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云南) 지역연구 1일차 (2)
만팅어화원과 총불사 구경을 마치니 6시 정도가 되었다. 맥주 한 잔 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건 야시장에서 하기로 하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다. 다이족 자치구에 왔으니 다이족 음식을 먹어봐야 할 것 같아 근처에 평점 괜찮은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대표메뉴라는 다이족 쇼우좌판(手抓饭)에 구운 닭, 가지볶음을 같이 시켰다. 나온 음식은 이렇게 생겼다. 파인애플 속에 찰밥, 그 밑엔 볶음밥이 깔려있고, 우리가 시킨 구운 닭 외에 생선구이, 면, 야채와 소스 등이 그 주위를 두르고 있다.
어딘지 분짜 같은 느낌도 나고... 소스에서 풍기는 냄새가 강렬한 게 느억맘 소스 느낌도 나고.. 파인애플밥은 간이 고르지 않고.. 생선은 비렸으며.. 가지볶음은 물기 가득한 청경채 볶음 같은 비주얼이다.. 쇼우좌판(手抓饭)은 손으로 쥐어서 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기 있는 밥과 만찬을 주먹밥으로 만들어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따라 나온 위생장갑을 사용해서 먹는 것인데, 소스 냄새의 강렬함에 압도되어 아무도 주먹밥을 만들 용기를 내질 못한다. 사실 가지볶음은 다른 지역의 그것을 생각하고 안전한 메뉴랍시고 시킨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실패해 버렸다.
하지만, 既来之,则安之라고 했던가. 일단 왔으니 평정심을 갖고 시도해 보자. 위생장갑을 끼고 밥과 닭고기를 쥔 뒤 상추에 싸서 소스를 묻혀본다. 아, 냄새.... 그리고 엄청 시큼하다. 그래도 시장을 반찬으로 먹어본다. 다이족의 전통음식을 먹어본다는 색다른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아, 식당엔 죄송하게도 많이 남겨버린 아쉬운 식사였다.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임엔 분명하다. 다행이다(?). 어쩌면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지 않은 진짜 정통의 쇼우좌판을 먹은 게 아닐까라고 합리화해 본다.
대충 끼니도 떼웠겠다, 이제 시솽반나의 저녁을 즐기러 가봐야겠다. 시솽반나 중심지인 징홍시에는 란창강(澜沧江)이라는 강이 흐르는데, 이 강의 강변에 별빛야시장(星光夜市)이라는 야시장이 있고, 그 야시장 앞에 대금탑사(大金塔寺)라는, 그야말로 큰 금탑이 있는 사찰이 있다. 실제로 가보면 야시장에서 고개를 딱 들면 대금탑사가 바로 보이는데, 사찰 앞 큰 불상이 마치 야시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해가 지고 야시장이 활력을 찾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지나야겠기에 우선 대금탑사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는데, 사찰 자체가 너무 멋졌다. 금탑의 높이가 66미터에 달한다는데 다이족 불교문화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낮에 총불사에서 봤던 뾰족뾰족한 탑, 반짝반짝 금으로 씌워진 특징들이 여기서도 보였다.
탑과 그 주변을 둘러싼 건축물들에는 시솽반나의 두 상징적인 동물, 코끼리와 공작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다. 낮에도 느꼈지만 한국의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함, 정교한 조각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금탑을 자세히 보니 층층이 쌓인 단층과 그 사이를 가득 메운 인물 조각들이 인상적이었다.
대금탑사에서 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런 느낌이다. 색색의 파라솔이 드리운 시장 너머 멀리 보이는 것이 란창강(澜沧江). 란창강은 메콩강의 상류로, 중국 경내를 흐르는 강은 란창강이라 불리고 동일한 강이 동남아 지역으로 넘어가면 메콩강(중국어로는 메이꽁허, 湄公河)이라고 불린다.
야시장을 좀 둘러본다. 아직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다. 상해였다면 이미 일몰을 맞이했을 시간. 사실 이곳은 경도로만 따지면 동남아 국가들과 비슷하여 상해보다 한 시간 정도 느리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시간대를 하나로 묶으면서 동일한 시간대에 들어가 있지만 사실 베트남이나 태국과 같은 시간대를 써야 맞다는 얘기다. 날이 아직 밝아서인지 야시장이 썩 흥성거리진 않는다.
