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Jan 10. 2023

아재타향정호적 (我在他乡挺好的)

우리, 잘 살고 있어


■ 원어 제목: 아재타향정호적 (我在他乡挺好的, 워짜이타썅팅하오더)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2021

■ 감독 : 李漠

■ 주요 배우 : 周雨彤,任素汐,孙千, 白宇帆,马思超 등



. 호화로운 배우진이 없는데 또우빤 랭킹에 줄곧 높은 순위로 나오길래 지켜보고 있다가 보기 시작한 드라마. 여자주인공 중 <여득수> 등으로 낯익은 얼굴 런쑤시(任素汐)가 있어 믿고 볼 수 있었다. 회사에서 워낙 힘들 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론 2021년에 나온 드라마 중 손에 꼽을 정도의 수작으로 느껴졌다.


. 한 회당 70분 정도 되지만 12회차밖에 되지 않아서 꽤나 양심적인 길이다. 게다가 여타 중국 드라마 같지 않게, 한 회 한 회를 끊는 편집이 아주 수준급이라 꽤 볼만함. 작가가 직접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대본 작업을 했다고 한다.


. 제목을 직역하면 "나 타향에서 잘 살아". 여기서 알 수 있듯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 동북 지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북경으로 온 베이퍄오(北漂, 북경에서 표류한다는 뜻으로 타지에서 북경에 와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다. 


. 드라마는 네 명의 여자 주인공 중 한 명의 자살로 시작한다. 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친구들에게 좋은 말만 해주던 밝고 긍정적인 (것처럼 보이던) 친구의 자살은 다른 세 명의 친구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이 세 명은 도대체 이 친구가 왜 자살을 했는지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스릴러는 아니고, 이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나머지 세 명의 친구들이 자신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고, 때로는 힘든 일을 겪기도 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잘 헤쳐나간다는 내용이다.


. 이 드라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론 <환락송(欢乐颂)>이나 <삼십이이(三十而已, 겨우, 서른)>보다 내용이나 설정이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길이도 괜찮고, 보고 나면 마음속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해정(山海情)>의 바이위판(白宇帆), 최근 뜨는 배우 마쓰차오(马思超)의 등장도 보는 재미가 있다. 


. <도정호> 리뷰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중국어에서 "挺好的"의 어감은 '(별로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 역시 사실은 그녀들이 '괜찮지 않은 환경에서' 열심히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살을 선택한 친구도, 그런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나머지 세 명의 친구도, 모두 부모님의 안부 전화에 "잘 지내고 있어(挺好的)"를 외치며 이 악물고 살고 있었던 것. 사실은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오랜만에 누군가의 연락을 받아 '잘 지내니?' 하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웬만하면 '잘 지내'하고 대답하고.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다 꺼내놓기엔 민망한 힘듦을 짊어지고 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들 때 옆에 기댈 사람이 있다는 것, 전화로라도 툴툴거릴 친구가 있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잠깐이나마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지 않는가. 비록 한 명의 여주인공을 희생시키긴 했지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것일 테다. 우리 모두 잘 살자. 우리 모두 잘 살고 있어. 



[譯] 

이번주는 정말 근 몇 달간 가장 힘들었던 한 주였다. 매일 너무 바빴고 점심엔 밥 먹을 입맛도 없어 식당도 안 갔고, 무의식 중에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행히 이 드라마가 있어, 퇴근하고 돌아와 1~2회 정도 보면 다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었다.

이 드라마는 최근에 또우빤에서 평점도 좋고, 런쑤시(任素汐)가 주연을 했길래 기대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동북지방에서 북경에 상경해 생활하고 있는 4명의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아마도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이라면 이 드라마의 내용에 모두 공감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환락송>이나 <삼십이이>보다 훨씬 현실적인 드라마다. 나도 난쟈(南佳)처럼 멋진 여장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챠오챠오(乔乔)처럼 삶에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삶', '현실'이 나의 뺨을 때릴 때가 있다. 하지만 곁에 누군가가 함께하며 당신의 편이 되어 준다면, 따귀 맞은 아픔도 잊힐 것이다. 잠깐의 망각이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밤이 아무리 길어도 언젠가는 해가 뜨고, 길이 아무리 멀어도 언젠가는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니적애흔미 (对你的爱很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