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이니까
■ 원어 제목: 아화아적조국 (我和我的祖国, 워허워더주궈)
■ 영어 제목: My People,My Country
■ 장르 : 드라마
■ 년도 : 2019
■ 감독 : 陈凯歌, 张一白, 管虎, 徐峥, 宁浩 외
■ 주요 배우 : 黄渤, 张译, 葛优, 刘昊然, 王千源, 任素汐, 马伊琍, 朱一龙 등
오늘 소개드릴 영화는 2019년 중국 국경절 블록버스터(国庆档), <아화아적조국(我和我的祖国)>입니다. 제목의 뜻은 '나와 나의 조국'. 네, 감이 오시죠? ㅎㅎ 중국인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가득한, 속된 말로 국뽕 영화입니다. 또우빤에 이미 봤다고 마킹해둔 사람이 132만 명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것 같네요.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단어로 수렴합니다. '국경절'.
국경절은 중국어로 国庆节라고 표기합니다. 한자 표기의 뜻만 보면 그저 '국가의 경사스러운 명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날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개천절 혹은 광복절과 유사한 의미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에서는 무척 중요한 날로 분류되어 일주일의 휴일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 날, 웨이보(微博)를 들어가면 수많은 중국의 연예인들이 "우리나라, 생일 축하해!(祖国, 生日快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둔 광경을 볼 수 있죠.
나라의 생일이라는 큰 명절을 맞아, 국경절 연휴의 중국 영화관에는 매년 신작 영화들이 그 자리를 채우곤 합니다. 그리고 2019년 국경절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을 맞아 국뽕 색채가 무척 강한 이 영화가 개봉을 하였죠. 참고로 2020년 국경절에는 이 영화의 속편과도 같은 제목으로, 국뽕 아닌 척하는 국뽕 영화 <아화아적가향(我和我的家乡, 나와 나의 고향)>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차례가 되면 리뷰를 작성하도록 하죠. 보시다시피 아직 순서가 안 되어서....ㅎㅎ
영화는 천카이거(陈凯歌), 쉬정(徐峥), 닝하오(宁浩)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각자 한 편씩 단편을 촬영해 한 영화로 합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홍콩 반환, 북경 올림픽, 선저우(神舟) 11호 착륙 등 굵직한 사건 뒤에 숨겨져 있던 개개인의 에피소드를 영화화하였습니다. 주로 국가의 큰 일을 위해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 등을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오늘날 중국의 빛나는 모습 뒤에는 이렇게 많은 개개인의 묵묵한 서포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내용들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개봉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2019년 국경절 연휴에 상해의 한 극장에서 봤습니다. 그간 상해의 극장에서 관람했던 영화 중 같이 본 관객수가 가장 많았고, 가장 시끄러웠던 영화 관람이어서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뒤에 나이가 좀 있으신 상해 어르신들이 앉아계셨는데, 한 에피소드에서 상해 출신 여배우 마이리(马伊琍)가 등장하자 바로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이야! 마이리가 나오네!" 그날 저는 극장에서 관람객 모두(저만 빼고)가 하나 되는 신세계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상영 중인데 처음 본 분들끼리 어찌들 그리 대화를 나누시는지.... 그리고 몇 번의 영화관 관람 경험을 가진 뒤에야 그 모습이 생각보다 일반적인 중국 극장의 풍경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일반적인 현상이 국경절 연휴에 국뽕 영화를 보시다 보니 좀 더 심화되어 나타난 것 같다는 결론입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고 어쩌면 눈물을 흘렸을지도(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눈물을 흘리며 나갔습니다) 모르지만, 저는 보는 내내 조금 불편했고 끝나고 나서도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이 나왔는데도 말이죠. 아무리 현지화를 해야 한다고 부르짖어도 저의 국적은 어디 안 가죠. 중국인 이어야지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영화 속에 좀 많았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사실 전체를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에피소드는 배우의 연기나 내용이 나름대로 재미있고, 중국적인 특징도 잘 살리고 있는데, <탈관(夺冠)>과 <북경니호(北京你好)> 에피소드가 그것입니다. 하나는 상해 출신 배우 마이리를 써서 상해의 이야기를 하고, 하나는 북방 출신 배우 거요우(葛优)를 써서 북경 이야기를 하죠. 상해와 북경의 언어, 생활습관, 주택양식 등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고, 국뽕 요소도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많지 않아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제곡을 <중경삼림(重庆森林)>의 왕페이(王菲)가 불렀는데, 가사는 애국가 느낌이지만 그 목소리가 몽환적이고 예뻐서 한 번 들어보시라고 공유드립니다. 예고편처럼 짤막한 영상들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 주제곡 <아화아적조국(我和我的祖国)>, 왕페이(王菲)
그럼,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내가 산 건 영화표가 아니다... 기념품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엄청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부 에피소드는 꽤 괜찮았다. 나는 거요우(葛优)가 연기한 에피소드와 상해 골목에서 찍은 에피소드가 좋았다. 국경절을 위해 숙제 하나 한 셈 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