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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08. 2020

연희공략 (延禧攻略)

2018년 하반기를 달군 궁투극


■ 제목: 연희공략 (延禧攻略, 옌씨꽁뤼에)

■ 장르 : 드라마 / 멜로 / 사극

■ 년도 : 2018

■ 제작사 : 东阳欢娱

■ 주요 배우 : 吴谨言, 秦风,聂远,佘诗曼,许凯,谭卓 등



중국에는 '궁투극(宫斗剧)'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정식으로 장르로 인정받는 단어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워낙 이런 소재로 나오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오늘날의 중국 대중들에게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궁투극이란 말 그대로 '궁궐 안에서 싸우는' 드라마입니다. 칼과 창으로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싸움터는 '궁궐 안'이지 전쟁터가 아니기 때문이죠. 궁궐 안에서 누가 싸우느냐? 궁에 들어온 뒤에는 죽거나 내쳐지지 않고서는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인들이 싸웁니다. 누군가는 황제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누군가는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오늘 소개드릴 작품도 이러한 궁투극 중 한 편입니다. 2018년 7월에 방영되어 하반기 내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은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대만, 홍콩에까지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 그 인기의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아이치이(iQIYI)라는 대형 플랫폼에서 직접 제작해 방영한 드라마라는 점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한 플랫폼에서 독점 방영한다는 점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더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을 것이고요.


표제의 이미지를 잘 보신 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은 청나라(清朝)입니다. 어디서 그걸 알 수 있냐고요? 남성의 머리를 잘 보시면 됩니다. 변발이 보이면 그냥 청나라 배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주족 스타일이죠. 사실 청나라 배경의 사극을 보려면 변발이라는 큰 산을 넘으셔야 합니다. 잘생기기로 소문난 배우도 그 매력을 50% 이상 감소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변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변발을 하고서도 잘생긴 배우라면 현대적 스타일도 잘 소화한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가끔 드라마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자리에 모이곤 하는데 변발이 아닌 모습이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자네, 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청나라 배경 드라마, 낯설지 않으시죠? 1세대 중국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황제의 딸(환주거거, 还珠格格)>로 이미 익숙하실 겁니다. 우연인지 <연희공략> 외에도 <후궁 견환전>, <후궁 여의전> 등 유명한 궁투극은 모두 청나라 배경입니다. 왕이 여러 여인을 둔 것이 꼭 청나라만의 일도 아닌데 말이죠. 시대가 비교적 최근이라 고증이나 참고가 가능한 사료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네요.


<연희공략>은 <황제의 딸>처럼 건륭황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궁궐에서 원인불명의 죽음을 당한 언니의 비밀을 밝히려고 궁에 들어왔다가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치하는 대포 기관차로 변신하여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버린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인물 사이에 보이는 암투와 각종 작전들, 조력자들과의 협력, 옅은 멜로 등 볼거리가 상당합니다. 얼마나 관객에게 보여줄 거리가 많으면 회차가 무려 70부작입니다. 이 드라마를 시작하시려면 70부작을 보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꼭 필요하지만, 막상 시작하시면 하루에도 몇 회 차를 계속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 드라마는 고증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의 고증도 비교적(100% 사실은 아닙니다) 그 나름대로 잘 되어 있고, 특히 의복 및 장신구의 고증이 아주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영상의 색감과 인물들 복식이 아주 눈에 띄는데, 실제 당시 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대단하죠?


드라마의 주인공은 배우 우진옌(吴谨言, 오근언)이었지만 자기 목소리로 연기한 것이 아니라서 조금 튀는 느낌이 들었고, 막상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른 여배우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황후 역을 맡은 친펑(秦风, 진풍), 고귀비 역을 맡은 탄줘(谭卓, 담탁), 한비 역을 맡은 홍콩배우 셔스만(佘诗曼, 시만)이 바로 그들입니다. 경력이 꽤 있는 배우들 답게 역시 내공이 보이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탄줘(谭卓)는 이 드라마가 브라운관 데뷔작이었는데 경극 연기를 직접 배우는 수고를 하면서 황제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고귀비의 모습을 잘 구현하였습니다.


위쪽부터 주인공, 황후, 고귀비, 한비


드라마 인기의 척도는 유행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중국에서 '2018년 올해의 유행어' 중 하나로 선정됐던 '큰 돼지족발(大猪蹄子, 따쭈티즈)'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드라마를 통해 유행하게 된 단어입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남자 주인공(男主角, 병음 표기로 nan zhu jue/jiao)이 여자와 약속한 것도 안 지키고 얄밉다고 네티즌들이 남자 주인공을 '남자 돼지족발(男猪脚 nan zhu jiao, 角의 발음이 jue와 jiao 두 개 있음을 이용한 언어유희)이라고 불렀던 일이 있는데, <연희공략>의 건륭황제가 후궁들의 권모술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휘둘리면서 마음이 계속 변하는 모습을 보고 드라마 시청자들이 사용하면서 유행한 것이죠.


중국에서 iQIYI나 Youku, 망고 TV 등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보면 화면 위쪽에 시청한 사람들이 남긴 댓글 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중국어로는 딴무(弹幕, 탄막)라고 하는 이 기능은 드라마를 볼 때 나름의 즐거움을 주는 장치기도 하죠. 다른 시청자들이 해당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고,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을 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사극을 볼 때는 잘 모르는 역사적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돼지족발'도 바로 이 딴무(弹幕)를 통해서 모두에게 알려지고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문장은 '남자는 다 돼지족발이야(男人都是大猪蹄子)!' 건륭황제가 나올 때마다 화면은 '족발'로 도배되곤 했죠. <연희공략>을 통해 중국 네티즌들은 '나쁜 남자(渣男)'를 지칭할 수 있는 적절한 명사를 하나 찾은 느낌입니다.


남자는 다 족발이야!


리뷰를 쓰며 찾아보니 <연희공략>은 한국 AsiaN TV에서 <연희공략 : 건륭황제의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고 합니다. 또 넷플릭스에는 그 후속작이라고 하는 <연희공략 : 금지옥엽>도 출품되었다고 하네요. <황제의 딸>로만 청나라를 알고 계신 분들 중 궁투극을 처음 접해보는 분들은 이 드라마로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궁투극의 최종 보스는 <후궁 견환전>이라는 작품인데, 이건 추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譯] <연희공략> 다 봤다! 70부나 되다니.. 스스로의 끈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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