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툇마루

시골살이-11

by 윤에이치제이

툇마루 창 밖에

나의 작은 텃밭이 있다면

툇마루 창 안에

나의 소중한 꽃밭이 있다

거친 콘크리트 블록도

제 자리 제 역할을 찾으면

멋진 화병이 된다

팔월에는

대나무 가지를 꺾어와

절인 올리브 비운 병에 꽂아두었다

지금도 지치지 않고

하루하루 꽃을 피우고 지는

나의 툇마루 첫 꽃은 달개비

봉숭아 흰 꽃이 예뻐

과감하게 대나무 가지를 치웠고

조금이라도 버텨주길 바랐는데

하루 만에 깊이 고개를 숙여버렸다

사람의 욕심이 늘 문제지

마당의 사과나무 가지치기 후

봉숭아 떠난 자리를 채운

사과나무 가지와 새싹

새싹잎이 제법 커지는 걸

오래 기뻐하며 바라보았다

종이를 엮어 만든 수납 바구니

위에 조명을 올려 둔 밤

분신술을 부린 테이블 조명

feat. 사과나무 가지

달개비가 수경재배로도 뿌리내려

꿋꿋이 살아가는 걸 보고

마당 텃밭 한켠에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뿌리내리길 기다리는 중

텃밭에 시기별로 자라는

이름 모를 잡초를 제거하다가

가지런한 잎사귀 가지 몇 개 가져와

툇마루를 연둣빛 봄으로 위장했다

구월의 감나무는 감도 초록초록

어차피 새들에게 양보할 키 큰 단감나무

팔을 뻗어 겨우 닿아 꺾어온

싱싱한 감나무 가지가

가을을 데려오겠지

행복의 상징 세잎클로버가

예쁜 노랑노랑꽃을 피울 때

그렇지만 사방에 번진 잡초일 때는

애증의 관계가 된다

물병 속에서도 생생한 초록인

덩굴 식물 잎사귀가

툇마루에서는 사납지 않고

귀염귀염하다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꽃웃음을 짓고 있는

하얗거나 연보랏빛인 이름 모를 꽃

서로를 호명하지 않고도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까

시월이라고 가을이라고

여리여리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툇마루에 계절을 불러와

남향의 툇마루에선

모든 식물이 속마음을 드러내

하나도 거짓 없이 제 모습으로

사람도 그럴 때가 있지

열어둔 창 너머에서 짙은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행복을 부추기더니

시월의 금목화라는 꽃이었구나

옆집에서 손수 꽃가지를 꺾어 와

향기를 통째로 선물해 주셨어

그리하여

시월의 툇마루는

이렇게나 풍성해졌다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자랑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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