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니까
■ 원어 제목: 건당위업 (建党伟业, 졘당웨이예)
■ 영어 제목: Beginning Of The Great Revival
■ 장르 : 드라마 / 역사
■ 년도 : 2011
■ 제작사 : 中国电影集团公司
■ 감독 : 韩三平
■ 주요 배우 : 刘烨,陈坤,张震,张嘉译,廖凡 등
오늘 소개드릴 영화는 2011년에 나온 중국 영화 <건당위업(建党伟业)>입니다. 매거진을 꾸준히 읽어주셨던 분이라면 뭔가 다른 점을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글 첫머리에 또우빤(豆瓣)의 해당 영상물 평점 페이지를 캡처해서 넣는데, 이 글에 캡처된 이미지는 좀 다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평점을 매길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몇 명이 이 영화를 봤는지, 평점은 어떻게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죠. 왜 그런 것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중국이니까'라고밖에 대답을 못하겠네요.
평점을 못 주게 되어 있는 이유는, 아마 추측하셨겠지만 중국 공산당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종종 중국의 국가체제와 관련된 영상물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점 기능이 비활성화되어 있는 경우를 발견하게 됩니다. 혹시 모를 부정적인 평가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상한 댓글이 달리는 것을 막기 위함일 텐데,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굳이 이렇게 비활성화를 하지 않더라도 중국 네티즌들은 알아서 몸을 사릴 것이고 혹시 이상한 평이 달리더라도 플랫폼에서 알아서 조작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뭐, 비록 이렇게 좀 꺼림칙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완전 이상하다거나 절대 보지 말아야 할 퀄리티라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1911년 신해혁명 발발부터 1921년 제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까지,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영화화한 만든 작품이고, 지금의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초기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영화를 본 건 19년 10월 국경절 연휴 때였습니다. 국경절 기념 북경 지역연구가 끝나고 상해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추측컨대 국경절이 있는 10월이라 항공사에서 이런 영화를 선택지에 넣어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신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2011년 영화가 떡하니 올라가 있었으니까요. 사실 제목을 보고 재생을 누를지 말지 무척 망설였습니다. 아무리 중국에 대한 학구열이 높았던 시기라고 해도, 이렇게 제목부터 압박적인 영화에는 손이 잘 안 가더군요. 제 국적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서요. 하지만 그런 저를 재생으로 이끈 것은 주연배우에 리우예(刘烨, 유엽)였습니다. 당시 제가 이 배우에 한창 빠져 있었거든요. 모택동 분장은 뭐 좀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단 재생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웬걸, 영화에 낯익은 배우가 끝도 없이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이 영화, 당초 170명이 넘는 유명 배우들을 섭외해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편집이 된 배우들을 빼고, 최종적으로는 108명의 배우가 영화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108명 중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로 섭외력이 엄청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 하면, 이 영화의 제작사가 중국 최대 국영 영화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차이나 필름(中国电影集团公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섭외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튕기면 어쩌면 중국 영화판에서 살아가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이 화려한 출연진의 비밀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국을 보는 색안경을 잠시 벗고 생각해보죠. 내가 중국인 배우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득일까요, 실일까요? 당연히 엄청난 득입니다. 사실 캐스팅이 된 것 자체가 영광이죠. 그리고 중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국가에 대한 애정이 엄청납니다. (아, 물론 적어도 보이는 데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 출연에 대해 거절하거나 뺄 만한 베짱이 있거나 강단이 있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작진에 의해 거부당한 배우는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탕웨이(汤唯)가 그 비운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촬영까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색, 계(色戒)>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윗분들 선에서 정리가 되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캐스팅을 당할 기회가 2000년 이후 세 번이 있었는데, 이 세 번의 기회에 만들어진 작품을 모아 "건국 3부작(建国三部曲)"이라고 부릅니다.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60주년에 만들어진 <건국대업(建国大业)>, 2011년 중국 공산당 성립 90주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 <건당위업(建党伟业)>, 그리고 2017년 인민해방군 결성 90주년에 만들어진 <건군대업(建军大业)>이 바로 그 세 작품입니다. 공산당 성립 이야기만 제목이 '위업(위대한 업적)'이고, 나머지는 '대업(큰 업적)'이죠? 원래는 셋 다 '대업'이었는데, 나중에 이 작품만 '위업'으로 제목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얼마나 공산당의 역사를 중시하는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지극히 중국적인 특색인데, 이렇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국가 체제의 '위대함'을 홍보하는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를 '주선율(主旋律) 영화' 혹은 '주선율 드라마'라고 부릅니다. 주선율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되는 'Main Melody'를 의미하죠. 중국이라는 특별한 국가 체제 하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전달하는 장르로, 매년 어떻게든 한 두 작품씩은 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작자들이 애가 타는 것은, 주선율 작품으로 어느 정도 국가 주도 하에 제작이 되더라도, 그것을 시청하는 것은 결국 시청자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기껏 만들어놨는데 아무도 안 보면 '주선율 작품'이 응당 가져야 할 홍보/선전 효과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제작비만 대거 투자하고요. 그래서 제작진이 어떤 수를 쓰냐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합니다. 어차피 제안하면 감히 거절할 배우도 없으니, 인기 배우를 잔뜩 섭외해서 어떻게든 볼 사람을 늘리는 것이죠. 108명의 유명 배우의 배후에 있는 진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선율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빠방합니다. 배우들도 그런 작품에 참여하는 것을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영광으로 여깁니다.
중국 최대 배급사에서 100명이 넘는 화려한 출연진을 동원해 찍어낸 중국 공산당 선전물. 한 문장으로 이 영화를 정의하라고 하면 이렇게밖에 갈음이 안 되겠지만, 색안경을 내려놓고 중국이라는 사회가 가지는 특성을 고려한 후 이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학습교재로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보진 않았지만 건국 3부작의 다른 작품들도 분명 그럴 것입니다. 중국에서 보는 자국의 근현대사는 어떠한지 가장 공식적인 입장을 엿보고 싶으시다면 이 건국 3부작으로 이해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다만 한 가지! 보면서 제가 약간 걸렸던 부분을 혹시 모르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마오쩌둥(毛泽东, 모택동)을 맡은 배우 리우예(刘烨, 유엽)는 실제로는 길림성(吉林省) 장춘(长春) 출신의 동북 지방 사람입니다. 실제로 대화할 때나 연기할 때 굉장히 심한 동북지방 발음(东北口音)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호남성(湖南省) 출신의 마오쩌둥을 연기하니, 사실 좀 싱크가 안 맞습니다. 일부러 마오쩌둥의 발음을 따라 하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배우 스스로의 발음으로 연기했다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굳이 그 발음을 따라 하는 것이 위대한 영도자(!)를 희화화하는 이미지로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고증 차원에선 좀 갸우뚱하게 됩니다. 혹자는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마오쩌둥에 대한 인상을 좀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배우의 팬이 보아도 그다지 이해는 안 갑니다.
중국이니까 있을 수 있는 영화 <건당위업(建党伟业)>.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역시 주선율 영화.. 유명 배우 총집합! 게다가 리우예(刘烨)가 연기한 마오쩌둥이 생각보다 닮아서 깜짝 놀랐다. 한 가지 부족한 건 리우예의 동북지방 말투.... 이거 하나 안 닮았다. 청나라 말부터 중국 대륙에 발생한 사건들을 알고 싶으면 보면 되겠다. 곳곳에 눈에 익은 배우들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