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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20. 2023

교가적아녀 (乔家的儿女)

<도정호(都挺好)>의 남경 버전


■ 원어 제목: 교가적아녀 (乔家的儿女, 챠오쟈더얼뉘)

■ 장르 : 드라마 / 가족

■ 년도 : 2021

■ 감독 : 张开宙

■ 주요 배우 : 白宇,宋祖儿,毛晓彤,张晚意 등



. 2021년 나름대로 중국에서 꽤 인기 있었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드라마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포스터를 보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가족 이야기'는 맞았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중국 드라마답게 결말은 훈훈했지만..


. 드라마 제목은 '교 씨 집안 아이들'. 영어 제목이 좀 더 직관적인데, The Bond. 어떻게 해도 끊어낼 수 없는 혈연관계를 말하는 드라마다. 정말 그야말로 끊어낼 수 없는, 끈끈한 뽄-드같은 관계.


. 이 뽄-드같은 관계를 누가 끊어내고 싶어 하냐고? 바로 첫째 챠오이청(乔一成)이다.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이청의 수난시대라고 할 수 있다. 보면서 정말 너무너무 불쌍함. 어머니는 다섯째를 낳다 돌아가시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하는 다섯 남매. 심지어 다섯째는 아버지가 제대로 기를 생각도 없어서 친척집에 맡겨버린다. (하지만 나중엔 다시 형제들과 함께 살게 됨) 입이 하나라도 줄었으니 나머지 네 남매가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데, 둘째는 어리바리하고, 셋째 넷째 여동생들은 너무 어리고. 결국 장남인 첫째 챠오이청(乔一成)이 모든 짐을 어깨에 져야 하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동생들은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고, 아버지란 작자도 거의 망나니에 가까운 백수건달. 장남은 아버지가 되어 동생들을 보살피면서 마음 한편에 자격지심을 안고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생들이 나이를 먹으면 좀 나아질까 싶지만 커서도 사고를 열-심히 침. 정말 드라마 거의 끄트머리까지 장남이 너무너무 힘들게 나온다. 우리나라 드라마였다면 K-장남의 이야기라고 소개되었을까? 이청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가족은 정말 절망 그 자체다.


. 드라마의 배경은 난징(南京). 난징 방언이나 말투도 중간중간 나온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난징 버전 <도정호(都挺好)>라고들 한다. 제작사도 정오양광으로 같고, 어릴 때부터 집안이 엉망진창인데 커서도 엉망진창인 모양도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도정호>가 이 드라마보단 보기가 편했다. 적어도 <도정호>에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이 나름대로 나왔는데, 여기선 정말 거의 첫째가 모든 짐을 지기 때문에. 중간중간 보면서 진짜 너무 막장이라 빨리 감기로 보기도 했다. 


. 드라마 내용이 이토록 자극적이고 막장인데, 어떻게 중국에서 당시 그렇게 인기가 있을 수 있었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옌훠치(烟火气)'라는 중국어로 귀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옌훠치는 '밥 짓는 냄새'라는 뜻으로 '사람 사는 냄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막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도정호>가 그랬던 것처럼 교 씨 일가의 이야기가 실제 많은 중국인들에게 공감을 샀고, 덕분에 드라마도 흥행했다. 그들의 가족은 결코 완벽하거나 부유하지 않지만, 그렇게 결함이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에 가깝기 때문에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것.


.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또 하나는 배우진과 그들의 연기를 꼽을 수 있다. 백수건달 아버지 역의 류쥔(刘钧)은 <청평악(清平乐)>, <도정호(都挺好)>에도 나왔던 연기파 배우고, 첫째 아들 바이위(白宇)도 <침묵적진상(沉默的真相)>에 나왔던 배우, 둘째 아들 짱완이(张晚意)는 앞서 리뷰한 <각성년대(觉醒年代)>에서 천두슈의 아들 역을 연기한 배우다. 셋째 딸인 마오샤오통(毛晓彤)은 이 드라마로 처음 봤지만 순종적이고 똑부러지는 딸 역에 찰떡이었다. 넷째 딸 역할을 맡은 쏭주얼(宋祖儿)은 정말 철딱서니 없는 딸 역할에 딱이었다. 배역과 캐스팅한 배우가 너무 잘 맞아서 이입이 더 잘 되는 드라마.


. 드라마 주제곡도 좋다. (이렇게 쓰니 내용 빼곤 다 좋은 드라마로 들리지만) 오프닝곡인 <生活总该迎着光亮>도 저우션(周深)의 고음과 어우러져 웅장한 느낌을 주지만, 개인적으론 엔딩곡인 <灯筒>이 잔잔하고 노랫말도 좋아 듣기 좋았다. 이 노래는 진즈원(金志文)이라는 조선족 출신 가수가 불렀는데, 같은 가수의 또 다른 OST <远方(드라마 <재원방> 주제곡)>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더 친숙한 목소리였다. 여기서는 엔딩곡의 노랫말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오프닝곡은 이 링크를 통해 영상과 함께 감상한다면 드라마에 대한 약간의 예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손전등(灯筒)>

https://youtu.be/nKGczXbdvFQ


我们终将 要归属他乡

우리는 결국 다 다른 곳에서 살게 될 거야


透过车窗 学会欣赏 陌生的月亮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달을 보는 법을 배우면서


总有些话 忍不住多想

어떤 말은 듣고 나면 꼭 생각이 많아지곤 해


尤其那句 "你不用太担心 尽管 去闯荡"

특히 "걱정하지 말고 맘껏 다니렴" 같은 말


我 敢走向前方 

내가 앞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이유는


是你在后方 为我打着光

네가 내 뒤에서 나를 위해 빛을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야


就算时光让人啊 随风荡漾

시간이 우리를 흔들리게 한다고 해도


但凭着你的光 我就不会慌张

너의 빛에 기대어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어


别害怕 岁月 会让人 偶尔 天各一方

세월이 우리를 어쩌다 떨어뜨려 놓는다 하더라도 무서워 마


相念的人 总还会再遇上

서로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단다


就算命运啊总有 颠簸无常

비록 운명이란 건 늘 이리저리 변하게 되어 있지만


但你会在心上 安抚我的飘荡

네가 내 마음속에서 날 지켜줄 거라 믿어


别害怕岁月 会终将往日 悄悄淡忘

세월이 결국 과거를 조용히 잊히게 한다고 하더라도 무서워 마


我会记得你最美的模样

내가 너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할 테니


感谢你愿 将我一生照亮

나를 평생 밝혀줘서 고마워





[譯] <환락송>, <도정호>로 알려진 정오양광이 내놓은 새 드라마. 요 며칠 다 봤다. 남경판 <도정호>라고 하는데, 그렇긴 했다. 근데 <도정호>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너무 막장 스토리에 전형적인 이야기. 첫째의 인생이 정말 불쌍했다. 버틸 수가 없는데도 억지로 버텨내야 하니. 형제자매 주위에 막장 스토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서 빨리 감기 해가며 봤다. 그래도 이 드라마의 장점을 꼽자면 관중에게 "가족의 따스함",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장점이 다른 단점들을 덮어주는 느낌. 바이위(白宇)의 첫째 연기도 괜찮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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