 기대를 어느 정도 했기 때문이죠. 기대를 왜 했냐고요? 그건 다 아이치이(爱奇艺, iQIYI)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봤던 19년 4월, 저는 아이치이 플랫폼을 통해 배우 장윈롱(张云龙, 장운룡)이 나오는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는 매거진 다음다음 편 정도에 리뷰가 될 예정입니다.) 요즘에는 알고리즘의 추천이라고 하죠? 드라마를 보는 창 오른쪽에 아이치이 알고리즘님께서 자동으로 추천해준 영화가 한 편 있었습니다. 역시 장윈롱이 남자 주인공인 영화였죠. 드라마 속에서 본 장윈롱이라는 배우가 꽤 매력이 있어 보여서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또 아이치이 플랫폼에서의 평점이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연유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영화 제목이 낯이 익죠? 우리가 잘 아는 <Pride and Prejudice(오만과 편견)>에서 딱 한 글자 다릅니다. 오만(傲慢)을 오교(傲娇)로 바꿨죠. 사실 중국어로는 뜻이 똑같습니다. 영어 제목도 결국 소설 제목에서 Ms와 Mr만 붙였네요. 이건 영화 제작진을 뭐라고 할 것은 아니고, 이 영화 자체가 메이메이마오(媚媚猫)라는 작가의 동명 웹소설에서 영화화한 작품이라, 그저 원제를 가져온 것뿐입니다.
영화의 주제는 포스터에 모두 적혀 있습니다. "怼出真爱(디스 하다가 진짜 사랑이 되다)". 네, 아주 전형적이죠. 포스터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삼각관계 영화고요, 전형적인 '싸우다가 정든다'는 영화입니다. 재벌 2세(富二代)와 양갓집 규수(白富美) 사이에 우연히 끼게 된 아주아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이 결국은 이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진다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제 사골로 우려 지다 못해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 케케묵은 내용이죠.
게다가 아주 화가 나는 건! 이 여자 주인공이 전-혀 평범하지 않다는 겁니다. 엄청 찌질하고 짠하게 사는 웹소설 작가라는 설정이지만 그 역할을 맡은 디리러바(迪丽热巴, 적려열파)가 어디 찌질하고 짠한 외모입니까?
우리 디리러바 여사가 누구입니까? 중국 20대 여성들의 워너비 얼굴, 실물 1위에 빛나는 여배우가 아닙니까? 게다가 연기는 물론 춤, 노래까지 가능한 만능 엔터테이너 사기캐가 아닙니까? 이런 사람에게 북경에서 자취하며 웹소설로 등단하기만을 고대하고, 돈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연명하는 짠한 캐릭터가 어디 어울리냐는 말입니다. 아, 물론 드라마나 영화가 예쁜 여배우를 섭외하는 것이야 당연한 거죠. 그냥 너무 비현실적이라 푸념 한 번 해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뭐라 하지 않더라도 상영 당시에 '팬덤 영화(粉丝电影)'라는 오명을 좀 쓰긴 했습니다. 디리러바와 가오웨이광(高伟光, 고위광)은 이미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삼생 삼세 침상서(三生三世 枕上书)> 이 두 작품을 통해 엄청난 팬덤을 형성한 상태였고, 장윈롱 역시 잘생긴 청년 배우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었죠. 인기 많고 스토리 라인이 그나마 좀 탄탄한 웹소설 하나 가지고 와서 얼굴 반반한 배우를 캐스팅해 그들의 팬덤만을 노린 영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일게 된 이유는 사실 영화 자체가 엉망 이어서라기 보다는 각종 영상 플랫폼의 평점이 이러한 팬들로 인해서 오도되었고 저를 포함한(ㅠㅠ) 피해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애초에 기대를 품지 않고 봤으면 괜찮았을 텐데, 평점이 나쁘지 않은데 영화가 영 별로니 사람들이 더 실망할 밖에요. 이 영화 이후 저는 영상 플랫폼의 평점은 믿지 않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제 느낌엔 그나마 또우빤(豆瓣) 평점이 좀 중립적인 편입니다.
좋은 말을 별로 쓰지 않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생각을 끄고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스토리야 뭐, 웹소설 원작이라 어느 정도 비현실적인 건 어쩔 수 없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은 편입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로 디리러바에 대한 인상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얼굴로 먹고사는 전형적인 아이돌계가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여배우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못생긴 분장 같은 것도 꽤 하는데, 그런 것도 잘 소화하는 편입니다. 생각 없이 웃으면서 시간을 때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장윈롱 때문에 본 영화. 높은 평점이 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디리러바 연기 생각보다 괜찮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