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떠나보내야 미래가 찾아온다
■ 제목: 호선생 (好先生, 하오씨엔셩)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2016
■ 제작사 : 柠萌影业
■ 감독 : 张晓波
■ 주요 배우 : 孙红雷,江疏影,王耀庆,车晓,张艺兴(EXO 레이),关晓彤 등
오늘 소개해드릴 드라마는 2016년 공중파 드라마계의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호선생(好先生)>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도 올라온 <겨우, 서른(三十而已)>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찍기도 한 장샤오보(张晓波, 장효파) 감독이 감독을 맡았죠. 제가 이 드라마를 블록버스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16년 5월 절강, 강소, 산동성 방송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뒤, 7월에 천진, 하남, 북경, 귀주 방송국에서 2차 방영을 했기 때문이죠. 추측컨대 쑨홍레이(孙红雷, 손홍뢰)와 쟝슈잉(江疏影, 강소영) 등 유명 배우의 캐스팅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중국어 공부를 위해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하니 회사 선배가 추천해준 드라마였습니다. 다른 드라마를 보느라 시간이 없어 계속 시작을 못하다가, 마침 <동물관리국>을 보고 나서 드라마 가뭄(중국어로는 剧荒)이 찾아와 기억을 더듬어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쑨홍레이라는 배우도 알게 해 주었고요.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To be a better man'인데,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고 '나쁜 남자'로 살던 주인공이 어떻게 'better man'으로 거듭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홍보 포스터에 '남자가 좀 나쁘지 않으면 여자들이 안 좋아한다(男人不坏,女人不爱)'는 멘트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 쑨홍레이(孙红雷, 손홍뢰)의 사진을 박아 흥미를 자극하죠.
그러나 사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루위안(陆远, 배우: 쑨홍레이)은 '나쁜 남자'라기 보단 '츤데레' 혹은 '(자기 사람에겐 따뜻한) 차도남'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사연도 있죠. 그 사연이라는 게 또 약간 짠합니다. 전여친이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의 약혼녀가 되어 버렸거든요.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준 친구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친구의 어머니는 치매로 자신을 아들로 오인하는 데다 친구에겐 어린 딸도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은 몰려온다고, 본인은 또 불의의 사고로 미각을 잃어버려(장금이?) 셰프로서의 커리어 패스에도 빨간 불이 들어옵니다.
이런 짠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겉으로는 찬바람 쌩쌩 불지만 마음은 따뜻하다는 확신이 들면 왠지 매력 있어 보이지 않나요? 역시 전남친을 잊지 못해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고 있던 여자 주인공 쟝라이(江莱, 배우: 쟝슈잉)는 남자 주인공의 그런 면에 끌려 끈질기게 애정공세를 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끝까지 여자 주인공을 밀어내다가 드라마 거의 끝물에, 그것도 조력자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이 사랑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두 '전남친/전여친'(중국어로는 前任, 즉 전임자)을 못 잊는 남녀가 결국은 연인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 드라마는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그를 깨끗하게 놔주어야 결국은 새로운 나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제 의식을 전해줍니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는 인물의 이름으로 그 인물의 특징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도 인물의 이름으로 이 주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기구한 운명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루위안(陆远)인데, 길이 멀다는 뜻의 루위안(路远)과 중국어 발음이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미련을 못 버리는 전여친의 이름은 깐징(甘静)인데, 깨끗하다는 뜻의 깐징(干净)과 중국어 발음이 같죠. 깨끗하게 잊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 쟝라이(江莱)는 미래를 뜻하는 쟝라이(将来)와 발음이 같고, 죽은 친구의 딸이지만 결국 남자 주인공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지아허(佳禾)는 가정이 화목하다는 지아허(家和)와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이 문장이 또 아주 적절합니다.
'인생의 길은 멀고, 깨끗하게 잊어야 비로소 미래가 찾아오고, 가정이 화목해진다 (人生陆远(=路远),忘了甘静(=干净),才会有江莱(=将来),才会有佳禾(=家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배우 쑨홍레이(孙红雷, 손홍뢰)입니다. 쑨홍레이의 중국에서의 별명은 옌왕(颜王)인데, '얼굴왕', '외모 1등'이라는 뜻입니다. 솔직히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왜 이런 별명이 붙었냐 하면, 중국판 무한도전인 <극한도전(极限挑战)>에서 자신이 외모 1등이라는 이상한 자부심을 계속 드러낸 데서 유래했습니다. 어떻게 생긴 배우냐고요? 바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얼굴에 근거 없는 자신감은 가득한데, 왠지 하찮고 뭔가 허당인 아저씨 이미지로 예능에서 소비되는 이 배우는, 사실 흥행 보증수표로 소문난 배우입니다. 예능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그가 주로 맡는 역할은 남성미(중국어로는 男人味) 가득한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그의 이런 차이에 치이는(전문용어로 갭모에라고 하죠)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그랬고요. 이 드라마 작가가 잡지를 보다가 '가장 섹시한 남자 직업은 주방장'이라는 기사를 보고 남자 주인공의 직업을 주방장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엔 쑨홍레이가 이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그 매력을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배우 사진만 보면 공감 못하시겠죠? 역시 드라마를 직접 보시는 게 빠르겠습니다.
쑨홍레이 말고도 이 드라마에는 눈여겨볼 배우들이 꽤 있는데요. 여자 주인공을 맡은 쟝슈잉(江疏影, 강소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감독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 찍은 작품 <겨우, 서른(三十而已)>에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죠. 연기력도 좋고 배우로서의 매력도 충만하지만, 사실 쟝슈잉이 유명한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 후거(胡歌,호가)의 전여친(前任)이라는 점입니다. 뭐 이미 헤어졌으니 추가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쑨홍레이의 친구 딸로 나오는 배우 꽌샤오통(关晓彤, 관효동)도 주목할만한 배우입니다. 아역배우로 워낙 유명했던 배우인데, 이 <호선생>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죠. 최근에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언급할 점은 그녀의 남자 친구인데, 저희도 잘 아는 EXO의 전 멤버 루한(鹿晗)입니다. 네, 민감한 화제니까 여기도 추가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둘은 아직 사귀고 있습니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또 한 명, 우리가 잘 아는 얼굴이 이 드라마에 한 명 더 나옵니다. 바로 현 EXO 멤버 레이(张艺兴, 장이씽)입니다. 주인공 루위안을 동경해 주방장의 수제자가 되길 꿈꾸는 요리사 꿈나무로 나오죠. 묘한 것은 그와 유사 커플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현생 친구(맞겠죠..?) 루한의 여자 친구 꽌샤오통이라는 점입니다. 묘하죠. 여하튼 이 드라마는 레이의 첫 중국 드라마 데뷔작이었다고 하는데, 연기도 나쁘지 않고 몰입에 방해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레이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드라마도 종종 나오고 예능도 꽤 나오죠. 붙임성도 있는지 선배들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쑨홍레이도 이 드라마를 찍고 레이랑 친해졌다고 하죠.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주목할만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여서 조금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나쁜 남자의 매력에 취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리뷰를 끝내고자 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드라마 <호선생>을 다 봤다! "인생의 길은 멀고, 깨끗하게 잊어야 비로소 미래가 찾아오고, 가정이 화목해진다"! 쑨홍레이 연기 진짜 짱이다... 일부 배우의 연기는 조금 과장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드라마였다. 쟝라이와 루위안의 감정 씬이 너무 적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