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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깻잎 아닌 작은 나무의 잎은
엄마 추어탕 요리에서 본
향 짙은 방아잎
한 잎 떼어 향을 맡아보라는데
추억의 맛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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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미키마우스 티셔츠가
몇 번 입지도 않은 채 작아져서
입지 않는 오렌지 줄무늬 티셔츠와
골라보 해 만든 영수증 주머니
영수증은 없다 모바일로 받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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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잘 깎인 돌만 보면
주워오는 버릇
여기서는 제법 큰 돌이 마음에 들어
누름돌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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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메모지에 색연필로 그려본
창 너머 대나무밭
이러니 미대생은 꿈도 못 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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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자는 맛있고
어른이를 위한 동화책은 멋있고
이 모든 걸 더한 순간은 참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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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잔꽃 무늬 천을 가져다가
크고 삭막한 네모 주방 창에
한 땀 한 땀 주름잡아 작은 커튼을
달아두었더니 엄마가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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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골살이 도전에
친구가 협찬해 준 충전식 조명등을
툇마루 끝 방 문틀에 붙여두고
핏기 없는 형광등 불빛 대신
무드 있게 켜두면 통창 카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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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악착같이
간접조명으로도 충분한 밤을
만끽하고 있다
높고 닫힌 아파트보다
외부에 노출되기 쉬운 시골집의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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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다른 포스트잇 두 장을
앞뒤로 붙이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로
개성 있게 꾸며보세요
책갈피로 딱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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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 년의 추억 한 꼬집을
시골집에 가져왔다
김영갑 갤러리 관람 후 받은 엽서와
박물관에서 가져온 엽서를
냉장고 문에 붙여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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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톤으로 리모델링된
시골집 주방 하얀 문을 열면
작업 테이블 옆 화이트보드가 된다
내가 적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메모해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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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이른 저녁까지
햇빛 좋은 툇마루 창틀에서
손빨래한 목장갑 말리는 중
일회용도 깨끗이 다회용으로
사용하자고요 지구 지킴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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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여지없이 읍내에서
급하게 구입한 꽃무늬 장화
이웃집 할머님이 예쁜 것도 신었다고
우쭈쭈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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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네잎클로버보다는
행복의 세잎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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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홍시가 되어 내 입에 꿀떡
그러고 남겨진 감나무 잎이 여태
멋지고 건강하게 동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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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환장했었던 그때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포스트 카드
거들떠보지 않던 카드 앨범에서
구출해 작은 방 문에 붙여두고
몽글몽글한 기분을 내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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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핸드폰 속으로 들어가 버린
멤버십 카드는 플라스틱일 때 더
소장하는 맛이 있었는데 그나저나
난 왜 이걸 지금껏 버리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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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조명 아래에
꽃잎이 후드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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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바질 이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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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의 꼭지가 꼭
가을 하늘 별 모양을 닮았네
라고 오글거리는 말을 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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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이 모여
행복으로 와글와글한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이면 결국
나의 일상이 나의 삶이
행복한 거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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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만 미어터지는 건
언제나 가능하지 않잖아요
그저 소소한 행복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해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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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언젠가는 누구에게든
찾아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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