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월 1일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6 리옹

by 윤에이치제이

꼭 5번의 잠, 리옹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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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리옹을 휘젓고 다녔다

한 달짜리 로마의 여행처럼 슬렁슬렁 다녔다가

토리노를 도시 깊숙이 밟아보지 못한 것을 조금 후회했기 때문에


갔던 곳을 또 갈지언정

남은 날들은 매일 최후인 것처럼 바지런히 다니겠다고 결심했다

리옹으로 넘어와 하루를 공치고 따뜻한 방 안에서 마지막 긴 휴식을 취하며





am8:30 이 시간에 눈을 뜨다니

첫날 첫 잠의 괴로운 적응기 없이 잠을 잘 자고 일어났다 기분이 아주 좋다

숙면의 아침에 기지개를 켜 온 몸을 깨우고 나니 비로소 방 밖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방과 거실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출근을 준비하는 그녀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나 또한 다르지 않았을 저 너머 일상의 분주한 아침을 떠오르게 한다


Good morning

s그녀의 출근시간에 맟줘 이른 외출을 준비하기 위해 씻고 나와

커피를 한 잔 뽑고 요거트를 챙겨 방으로 돌아온다

틈 없이 바삐 움직이던 그녀가 현관으로 향하는 듯해서 잠시 방을 나와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한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단지 며칠 뿐인 룸메이트지만 함께 지내는 사이니까

Bye, See you in the evening Okey, Bye

불어로 인사를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영어권이 아닌 두 나라 사람이

영어로 인사하는 아침

제2 외국어로 불어를 선택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세월이 지났지만 읽는 것도 꽤 잘하는데 속마음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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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의 깊은 겨울 속에 머물다가 겨울이 지나고 있는 리옹에 도착해

껴입었던 옷을 하나 혹은 둘 벗어두게 된다

보상이라도 받듯 리옹의 공기는 따뜻하고 하늘은 지나치게 맑고 파랗다

흥의 감정도 지나치게 올라오기 시작해 좀 가라앉혀야 겠다


+


나는 오늘만큼은

잘하려고 해도 미흠하고 별 소용없을 찬사의 표현들을

자제하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도시가 좋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계절을 잊고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발도장을 찍은 오늘과

오늘 목도한 모든 아름다운 장면들을 되지도 않은 단어와 문장으로 조합하려 드는

헛된 짓거리를 되도록 하지 않고 그저 리옹이라는 도시를 안내하는 사람이 되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어느 길에서 이 모든 것이 내게 나타났는지

필요한 설명만 덧붙여보려고 한다 (이 말이 잘 지켜지기를)


+


1

집을 나왔다 어제 왔던 길을 걸어 리옹의 중심으로 가는 중이다

문을 열기 시작한 동네의 예쁜 가게들이 나처럼 아침을 서둘러 준비한다

건물의 모양새만 다를 뿐 다르지 않을 일상의 시작

그 일상의 몇 블록을 찬찬히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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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제 멋진 노을을 환영의 선물로 안겨줬던 론 강 다리 앞까지 왔다

다리 앞에는 리옹 대학이 있고 또 바로 앞에 공유 자전거가 있다

그걸 타고 달리는 리옹은 얼마나 신이 날까

하루 대여료 1.5 유로 (안내사항을 읽은 바로는) 자전거 앞에서 골똘히

궁리하고 고민하다가 걷기로 한다 오늘은 올라야 할 높고 경사진 길들도 많으니까


오늘의 론 강은 하늘과는 다른 푸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설레는 가슴을 더 요동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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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리옹의 중심부로 들어와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건물들의 길 속으로 잠기며 내가 이곳에 있음을 확인한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리옹의 관람차가 눈앞에 나타났다면 바로 이곳이

루이 대제 Louis le Grand'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벨쿠르 Bellecour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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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뻥 뚫린 광장에 앉아 잠시 오늘의 날씨를 만끽한 후

들어온 입구에서부터 광장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다른 끝으로 간다

곧 이어진 짧은 골목길을 통과하면 어제는 보지 못한 숀 강이 나타난다

두 개의 강이 도시를 통과하는 리옹은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


숀 강 위의 어느 다리로든 강을 건너면 본격적으로 리옹의 구도심이 열린다

숀 강에 이르렀을 때부터 건너편 언덕 위로 보이던 멀리서 봐도

놀라운 건축물을 향해 직진한다


우선 가까이 보였던 첫 번째의, 강을 건너자마자 마주치는 그것은

리옹 대성당 Cathedrale St-Je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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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에 감탄하기도 잠시 다시

