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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02. 2020

진아문환년경 (趁我们还年轻)

청춘에는 찬란한 햇빛만 있을까?


■ 제목: 진아문환년경 (趁我们还年轻, 쳔워먼하이니엔칭)

■ 장르 : 드라마 / 멜로 / 현대극

■ 년도 : 2019

■ 제작사 : 嘉行传媒

■ 주요 배우 : 张云龙,乔欣,刘芮麟,黄梦莹,代斯,姚奕辰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2019년 상반기에 방영한 청춘 소재 드라마 <진아문환년경(趁我们还年轻)>입니다. 제목을 한국어로 하면 '우리가 아직 젊은 틈을 타서' 정도가 될까요? 제목에서 말하듯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젊은 틈을 타'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데, 우정의 힘과 사랑의 힘으로 시련을 결국 극복해내는 청춘의 모습을 통해 '우정 만세! 사랑 만세! 일 만세! '라는 3가지 메시지를 아주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중들의 눈은 아주 냉정해서, 저는 영광스럽게도 또우빤(豆瓣) 플랫폼 사용자 중 이 드라마를 본 4484명 중 한 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쓸 준비를 하면서 제가 어떻게 이런 레어(小众)한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해 지하철이 떠오르더군요. 


당시 저는 지하철을 타고 중국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고 있었는데, 지하철 내부에 있는 TV에서 드라마 예고편이 나왔습니다. 얼핏 보니 현대극이고 <환러쏭>을 통해 낯이 익은 배우 챠오신(乔欣, 교흔)도 나오는 것 같고 해서 시간 되면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iQIYI에 제가 VIP 회원등록을 하게 되어, 유료회원이 된 기념으로 드라마나 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드라마가 바로 이겁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자본력으로 플랫폼도 뚫고 광고도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 뒤에는 지아항촨메이(嘉行传媒)라는 대형 제작사가 있습니다. 여배우 양미(杨幂, 양멱)의 회사이기도 한 이 제작사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 十里桃花)>의 IP(지적재산권)를 가진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배우들이 대부분 이 제작사 출신 배우입니다. 이름이나 얼굴을 아직 덜 알린 배우들을 드라마에 대거 기용함으로써 드라마의 흥행과 배우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목적이 뻔해서였을까요? 드라마로 신인 배우 몇 명의 얼굴은 그럭저럭 알렸지만 작품 자체는 크게 사랑받지 못했네요.


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제 생각엔 너무 '전형적인데 비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명확합니다. '우정 만세! 사랑 만세! 일 만세!' 왜냐하면 이 드라마 작가에게 있어 '청춘'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결국 애정, 우정, 사업 정도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점은 너무도 전형적입니다. 만약 이 전형적인 주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면 동년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 어쩌면 조금은 평이 나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이 주제를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풀어냅니다. 한국도 예전에는 '에휴 이거 쓴 사람 직장생활을 해보긴 한 거야?'라는 말이 나오는 드라마가 적지 않았죠? 제 생각엔 이 드라마가 바로 그렇습니다.


드라마는 네 명의 대학 동창생과 그들 앞에 나타난 한 명의 여자, 이렇게 다섯 명의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광고홍보회사(公关公司)가 주된 배경이라 잘 알려지지 않은 광고홍보업의 업태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받죠. 그런데 남자 주인공이 사기캐인 것부터 비현실의 극치입니다. 별로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맨날 친구들이랑 밥 먹고 술 마시는데 이상하게 회사일은 순풍에 돛 단 듯, 심지어 대학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이인데 벌써 거의 본부장급입니다. 남자 주인공뿐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주연급 인물들이 젊은 나이에 가진 것이 참 많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약간 박탈감이 들 정도로 말이죠.


제가 바로 그 사기캐입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작가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공식을 너무 좋아했나 봅니다. 드라마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시청자라도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쯤에서 라이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순간에 라이벌이 등장하고, '이쯤 되면 남자 주인공이랑 여자 주인공 한 번 싸우겠네' 싶으면 어김없이 애정전선에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일도 열심, 사랑도 열심, 우정도 열심, 라이벌도 때맞춰 나와, 시련도 있어, 그걸 또 다 극복해 내.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너무도 전형적인 이 스토리에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도 사실 이해가 안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청춘과 젊음에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 햇빛 가득한 날들(阳光灿烂的日子)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는 걸요. 제가 뭐 전문적인 드라마 작가나 제작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조금 아쉬웠던 건 두 글자 '狼狈(랑뻬이)'였습니다. 저 두 글자는 한국어로는 '낭패'로 읽히지만 중국어로는 '비참하고 처참한 모습'을 가리킵니다. 물론 등장인물이 어려움을 1도 겪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 좀 희극적인 시련이라는 느낌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공감이 잘 안 됩니다. 우리 젊은 날, 사회 초년생으로서 꼭 겪곤 하는 '狼狈(랑뻬이)'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점은 이 드라마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합니다. 어두움이 별로 나오지 않는 이 드라마는 지난번 <리에챵(猎场)> 소개해드릴 때 말씀드린 Empowerment, 즉 용기를 북돋와주는(励志) 점을 셀링 포인트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독백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결말은 꽤나 감동적입니다. 앞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게 너무 짜증 나서 평점을 낮게 주려고 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네, 바로 제가 그 시청자였습니다) 좀 단순한 로맨스물, 청춘물을 좋아하시거나 밝은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추천드립니다. 현대극인 만큼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중국어도 배우실 수 있습니다. 


오늘 리뷰의 마지막은 드라마 마지막 회에 주인공 판슈천(樊书臣, 배우: 장운룡, 张云龙)이 하는 독백의 일부를 인용해볼까 합니다. 내용도 좋지만, 이 독백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兄弟们!趁年轻,不怕输的时候,为自己奋力一搏吧。
친구들! 젊을 때, 지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 스스로를 위해 한 번 부딪혀 보자!

不要为了别人而去熄灭自己心中的火焰,
타인을 위해 내 마음속에 있는 불꽃을 꺼버리지는 말고,

痛快地为自己,为梦想,为爱活出来。
기꺼이 자신을 위해, 꿈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살아가자.

这可是我们一人只有一次的人生啊。
우리 모두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

与其踌躇,不如尽情吧。
주저하고 망설일 바엔 차라리 마음을 다해 살아보자.


그럼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원래는 챠오신(乔欣, 환러쏭의 关关) 때문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보다 보니 장윈롱(张云龙)도 괜찮은 것 같다. 내용이 좀 개연성이 없긴 하지만.. 배우를 탓할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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