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색한 친구 사이

시골살이-9

by 윤에이치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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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에 온갖 처음 보는 것들이

(햇)빛을 피하거나 (조명)빛을 따라

다니러 온다

처음엔 손가락을 튕겨 쫓아냈다가

머물다 결국 떠나는 걸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는 아니고

마을 한옥 기둥에 붙어

곧 탈피를 앞둔

왕표범무늬나비 번데기

반짝거리는 껍질을 벗어버리고

날아오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며칠 후 진짜 나비가 되어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아직은 힘겨운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려 안간힘 쓰는 걸

어색한 친구는 안쓰럽게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기만 했는데

또 며칠 후 홀로 날기에 성공해

훨훨 날아다니는 아이를 알아보았다


왕표범무늬니비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나비

아이야, 우리와 함께 잘 살아나가 줘


옆집 강아지는 그래도

덜 어색하고 가장 친해진 친구

이제는 반갑다고 달려와 껑충

달려드는 게 버거울 지경이다

놀아달라고 발길질을 하는 통에

종아리 세 군데를 긁혀 멍이 들었다

다시 어색해질지도 아하하-


산개구리가

풀 나무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집 비 오는 날 놀러 오는

친구가 되었다

아직 서로가 어색해 다가가면

서로 놀라 펄쩍 달아나고 물러서는

그런 사이지만

잊을만하면 폴짝 튀어 오르며

깜짝 등장해도 이젠

하나도 겁나지 않는다


너 내 루꼴라를 탐내는 건 아니겠지

완벽한 보호색으로 무장해

루꼴라 잎을 쓰다듬다 같이

쓰다듬을 뻔

그러기엔 우리 아직 어색하잖아

저기 좀 비켜주겠니


이른 아침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람쥐 한 마리가

마당과 담장을 쏜살갈이 달린다

가끔은 옆집 강아지와

기싸움을 하느라 짖어대고 달리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하는 통에

한껏 소란할 때도 있다

어느 밤에는 너구리 한 마리가

마당 평상 밑에서

빛나는 눈빛을 쏘며

나와 한참 대치하다 간 적도 있고

어느 낮에는 꿩 한 마리가

유유히 마당에서 런웨이 하는 걸

신기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안면을 트지 않은 새의 노랫소리가

음악을 틀 기회를 주지 않고

떼 지어 과일나무로 날아와

배를 채우고 쉬다가는 모습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시골살이가

도시의 편리와 비교하면

결코 편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불편을 감수해도 좋은 것들이

강력하게 마음에 이기고 들어와

어느새 어색했던 마음의 막이 걷히고

푸르고 찬란한 계절에도

스산한 빛깔의 계절에도

친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곁에서

의지하고 견뎌낼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쉽게 떠나거나 버릴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그런 것인 것 같다

그래도 모르지요

나는 여전히 우리 사이가 어색해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런 마음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거리를 두고 각자 잘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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