다리를 건너기 전에 봤던 두 번째 목표물을 향해

경사진 길로 접어들면 가까운 듯 높은 곳에 또 하나의 성당이 보인다

그곳을 오르는 방법은 푸니쿨라를 이용하는 방법과 숨을 고르며

취향의 길들을 천천히 오르는 방법이 있다 길을 걷는다면 가는 동안 벽이나 바닥에서

길을 안내하는 뜻밖의 표시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목표물을 향해 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고

드디어 도착했을 때 목표물보다 목적지의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그곳에 오른 이유는 잊고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푸흐비에흐 Fourviere 언덕

높은 곳에서 보는 도시의 전경은 언제나 기대하지만

리옹에서는 상상 이상 이상 이상의 놀라움과 벅참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솟구쳐올라 늘 속으로만 외치던 감탄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한참을 풍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그제야

뒤를 돌아 아름다운 풍경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예술작품 하나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올려다본다

푸흐비에흐 노트르담 대성당 La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ere

리옹의 자랑이기도 한 외부와 내부가 모두 화려한 성당에서 나는

다시 한번 어안이 벙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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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나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장면은 한 번 더 마음에 꾹 담고

길을 내려온다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다시 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늦지 않은 바로 오늘 밤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경사길을 내려와 닿은 구도심의 다른 길을 걷는다

그곳은 구경하기 좋고 걷기 좋고 배를 채우기도 좋은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오래된 길과 벽과 건물들과 그러니까 오래된 시간과 잘

어우러져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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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길의 산책이 끝나는 곳에서 두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빠져나가

약간의 경사진 도로를 오르면 감동이 채 가라앉기 전 또 다른 교회가 나오고


그 길 끝에서 처음 숀 강을 건넜던 다리보다 훨씬 위쪽의 다른 다리 앞에

다다른다 그 다리를 건너 다시 론 강과 숀 강 사이의 길을 걸으면

곧 회색도시를 탈바꿈시키고 리옹을 재조명하게 한 벽화거리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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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놓치기 싫은 이 아름다운 길들을 다시 걸으면 이젠 어디에 도착할까

동그랗게 혹은 길게 길을 거슬러 걸어 다다른 곳은

이른 오전에 벨쿠르 광장을 만나기 전 지나왔던 리옹의 중심가

테호 광장 Place des Terreaux

리옹의 유명한 빛 축제의 주요한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우아하고 화려한 공간으로 오래 각인될만한 장소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던 나에게 휴식의 짬을 주고

그냥 뜯어도 맛있는 프랑스 바게트로 간단히 배도 채울 겸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헤어짐의 인사를 시작한 해와 하늘을 바라본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산 이에게

느껴지는 대견함과 주어지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는 오글거리는 생각도 잠깐 떠올린다


날씨가 모든 걸 허락한, 이 도시에서의 꽉 찬 하루가 진심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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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호 광장으로부터 건물 숲 사이를 지나오면 다시 벨쿠르 광장이다

관람차를 타지는 못하고 관람을 하는 이우는 저녁의 필요 이상의 멋진 노을빛 하늘

이보다 어떻게 더 하루를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진짜 최고의 마무리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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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쿠르 광장의 끄트머리 길로 다시 걸어 나와

노을빛으로 물 든 숀 강의 다리 위에서 오늘 해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다시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푸흐비에흐 언덕으로 오르는 길

길을 오르는 과정 중에서 다시 또 감동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언덕에 다다라 다시 또 언어를, 음성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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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없는 밤은 아직 추운 계절이지만 오래 그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카메라로 담고도 그것으로는 모든 걸 담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기억과 마음에서 결코 잊히고 싶지 않은 간절함으로 아주 오래 풍경 속에 머물렀다)


내내 멍한 정신으로 언덕을 내려와

숀 강의 빛나는 밤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얼마의 시간이 내게 주어져야 형용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내 눈에 마음에 담고 싶다는 욕심을 채울 수 있을까

그런 실현 불가능한 욕구가 검은 강물처럼 흐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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