태국인과 그 원류가 같아서일까, 태국 간식인 鸡蛋巴拉达도 팔고 있었다. 태국에 가보질 않아서 정확히 무슨 간식인지는 모르겠는데, 모양으로 봤을 때 로띠가 아닌가 싶다. 도전해 볼 용기가 없어서 안전한 메뉴인 망고를 사서 한입씩 먹으며 란창강변으로 가본다.
이 강이 동남아의 젖줄 메콩강으로 흘러간다는 말이지? 새삼 이곳 시솽반나가 동남아랑 참 가까운 게 실감이 난다. 해가 지면서 강변에 등불이 켜지니 오히려 강변의 풍경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저 멀리 방금 구경한 대금탑사의 금탑 모습도 보이고, 금탑 주변의 건물들도 뾰족뾰족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봤던 싱가포르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도 하다. 화려한 풍경에서 조금 눈을 돌리면 트랙터가 서있는 시골길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게 진짜 모습이겠지.
드디어 해는 다 지고, 야시장스러운 모습이 나타난다. 부실했던 저녁 식사를 만회하기 위해 구이 요리(烧烤)와 함께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현장엔 박완규를 닮은 남자 가수가 라이브 공연도 하고 있었다. 초상권 이슈로 사진은 싣지 않았지만 정말 닮았다... 그리고 식당 옆 무대에서는 다이족 전통 공연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관광지에서 사람들과 섞여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다이족 사람들만 모여있으니 정말 동남아에 온 것 같이 느껴진다. 샤오카오는 그냥 그랬다. 사진조차 찍지 않은 걸 보면 정말 그냥 그랬나 보다. 웬만한 요리는 다 잘 먹는 편인데.. 시솽반나 음식은 아무래도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대금탑사 불상 얼굴을 보며 맥주를 마시려니 좀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 여기서 인생샷을 건졌다. 대금탑사에서 내려다본 야시장은 정말 그 이름대로 별빛이 반짝이는 모습이었다. 정중앙에 있는 코끼리상이 그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 중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한 장이다. (위 사진)
이쯤 되면 궁금하다. 왜 사찰 앞에 야시장을 만들었을까. 사원이라면 모름지기 조용해야 하지 않나? 여기서 살짝 추측을 해보자면, 다이족 사람들이 믿는 불교가 상좌부 불교(이른바 소승불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전에 기록된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거기에 추가적인 해석을 더하는 것을 거부하는 상좌부 불교. 해탈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음의 집착을 없애고 번뇌를 소멸하는 것, 그것뿐이라는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육식도 별도로 금하지 않는 종교. 따라서 중생들의 즐거움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되 그 왁자지껄함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마음을 수련하는 것, 그것이 사찰 앞에 야시장이라는 다소 어색한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지?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한 추측이니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길.
시솽반나는 정말 곳곳이 공작과 코끼리다. 야시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멋진 공작 조각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동북아 국가 외에는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많이들 가는 동남아도 발을 디뎌본 적이 없었는데, 시솽반나 첫날 동남아가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게 된 느낌이었다. 오후까지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 야시장 구경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녁 무렵 비가 그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줘서 오히려 바깥을 돌아다니기 아주 쾌적한 날씨였다. 내일은 또 어떤 생소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윈난 1일차 일정 (시솽반나)]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이번 여행은 비행시간, 거리로 봤을 때 기존의 기록을 모두 경신하는 여행이었다. 시솽반나(징홍)! 여기서 나는 '이국적인 정취'가 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얀마, 라오스의 영향을 받아 이곳은 남국의 매력이 있다. 게다가 란창강변에 있는 대금탑사는 저녁에 매우 번화한 야시장으로 변신하는데, 이 역시 이곳의 이국적인 풍경을 더해준다. 사실 동남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지역의 특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눈치가 아주 빠른 날씨요정이라 하겠다. 덕분에 야시장 구경을 할 땐 비가 안 왔고, 무척 시원하고 쾌적했다. 이후의 일정도 이렇게 순조롭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