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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21. 2021

추흉자야 (追凶者也)

내 억울함은 내가 푼다


■ 원어 제목: 추흉자야 (追凶者也, 쭈이씨옹져예)

■ 영어 제목: COCK AND BULL

■ 장르 : 드라마 / 코미디 / 범죄

■ 년도 : 2016

■ 제작사 : 和和影业有限公司

■ 감독 : 曹保平

■ 주요 배우 : 刘烨,张译,段博文,王子文,谭卓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6년 배우 리우예(刘烨, 유엽)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추흉자야(追凶者也)>입니다. 제목의 중국어 뜻을 보면, '범인을 쫓는 자'라는 뜻인데요. 끝에 也라는 어조사를 붙임으로써 4글자를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중국 고문(古文, 옛 글) 같은 느낌도 주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한국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생각나는데, 메시지는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중문 제목은 <추흉자야(追凶者也)>인데, 영문 제목은 <COCK AND BULL>입니다. 중문 제목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해준다고 하면, 영문 제목은 이 줄거리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17세기 영국에서 수탉과 황소의 관계에 대한 황당무계한 민담이 많이 생겨났다는 데서 유래한 'cock and bull'은 '황당무계하다'는 뜻의 숙어인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여겼기에 이런 제목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감독이 '황당무계하다'는 판단을 내렸을까요? 영화는 한 남자가 살인죄의 누명을 쓰면서 시작됩니다. 평소 행실이 바르지 못해 누명을 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기술도 좋은 자동차 수리공이었죠. 그런데 한 순간에 누군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누명을 쓴 이유는 그가 피해자와 최근에 마찰이 있었다는 것, 딱 한 가지였습니다.


남자는 억울합니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해결되는 것은 없죠. 가만히 있다간 감옥에 잡혀갈 것 같은 위기감에 남자는 스스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섭니다. 누구도 도와주는 이 없어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진범을 찾으러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 감독은 이 사건 자체가 황당무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황당무계한 사건을 감독은 무겁게 풀어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사건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끌려 오는지, 그 기막힌 인연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줍니다. 리우예(刘烨)라는, 그 당시 나름대로 청춘스타의 이미지였던 배우를 운남(云南) 촌구석의 좀 모자란 놈(憨包)으로 만들면서까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주인공이 좀 모자란 모습으로 어떻게든 누명을 벗어보려고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관찰하게 됩니다. 보는 동안에는 웃깁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죠. "그래서, 경찰은 뭘 했지?"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유머러스하게 사회풍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중국경찰 짱짱맨'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풍년이었던 2020년에 중국에서 이 영화가 나왔다면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실제로 중국에서 발생했던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2009년 귀주성(贵州省)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인데요. 6형제 중 한 명이 억울하게 살해당하자 나머지 다섯 형제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 일로, 실제로 해당 과정에서 지방에 있는 경찰들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죠. 감독은 이 사건을 알게 된 후 스토리를 약간 각색해 영화화하기로 결심합니다.


재밌는 건, 똑같은 생각을 가진 감독이 또 한 명 있었다는 겁니다. <추흉자야(追凶者也)>의 각본 담당이 이 사건을 실제로 겪은 가족을 인터뷰하러 귀주성에 갔을 때, 이미 다른 감독이 한 번 다녀갔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죠. 결국 같은 사건을 보고 내용이 서로 다른 두 영화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영화 한 편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인데, 2011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같은 사건을 보고 탄생한 두 영화지만 하나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다른 한 영화는 상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두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모티브가 된 사건을 조금 더 사실에 가깝게, 조금 더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인산인해(人山人海)>라면, 내용은 사실과 다소 달라졌을지라도 관객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작품은 <추흉자야(追凶者也)>인 듯합니다. 가족을 위해 복수하는 주인공도 그럴듯하지만, 본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인을 쫓는 주인공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어떤 점에서는 더 공감이 되니까요.


<인산인해(人山人海)>가 천젠빈(陈建斌, 진건빈)과 우슈보(吴秀波, 오수파)라는 연기파 배우를 썼으면서도 배우의 연기보단 스토리와 영상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추흉자야(追凶者也)>는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리우예(刘烨, 유엽), 장이(张译, 장역), 왕즈원(王子文, 왕자문), 탄줘(谭卓, 담탁) 등 연기파 배우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서두에 말씀드렸듯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리우예(刘烨, 유엽)는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데, 배우 본인은 길림성(吉林省) 출신의 완벽한 동북 지방 어투를 가진 사람입니다만(지난 매거진 글 <건당위업(建党伟业)> 참고), 이 영화에서는 운남 사투리로 연기를 합니다. 이 영화를 위해 한 달 반을 감독의 지인으로부터 운남 사투리 특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특훈의 성과가 어땠는지 판단하기에는 제 운남 사투리 능력이 전무하네요. 그저 그의 다른 작품을 많이 본 팬으로서 사실 적응은 좀 안 되긴 합니다.


이상, 운남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범인을 쫓는 추격극, <추흉자야(追凶者也)>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드리며,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너무 웃기다 ㅠㅠ 동북 출신의 리우예(刘烨)가 운남 사투리를 하려니 엄청 고생했겠다 싶다. 리우예(刘烨)와 장이(张译) 모두 연기를 너무 잘한다. 우울할 때 보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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