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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18. 2021

심야식당 (深夜食堂)

리메이크 금기작으로 임명합니다


■ 원어 제목: 심야식당 (深夜食堂, 션예스탕)

■ 영어 제목: Midnight Dinner

■ 장르 : 드라마 / 도시극

■ 년도 : 2019

■ 감독 : 梁家辉

■ 주요 배우 : 梁家辉,魏晨,焦俊艳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왠지 포스터만 봐도 좀 익숙한 냄새가 나는, 2019년 영화 <심야식당(深夜食堂)>입니다. 혹시 일본판을 이미 보신 분께는 주제가의 멜로디와 주인장 아저씨의 도입부 내레이션이 벌써 머릿속을 떠다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키미가 하이타 시로이 이키가~' 하면서 말이죠. 원작은 일본의 만화인데, 이 영화는 바로 그 만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음,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일본에서 극화한 작품을 '번안'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화가 워낙 인기가 많아 일본에서 이미 여러 시즌의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저는 사실 드라마판 <심야식당>을 참 좋아했습니다. 메뉴판엔 없는 메뉴도 냉장고에 재료만 있다면 기꺼이 만들어주는 주인장 아저씨와 그가 만들어주는 당신만을 위한 한 가지 요리. 생각만 해도 따뜻해지지 않나요? 게다가 요즘 같이 꼰대가 넘쳐나는 세상에 내 일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 쿨한 그 일본 소설스러운 느낌까지. 여러모로 제 취향이었습니다. 그런 작품의 중국판이 제가 중국에 있을 때 개봉했으니, 안 볼 수가 없죠. 거의 나오자마자 봤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냐고요? 부제를 보셨다면 느낌이 오셨겠지만, 실패였습니다. '괜히 봤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중국판' 심야식당에 관객들이 기대할만한 알맹이가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만약, 이 영화에 일본어 자막과 더빙을 입혀 전 세계에 개봉을 하면 이 영화가 '중국판' 심야식당이라는 것을 알아챌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이 영화가 '번안'작이라고 말씀드린 연유를 아시겠죠?


사실 <심야식당>이라는 작품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리메이크하려고 했던 인기작입니다. 그 서사가 주는 특별함이나 매력도 물론 있겠지만, 작품 속 정서와 설정 등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져서 일 겁니다. 하지만 얄궂게도 국적이 같은 일본판 외에 그 리메이크 결과는 다 별로 좋질 않습니다.


그 안타까운 리메이크의 시작이 어디냐면... 한국입니다. 2015년 SBS에서 정말로 '심야' 드라마로 방영한 <심야식당>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발연기 논란이 된 일부 장면을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왠지 오글거리는 설정과 배우 김승우의 싱크로율, 어중간한 현지화 등 아쉬움을 남기며 조용히 사라져 갔죠.


다음 도전자는 중국! 오늘 소개드리는 영화 이전에 무려 드라마 도전을 이미 한 번 했네요. 바로 2017년 드라마 <심야식당(深夜食堂)>이 바로 그것인데요. 결과는... 아래 보시는 것처럼. 2.8점 기록하셨습니다. 무려 36부작이나 된대요. 이 드라마 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사실 이미 주인장 아저씨가 황레이(黄磊, 황뢰)라는 데서 볼 마음이 달아납니다. 배우에 대한 감정은 없습니다. 그냥 싱크로가 좀 안 맞아서요. 배우 김승우와 비슷하달까..?


이야 무려 10만 명이 평점을 남겼습니다. 짝짝짝!


그리고 이 뼈아픈 실패를 딛고, 2019년 어느 용기 있는 감독이 다시 이 작품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이 감독은 잘 알려진 배우이기도 합니다. 바로 양가휘(梁家辉)입니다. 양가휘는 매거진 다른 글 <오월천인생무한공사>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는 홍콩 출신 배우인데, 이 영화가 그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배우 생활만 하던 그가 메가폰을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팬심'입니다. 이분도 <심야식당>의 엄청난 팬이었다고 해요. 팬심이 넘치는 나머지 그는 감독 겸 주연을 자처해 주인장 아저씨 역할도 맡습니다. 그에 더해 인맥을 동원해 유명한 배우들을 영화에 잔뜩 등장시키죠.


그러나 팬심이 너무 지나쳤던 것이 문제일까요? 그는 리메이크가 아닌 '오마주'의 형태로 원작의 수많은 디테일들을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옮겨 놓습니다. 이 영화가 앞서 말씀드린 2017년 중국 드라마보다 평점이 그나마 좀 높은 것은 양가휘 감독이 팬심으로 작품에 엄청난 공수를 들였다는 사실이 화면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식당만 일본에서 중국 상해로 옮겨왔을 뿐, 역시 '중국판'이라는 특색은 부족합니다. 너무 좋아해서 차마 바꿀 수 없었던 것은 아닐지?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은 '역시 원작이 최고'입니다. 양가휘 감독의 이 영화는 중국인들이 기대하는 중국판 <심야식당>의 모습을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어설프게 바꾼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원작을 보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이쯤 되면 <심야식당>은 리메이크를 하면 안 되는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많은 제작자들이 시도를 했는데도 결과가 다 이러니까요.


한국판, 중국판의 제작진 모두 아마 원작에 대한 애정은 충분했을 겁니다. 그저 그것을 어떻게 현지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 있게 현지화할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겠죠. 제 생각엔 한국판 심야식당이라면 (요즘은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포장마차의 형태를, 중국판 심야식당이라면 중소도시에 널린 노상 꼬치집을 그 모델로 삼았다면 어떨까 싶은데, 안타깝게도 저는 드라마를 제작할 능력은 없네요. 누군가 더 '중국스러운' 심야식당을 차릴 때까지 이 작품은 다시 중국에서 봉인될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드리며,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원작이 훨씬 낫다 ㅠㅠ 요리만 바뀌었지 다른 건 하나도 안 바뀌어서 중국의 특징이 전혀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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