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의 중국 영화판
■ 원어 제목: 혐의인X적헌신 (嫌疑人X的献身, 셴이런X더씨엔션)
■ 넷플릭스 제목: 용의자 X적헌신
■ 영어 제목: The Devotion of Suspect X
■ 장르 : 드라마 / 범죄 / 추리
■ 년도 : 2017
■ 제작사 : 光线影业
■ 감독 : 苏有朋
■ 주요 배우 : 王凯,张鲁一,林心如 등
이번에 소개드릴 작품은 영화 <혐의인X적헌신(嫌疑人X的献身)>입니다. 중국어로 써놓으니 한눈에 잘 들어오질 않는데, 한국어로 쓰면 바로 아실 겁니다. 네, 바로 제목만 들어도 많이들 아실 <용의자 X의 헌신> 중국판입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원작 소설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참 많았죠. 스토리가 워낙 탄탄해 이미 일본, 한국에서는 영화화가 끝난 작품인데, 2017년에 중국에서도 영화화되면서 동아시아 3개국이 모두 영화화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판은 좀 특별한 의의가 있는데,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중국에서 영화화된 첫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영광스러운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것은 바로 <황제의 딸(还珠格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배우 쑤요우펑(苏有朋, 소유붕)입니다. 이 영화는 그가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추리물이었습니다.
혹자는 워낙 원작이 작품성이 있으니 속된 말로 '발로 만들어도' 좋은 영화가 나올 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설 자체의 팬이나 작가의 팬이 이미 많이 있는 상황인 데다, 추리물인데 모두가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면 치명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잘해봐야 본전입니다.
잘해봐야 본전인 작품이지만 소유붕이 리스크를 짊어져가면서 영화화한 이유는 그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영화화하는 것이 그에게 꽤 부담이었는지 영화 제작 준비 및 촬영 내내 완벽하게 해내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물리학자 유가와 역에 찰떡이라고 생각한 배우 왕카이(王凯)를 섭외하기 위해 멀고 먼 운남(云南)까지 몇 번이고 날아가 삼고초려를 했던 적도 있고,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번이고 리테이크를 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는 각본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애초에 히가시노 게이고와 판권 계약을 할 때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고 하는데, 첫째는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본에 동의해야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이미 영화화된 일본판, 한국판과 극본이 같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의를 받기 위해 제작진은 35번이나 극본을 수정했고, 장장 11개월의 시간을 들여서야 최종본을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이야 이미 너무 유명해서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중국판은 한국판보다는 좀 더 원작에 가깝게 만들어졌고, 일본판보다는 디테일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유붕 감독은 사실 일본판의 디테일을 많이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 했는데, 다 그대로 가져가면 현지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죠. 중국 당국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니 일부 요소들을 좀 바꿨는데, 그게 좀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여자 주인공의 캐스팅입니다. 원작에선 천재 수학자인 이시가미가 몰래 사랑해서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도와주는 대상이죠. 중국판에서 이 역할은 배우 린신루(林心如, 임심여)가 맡았습니다. <황제의 딸(还珠格格)>에서 소유붕과 함께 연기했던 인연으로 특별 출연이라는 형식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고, 이 역할로 23회 화딩 어워드(华鼎奖)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배우 개인에게는 아무 감정도 없지만,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생존형 엄마 역할을 연기하기에는 아직 임심여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왕카이가 멋있다는 생각만으로 보기에는 괜찮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고 영화 자체는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주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도 <용의자 X적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들어와 있네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보셔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아무래도 원작이 더 좋은 것 같다. 디테일이 달라지니까 아무래도 좀 억지스럽다. 임심여 연기는.... 왕카이 보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