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25일

꼭 29번의 잠 - 28 로마 쇠사슬의베드로성당+카보우르광장+해질녘의공원

by 윤에이치제이

꼭 27번의 잠, 로마 28일




+++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패딩을 입고 나갈 수 없을 지경이다

어제 세탁을 부탁했던 점퍼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마냥 기다리기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니트 하나에 두꺼운 뜨개 롱 카디건을 입고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도

하나도 춥지 않다 이렇게 동네 마실 룩의 가뿐한 차림으로도


오늘도 많은 시간을 길 위에 있어도 좋겠구나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떼르미니 역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다시 간다

신실한 종교인도 아닌데 고요한 안정이 필요하면

또 교회의 커다랗고 묵직한 문을 경건하게 통과하게 된다


시간이 없다고 조급해하지 않기를 오히려 덤덤하게 잘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IMG_5255.JPG
IMG_5258.JPG
IMG_5260.JPG
IMG_5263.JPG
IMG_5261.JPG
IMG_5259.JPG
IMG_5264.JPG
IMG_5266.JPG
IMG_5267.JPG
IMG_5269.JPG




광활하고 푸른 하늘의 기운에 맞서는 콜로세움의 웅장함

그 옆으로 비켜 걸으면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보관되어 있어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이라 불리는 빈콜리Vincoli 성당이 있다

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oli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 모세상과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 역시 그중의 한 명이 되었지만 그게 아니라도

종교와 분리할 수 없는 로마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새겨진 모든 바실리카는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 자체로 끌리는 것이고

그게 이곳에 있는 가장 큰 이유다


IMG_5270.JPG
IMG_5295.JPG
IMG_5294.JPG
IMG_5272.JPG
IMG_5277.JPG
IMG_5278.JPG
IMG_5282.JPG
IMG_5280.JPG
IMG_5279.JPG
IMG_5281.JPG
IMG_5283.JPG
IMG_5284.JPG
IMG_5285.JPG
IMG_5286.JPG
IMG_5289.JPG
IMG_5292.JPG
IMG_5293.JPG




성당을 나와 모르는 길로 걸어 들어간다 걷다 보니 이르게 된

카보우르Cavour 역 근처의 길들과 광장이 마음에 쏙 들어

일기장에 써 둔 몇 안 되는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해가 지려 해서 옷을 바꿔 입고 나오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드는 순간을 놓칠 것 같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지나가기만 하고 들어가 본 적은 없는 집 앞 공원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공원은 생각보다 넓고 길어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고

역시 보지 않고 추측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걸 새삼 알았고

산책 나온 강아지와 몸집 큰 개들이 서로를 향해 경계하며 짖는 소리를 무시한 채로

오로지 오늘과 헤어지려는 해와 해의 옷깃을 붙들고 물드는 하늘에 집중했다


IMG_5297.JPG
IMG_5299.JPG
IMG_5300.JPG
IMG_5303.JPG
IMG_5304.JPG
IMG_5305.JPG
IMG_5306.JPG
IMG_5307.JPG
IMG_5309.JPG
IMG_5310.JPG
IMG_5311.JPG
IMG_5312.JPG
IMG_5313.JPG
IMG_5314.JPG
IMG_5315.JPG
IMG_5316.JPG
IMG_5317.JPG
IMG_5318.JPG
IMG_5319.JPG
IMG_5320.JPG
IMG_5321.JPG
IMG_5324.JPG
IMG_5327.JPG
IMG_5330.JPG
IMG_5335.JPG
IMG_5336.JPG
IMG_5338.JPG
IMG_5337.JPG
IMG_5340.JPG
IMG_5342.JPG
IMG_5344.JPG
IMG_5345.JPG
IMG_5350.JPG




이제 다 마른 롱 점퍼로 갈아입고 오늘 밤은

깨끗하고 또렷한 흑백의 밤하늘 아래의 콜로세움을 보러 갔다가

어제 만난 아픈 손가락 포로 아우구스토로 간다


왜 이렇게 갔던 곳을 또 가는지 봤던 것을 또 보는지

세상의 모든 목격자들에 의해 수많은 사진으로 남겨진

소문난 풍경 흔한 장면이라도 내 눈으로 몇 번을 보는 것과 결코 같지 않아

방전된 배터리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기억 속에

오래 새겨놓고 오래 추억하기 위해 시간만 허락한다면 보고 또 보는 수밖에


은은한 밤 풍경을 보고 있으면 슬프고 아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몇 일간의 이와 같은 밤의 시간들은 아마도 슬픈 순간을 잘 지날 수 있게

내게 평안의 기운과 따뜻한 위로를 줄 것이다


IMG_5354.JPG
IMG_5356.JPG
IMG_5359.JPG
IMG_5362.JPG
IMG_5361.JPG
IMG_5363.JPG
IMG_5366.JPG
IMG_5373.JPG
IMG_5374.JPG
IMG_5376.JPG
IMG_5377.JPG
IMG_5378.JPG




이전 27화그,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