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행복하기

시골살이-13

by 윤에이치제이

어느 집 깻잎 아닌 작은 나무의 잎은

엄마 추어탕 요리에서 본

향 짙은 방아잎

한 잎 떼어 향을 맡아보라는데

추억의 맛이 떠올랐다

좋아하던 미키마우스 티셔츠가

몇 번 입지도 않은 채 작아져서

입지 않는 오렌지 줄무늬 티셔츠와

골라보 해 만든 영수증 주머니

영수증은 없다 모바일로 받는 바람에

동그랗게 잘 깎인 돌만 보면

주워오는 버릇

여기서는 제법 큰 돌이 마음에 들어

누름돌로 쓰고 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메모지에 색연필로 그려본

창 너머 대나무밭

이러니 미대생은 꿈도 못 꿨지

여름 감자는 맛있고

어른이를 위한 동화책은 멋있고

이 모든 걸 더한 순간은 참 행복하지

엄마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잔꽃 무늬 천을 가져다가

크고 삭막한 네모 주방 창에

한 땀 한 땀 주름잡아 작은 커튼을

달아두었더니 엄마가 좋아하셨다

나의 시골살이 도전에

친구가 협찬해 준 충전식 조명등을

툇마루 끝 방 문틀에 붙여두고

핏기 없는 형광등 불빛 대신

무드 있게 켜두면 통창 카페가 된다

이곳에서는 악착같이

간접조명으로도 충분한 밤을

만끽하고 있다

높고 닫힌 아파트보다

외부에 노출되기 쉬운 시골집의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색이 다른 포스트잇 두 장을

앞뒤로 붙이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로

개성 있게 꾸며보세요

책갈피로 딱이거든요

제주 일 년의 추억 한 꼬집을

시골집에 가져왔다

김영갑 갤러리 관람 후 받은 엽서와

박물관에서 가져온 엽서를

냉장고 문에 붙여두고

화이트톤으로 리모델링된

시골집 주방 하얀 문을 열면

작업 테이블 옆 화이트보드가 된다

내가 적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메모해 두기

이른 아침부터 이른 저녁까지

햇빛 좋은 툇마루 창틀에서

손빨래한 목장갑 말리는 중

일회용도 깨끗이 다회용으로

사용하자고요 지구 지킴이들

선택의 여지없이 읍내에서

급하게 구입한 꽃무늬 장화

이웃집 할머님이 예쁜 것도 신었다고

우쭈쭈 해 주셨다

행운의 네잎클로버보다는

행복의 세잎클로버

감이 홍시가 되어 내 입에 꿀떡

그러고 남겨진 감나무 잎이 여태

멋지고 건강하게 동거 중

영화에 환장했었던 그때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포스트 카드

거들떠보지 않던 카드 앨범에서

구출해 작은 방 문에 붙여두고

몽글몽글한 기분을 내내 느낀다

이제는 핸드폰 속으로 들어가 버린

멤버십 카드는 플라스틱일 때 더

소장하는 맛이 있었는데 그나저나

난 왜 이걸 지금껏 버리지 않았나

어느 밤 조명 아래에

꽃잎이 후드득 떨어졌다

내가 키운 바질 이쁨

홍시의 꼭지가 꼭

가을 하늘 별 모양을 닮았네

라고 오글거리는 말을 해보는 것

소소한 행복이 모여

행복으로 와글와글한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이면 결국

나의 일상이 나의 삶이

행복한 거라 하네요

행복으로만 미어터지는 건

언제나 가능하지 않잖아요

그저 소소한 행복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해주는 거지요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언젠가는 누구에게든

찾아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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