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20%, 오월천 영업 80%
■ 제목: 오월천인생무한공사 (五月天人生无限公司, 우웨티엔런셩우씨엔꽁쓰)
■ 장르 : 다큐멘터리 / 음악
■ 년도 : 2019
■ 제작사 : 相信音乐
■ 배급사 : 华夏电影
■ 주요 배우 : 밴드 오월천(五月天, Mayday) 5명, 黄渤,梁家辉
오늘은 조금 특별한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 영화는 제가 상해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본 중국 영화였으며(영화관에서 본 것으로는 두 번째 영화인데 첫 번째 영화는 <가버나움(중문 제목: 何以为家)>으로 중국 영화가 아니었음) 처음으로 본 3D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도 3D 영화는 거의 안 봤던 터라 입장 시 직원이 나눠준 3D 안경이 참 어색했습니다.
이 영화는 대만 밴드 오월천(五月天, Mayday)이 2017년 3월부터 1년간 진행한 월드 투어 콘서트를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감독은 오월천의 <건배(干杯)>, <완고(顽固)>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던 천이런(陈奕仁, Muh Chen)이고, 중국의 유명 배급사인 화하전영(华夏电影)에서 배급을 맡았습니다. 밴드 멤버 다섯 명이 영웅이 되어 세계를 구해낸다는 오글거리는 스토리라인이 나름대로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은 그저 이 콘서트를 하나로 이어주는 조력자에 불과하고 메인은 노래죠, 노래.
영화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매하게 만든 건 바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 오월천(五月天)이 나오는 3D 영화라는 점이었죠. 단순한 라이브 뷰잉 같은 콘서트 영상을 3D로 어떻게 보여준다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영화관의 빵빵한 사운드로 콘서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영화관의 사운드로 들으니 밴드 사운드가 훨씬 웅장했고, 3D라서 정말 눈앞에서 멤버들이 노래를 하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중간중간 전투씬(...)에서의 그 몰입감이란!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이날 극장에 관객이 저와 어떤 여자분 한 분, 이렇게 두 명뿐이었는데, 이 여자분의 관람 매너가 아주 꽝이었습니다. 나오고 있는 영화를 휴대전화로 녹화하는 것은 그나마 그냥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게 피해를 주진 않으니까요. 문제는 이 녹화된 영상이 잘 나오는지를 왜 영화 중간에, 그것도 소리를 켜고 확인하냐는 말입니다. 중간중간 이 언니가 뭘 하냐가 너무 신경 쓰여서 몰입이 잘 안 되더군요. 게다가 이 언니만 아니었다면 오월천이 제게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 아쉬웠습니다.
여기서 지면을 빌어 잠시 오월천(五月天)이라는 밴드를 소개해드려야겠네요. 아마 중국 노래를 조금 들어보신 분이라면 이 밴드를 아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예상합니다. 1992년 대만의 한 고등학생 밴드로 시작해 1997년에 오월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 밴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장수 밴드입니다. 직접 작사 작곡하여 만드는 노래들은 가사와 멜로디가 참 좋아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알게 된 건 북경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학교 주최로 열린 유학생 중국어 장기자랑 대회에서였습니다. 유학생들의 중국어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학교에서 진행한 이벤트였죠. 한 학생이 통기타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계속 기억에 남아 인터넷에 가사를 검색해보니 그게 바로 오월천의 <온유(温柔)>라는 노래였습니다.
■ 오월천(五月天), <온유(温柔, Tenderness)> 뮤직비디오
"비록 내가 외롭더라도 너에게 치대지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너를 자유롭게 해 줄게. 그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야." 찌질하지만 왠지 안 찌질한 척하는 감성이 토이(Toy)의 그것 같아서 참 좋더군요. 이 노래를 시작으로 그들의 노래를 참 많이 찾아 들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들의 노래가 점차 잊힐 때쯤 대만에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대만 러차오(热炒, 대만식 포장마차)에서 스빠티엔(十八天, 18일)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월천의 <지족(知足)>이었습니다.
■ 오월천(五月天), <지족(知足, Contentment)> 뮤직비디오
"네가 내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행복하다면 너를 기꺼이 놓아줄게. 난 네가 행복한 걸로 족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요?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또 익숙한 토이 감성이죠. 이 노래가 도화선이 되어 또다시 오월천 노래를 꺼내 듣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두 곡 외에도 이 밴드는,
돌연호상니 (突然好想你, Suddenly missing you so bad)
풍광세계 (疯狂世界, World crazy)
굴강 (倔强, Stubborn)
함어 (咸鱼, Salted Fish)
니불시진정적쾌락 (你不是真正的快乐, You are not truly happy)
아불원양니일개인 (我不愿让你一个人, I won't let you be lonely)
등등등.
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사도 비교적 쉬운 편이고 미디엄 템포의 곡이 많아 중국어 학습자에게도 좋습니다. 대만 발음인 점은 감수하고 들으셔야겠지만요.
최근에는 이 밴드가 후세 양성까지 하고 있습니다. 바로 831(八三夭) 밴드입니다. 본래 인디밴드로 활동하던 이들을 알아보고 오월천은 다양한 기회를 주었고, 이들은 그것을 잘 살려내 인기 밴드로 도약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도 올라온 대만 드라마 <상견니(想见你)>의 OST를 부르기도 했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만약 오월천의 노래들을 조금 예습하시고 영화를 보신다면 콘서트 영상을 아마 조금 더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두 중화권 유명 배우가 나옵니다. 한 명은 오월천과 북경 콘서트에서 같이 노래도 한 곡 부른 황보(黄渤, 황발), 다른 한 명은 오월천의 <완고(顽固)> 뮤직비디오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홍콩 배우 량쟈휘(梁家辉, 양가휘)입니다. 중간중간 오글거리는 영상 클립 안에서 이 두 배우의 활약도 보실 수 있습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찾다 보니 이 영화,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더군요. <오월천의 인생무한공사>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새삼 대만 콘텐츠가 확실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가 중국의 그것보다 수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월천의 음악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넷플릭스를 통해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드리면서 덕심으로 충만했던 이번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영화 특성상 스포가 조금 있어도 괜찮겠죠?
[譯] 상해에서 본 두 번째 영화. 오월천 2018년 콘서트의 3D 버전! 5월이 아직 지나가지 않은 지금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지족(知足)>, <완고(顽固)>, <굴강(倔强)>... 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