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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에이치제이 Feb 02. 2022

그, 2월 2일

꼭 29번의 잠 - (미완성의 나머지) 7 리옹


꼭 6번의 잠, 리옹 3일




+++


지끈거림과 무거움 약간의 두통 

일어나 보니 그녀는 이미 출근을 했다


어제 저녁 늦게 들어왔을 때 그녀에게 소모임이 있는 날인지 다섯 명쯤이 모여

거실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건 영화에서 자주 보던 모습인데


오늘 저녁 더 늦게 들어왔을 때 그녀는 컴퓨터로 작업 중이었다

Good day..? 아니 난 몸이 안 좋아서 pm6시까지 누워있다 잠시 나갔다 오는 길이야

이런 약이 있나 모르겠네 아니 아니 갖고 다니는 약이 있어서 먹었어 고마워


딱 필요한 대화 외에는 (에어비앤비에 사이트에도 쓰여있었듯) 서로의 사생활을

신경 쓰지 않고 방해하지 말자는 주의, 그건 나도 원하는 거라 좋았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 중이고 마음에 든다





창을 열었는데 하늘은 맑고 저 맑은 하늘에 바람이 가득하다


미리 언질을 했듯 으쌰 으쌰 열심히 다니기로 결심한 지 하루 만에

몸에 무리가 왔는지 갑자기 심해진 바람 때문인지

아침부터 기미가 있던 두통이 외출 후에 더 심해져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심하게 아팠다 로마에서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어

외출을 포기하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하루를 푹 쉬었는데

리옹에서는 쫓기는 마음에 외출을 강행했다가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어

10분 거리라면 30분이 더 걸려 집으로 겨우 돌아왔다

중간에 두 번 정도는 쭉 걷지 못하고 앉을 수 있는 보이는 아무 데나 주저앉았다


그래서 오전의 수확이라고는 어제 계획해 두었던 

어린 왕자 동상과 생텍쥐페리 생가를 찾아 인증한 것 그뿐이다

(동상과 생가는 벨쿠르 광장 끄트머리에 있는데

기차역에서 왔다면 초입에 해당되고 도심에서 왔다면 끝 쪽 공원 근처에 있다)





돌아오자마자 간단히 씻고 약 한 알을 삼킨 뒤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웠다 아무도 없는 집안의 고요가 조금 도움이 되었다

그 길로 잠이 들긴 들었다가 일어나니 밖이 깜깜하다 pm6시경

조금 나아지긴 해서 훌쩍 지나간 금 같은 하루가 아까워 외출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집을 나서 멀리 가지는 않고 숀 강의 밤 풍경 딱 거기까지 갔다가

pm9시 즈음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생기는 기구한 돌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몸이 아프다거나 기차를 놓친다거나 지갑을 잃어버린다거나

카메라가 고장난다거나 예약한 숙소가 취소된다거나 등등

그중에서 지난 여행에서는 세 가지나 문제였지만 이번 여행은 

(아직 조금 남았지만) 아픈 것 하나만 문제니까 이 정도가 어디냐며 감사하자 한다


남은 일정을 위해 마저 몸을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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