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는 일, 살아가는 일

-3 세 번째 일상

by 윤에이치제이

3.

가끔만 하는 생각, 먹는 마음



반찬을 두어 가지 만들어 두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날이었다. (지금은 마치 전남친 전여친 같은 뉘앙스의 X가 된 트위터는 유일하게 오랫동안 유지 중인 SNS, 취향이 열거된 communication (과연?) 수단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누구나 뚝딱 만들 수 있는 쉬운 반찬 두 가지 만들어 쟁여두고 반찬 걱정 한숨 돌리다가 엄마 생각, 난다. 매 끼니 얼마나 고민이 많고 수고스러우셨을까. 하나도 아닌 입맛 다 맞춰가면서, ’


내가 만든 반찬은 닭가슴살마늘종볶음과 영양부추무생채.

두 가지를 넉넉하게 만들어 통에 담아두었다.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었고 기온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요리하기가 싫어졌다. 그럴 때 간단히 반찬 두어 가지 해 두면 그럭저럭 밥 한 그릇 가볍게 뚝딱 먹을 수 있었다. 얼마 동안은 손이 안 가서 그것도 좋았다. 그런 생각의 타래가 이어지던 순간, 더 많은 가지 수의 반찬을 매 끼니 식탁에 올리던 엄마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때 글을 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요는, 엄마 생각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트위터에 남겼다는 그 마음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 것과 마음 쓰인 게 단지 그 순간뿐이었다는 것이다.


SNS라는 게 ‘보여주기 식’이라는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아서, 나라고 그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분명한가 싶어서 영 신경이 쓰였다. 단지 조금의 변명을 하자면 그래도 글을 올리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보여줄 만한 것을 올리기 위해서 글을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나는 언제나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에 140자 이내로 문장을 작성하고 사진을 첨부하는 부지런을 떤다. 그렇기에 글을 올리는 순간에는 마음의 거리낌 같은 건 없다. 하지만 SNS라는 게 그렇듯 역시나 내가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이 들었던 순간만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이고, 그것만으로 나라는 사람이 읽히고 평가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내가 거짓되지 않았다 해도 SNS상의 나는 충분히 치장되고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거니까. 어느 정도 온라인상의 나는 현실의 나보다 괜찮은 인간으로 나열되어 있는 건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오늘의 경우도 엄마의 고생이 안쓰러웠던 찰나, 진심이 생각이 되고 생각이 글이 되었지만 그 후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나의 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인생을 살아내느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기 전까지 엄마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심지어는 그런 마음이 들었던 순간에 정작 당사자인 엄마한테는 아무런 표현도 감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시하기만 한 것과 다르지 않았던 거다.

그게 뭐냐 싶으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연이어 피식-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온 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벌써 SNS를 해 온 몇 년 동안 반복된 일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뭘 지금에 와서 이러나 싶어서였다.


하긴. 가끔도 아닌 매일 매끼 굶지 않고 먹는 밥과 매일 매시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삶에 대해서도 매 순간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감사한 생각과 마음은 아주 가끔씩만 먹지. 그러니 매일 먹는 밥처럼 배부르지도 않고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 중요한 걸 잊고 사는 인간은 그래서 행복의 조건은 높고 다다르는 방법은 어렵고 어쩌면 눈앞에 있는 것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건지도 모르지.

하긴. ‘우린 중요한 걸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아’라고 내가 직접 쓴 문장 하나가 몇 년째 내 트위터의 가장 첫 번째 자리에서 ‘잊어버리지 좀 마!!!!’ 소리치고 있는데도 변함없이 이 모양이니 말 다 한 거지. 뭐.


그래서 이렇게 푸념만 하다 망칠 건가. 그건 너무 바보 천치 같다.

가끔만 하는 생각이나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 생각이나 마음 같은 건 없다.

다들..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저.. 도... 요....

우선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 감사한 마음은 감사한 순간에 즉시. 아끼면 똥 되는 건 물건만이 아니니까.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방출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이다 언젠가 쓰디쓰고 아픈 눈물로 쏟아져 나오게 될 테니까. 그리고,

밥 잘 먹고 무탈하게 살고 있는 나의 삶에게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주 고마운 마음을 갖자. 이만큼의 행복이 나락으로 떨어진 어느 날에서야 얼마나 크고 넘치는 것이었는지 뒤늦게 알아채고 후회하지 말고.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질과 자격이 있고,

책임과 의무가 되기를 기다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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