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문화를 보존하는 방법

윈난(云南) 지역연구 2일차 (2)

by 볕이드는창가

중국의 마지막 소수민족을 만나러, 지눠산채(基诺山寨)


급한 대로 발의 상처를 수습하고 향한 곳은 구불구불 산길을 들어가야 도착하는 지눠산채(基诺山寨). 전편에서 이야기한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지눠족(基诺族)에 대해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곳이었다. 마펑워에서 시솽반나의 갈 곳을 찾았을 때 나오던 곳 중 제일 궁금했던 곳이다.


'산채'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벽지의 느낌. 차를 대절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고, 그래서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지진 않은 곳. 찾아보면 보통 패키지여행의 코스 중 하나로 포함되어야 겨우 방문하게 되는 곳인 듯했다. '지역연구'라는 타이틀로 운남성을 방문한 만큼 이곳을 참관하면 나름대로 공부도 될 것 같은 느낌에 일정에 넣게 되었다.


지눠족은 중국 국가 체제에 가장 마지막으로 편입된 '소수민족'이다. 56번째 민족인 동시에 한족 외의 모든 민족을 소수민족으로 정의할 경우 55번째 소수민족이다. 1952년까지 산속에 살며 원시상태로 지내다가 발견된 후, 1979년에 중국 체제에 민족으로 편입되었으며, 2010년 기준 인구는 2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인구수로 따지면 중국에서도 뒤에서 10번째 정도 되는 진정한 '소수' 민족이다. 대부분이 이곳 시솽반나에 살고 있다.


지눠산채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테마공원으로 오로지 지눠족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그 목적을 가진 곳이었다. 입장권은 160위안. 한화로 3만 원이 넘는 돈이라 좀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막상 참관하고 나면 그 내용이 꽤 알차서 비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정부 지원 없이 유지되는 공간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영리는 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눠족은 '태양북'을 신성한 제사 도구로 여기며, 이 태양북을 치며 춤을 춤으로써 민족의 번영을 비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 태양북 춤은 이곳의 시그니처 공연으로 입장권에도 사진으로 들어가 있고, 산채 입구도 잘 보면 태양북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지눠족이 예전에 제갈량 수하에 있던 부대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많아 제갈량을 숭배하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연결고리를 무리해서 찾으려는 시도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어 신뢰도가 좀 떨어진다.



입구로 들어가고 나면 지눠족이 사는 거주공간에 실제 지눠족이 어떤 일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고, 지눠족의 전통 악기 연주를 들어보고 실제 연주를 해보는 체험이나 지눠족 공연 감상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눠족 전통의상을 입은 가이드(실제 지눠족인지는 모르겠음)가 무료로 가이드도 해주고, 전통예술 공연도 3가지나 되며, 공연을 볼 때 무료로 주전부리도 제공된다. 입장료 160위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던 이유다.



산채 산자락에는 거인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지눠족 신화 속 세상을 만든 여신, 아모요백(阿嫫腰白)의 얼굴이다. 지눠족의 민간신화에 따르면 이 여신이 세상을 만든 뒤, 인간에게 말을 하는 능력을 준 까닭에 혼돈이 펼쳐지자 인간 중 딱 두 명만 남겨 북 속에 가둬놓고 대홍수를 일으켜 세상을 모두 수몰시켰다고 한다. 후에 살아남은 이 두명의 후손들이 지금의 지눠족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로 치면 단군할아버지인 이 여신의 조각상이 지눠족이 산 아래를 굽어다보고 있다.



이 조각상 밑에는 지눠족의 전통 악기인 대나무통 악기인 치커(칠과, 七科)가 있었다. 이 앞에서 지눠족 사람들이 실제 전통민요 연주도 들려주고, 관람객들 한 명 한 명 악기를 연주해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바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실내로 들어가니 지눠족 민속 공예 중 하나인 칸다오부(감도포, 砍刀布)를 볼 수 있었다. 앞선 치커와 같이 대나무로 만든 도구로 천을 짜는 공예인데, 만들어진 옷감은 튼튼하고 내구성이 강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옷감을 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참관하던 중간중간 지눠족 전통 공연 몇 가지가 진행되긴 했지만 소규모 공연이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마지막엔 대형 공연이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권에 그려진 그 공연인 것 같았다. 원래는 일전에 시안에서 본 <장한가> 공연처럼 현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실경공연으로 진행되는 모양이었지만, 이날은 비가 많이 왔기에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하게 된 듯하다. (여러모로 비가 원수...) 공연 중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는 과일 등 주전부리까지 제공해 주었다. 무대에는 지눠족의 전통악기이자 앞서 소개한 바 있는 태양북(太阳鼓)이 여러 개 서있었다.



처음에 갑자기 웬 서예가가 나타나 즉석에서 马到成功이라는 글씨를 쓰고 즉석에서 그걸 판매해서 솔직히 좀 깼는데, 그 뒤에는 바로 웃음기 싹 뺀 지눠족 전통 공연이 진행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태양북을 활용한 대고무(大鼓舞)로, 지눠족의 전통 공연 중 가장 볼만한 공연이라고 했다. 원래대로 야외에서 진행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소수민족의 공연을 관람한 것 같아 뜻깊었다. 앞서 좀 깼던 붓글씨 판매도 지금 생각해 보면 관광수입을 좀 더 벌어보려는 노력 중 하나로 추측된다.


인구 2만 명 남짓의 진정한 소수민족이지만, 가장 늦게 편입된 소수민족으로서 자신들의 문화적 특색을 잃지 않기 위해 문화를 소개하고, 특색 있는 먹거리도 제공하고, 무료로 가이드도 하고, 전통적인 공연도 보여줘 가면서 스스로를 더 알리려고 애쓴 지눠족. 인구의 감소와 그에 따른 문화적 위기에 직면하는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려 애쓰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이 지눠산채가 아닐까?




쉽지 않은 하루였다. 오전엔 비가 너무 와서 식물원 찍먹에, 발 터져서 피도 보고. 그런데 뭐든 그렇지만 특히 여행이란 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때보다 오히려 삐끗하고 사고나고 힘들었던 일들이 있어야 그 시점의 기억에 머릿속에 더 잘 남는 것 같다. 이날이 특히 그랬다. 비가 정말 미친 듯이 쏟아지던 열대식물원의 망천수 길, 운동화에 스며들어 나온 피에 놀랐던 순간, 운동화 속 쓰라림을 참고 그들의 문화를 하나라도 더 느껴보려고 했던 지눠산채의 추억, 해피아워 저녁식사 중 숙소 처마로 폭포처럼 듣던 빗소리의 기억. 운남 2일차는 나에게 이토록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이제 시솽반나와는 작별을 고하고 위로 올라간다. 다음 목적지는 배낭여행객의 성지라는 따리(大理)다!



[윈난 2일차 일정 (시솽반나)]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시솽반나 이틀차: 열대식물원/지눠산채. 오전에는 식물원에서 진정한 열대'우'림이 뭔지 몸소 느꼈다. 하지만 그곳의 식물은 정말 특이했다. 왕련, 헬리코니아, 망천수 등! 게다가 오후에 지눠산채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마침 비가 그쳤으니, 운도 좋은 편이었다. 비가 안 그쳤으면 지눠족의 그 멋진 공연도 못 볼 뻔했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어보니, 지눠족은 1979년에야 중국의 소수민족 체계에 편입되어 55번째 소수민족이라 하며, 인구도 2만 명 남짓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계속 원시생활 상태였다고. 지눠족의 풍습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고, 스스로의 문화를 열심히 보존해 가는 지눠족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비록 발이 터질 정도였긴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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