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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골살이는
여름 끝에 시작되었다
8월이었으니 시기상으로
그렇지만
올여름은 질기고 지독했다
10월의 추석이 지나가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러니까
지금쯤 가을이 본격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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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의 긴 여름을
낯선 곳에서 잘도 보냈다
더운 날씨야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제주에서도 여기 시골집에서도
다를 바 없었지만 이곳엔 그걸
뛰어넘는 바라왔던 설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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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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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이름을 몰라도 좋아요
이름만이 꼭 당신은 아니니까요
그냥 거기 아름다움으로 있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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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도
뜨거운 공기를 가를 날갯짓이 버거워
콘크리트 뜨거움 위에서라도
쉬엄 쉬고 싶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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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 불빛마저 무더위를 지피는
여름밤에는 모두가 은은하게
가늘고 얕은 빛과 숨만 내뱉으며
겨우 견딜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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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뜨거운 여름을 먹고도
잘도 자란다
더위에 강한 식물조차 말라가는
폭염 속에서도 쑤욱 키를 키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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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지쳐가는 하루하루
때로는 소리 없는 작은
응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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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통과한 거울 속 계절은
파랗고 푸르러
거긴 좀 시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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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날들에 내리는
비는 반가웠는데
도무지 물러가지 않는 늦여름 비가
축축하게 엉겨 붙어 인내심 테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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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후 갬
애니메이션 구름이 그렇고 그런 날에
한 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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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머금은 찻잎은 지긋이 오래
냉침한 게 더 향긋하고
뜨거운 건 다 미워질 땐 요리보다
단출한 요깃거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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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신지 않고 수시로
잡초를 제거하려고 텃밭에
디딤돌을 여러 개 만들어 두었는데
어떻게든 공간을 밀치고 굉장한
번식력을 자랑질하는 거
정말 얄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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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올려다볼까 해서
늦은 저녁 마당에 나갔다가 어느
포근한 창이 따스하고 다정해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게
나의 창이라 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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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 않아
그래도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꺾이지 않고 꽃을 피우고야 마는
강하고 아름다운 힘과 기운이
우리도 힘내라고 활짝
응원하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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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닮은 새싹이
봄의 이란성 계절인 가을에게
어서 돋아나라고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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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도 도시와 다르지 않게
다른 형태의 소음이 끊이지 않아
심란한 기분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좋아하는 음악으로 처진 기운을
끌어올리는 거다 지지직 오래된
잡음이 일렉기타 소리와 어우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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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이미 시작됐다면
외출할 생각을 하지 않지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작된 비라면
얘기가 다르다
시골집 창과 닮았지만 다른
와이드 하게 펼쳐지는 풍경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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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햇빛이 모든 그림자를
빠짐없이 만들어내는
볕 좋은 툇마루에서의 여유가
집순이에게는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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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익어 갈수록
반지르르 윤이 나고 속이 실해지는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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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숙해질수록
또렷해지는 빛깔과 몰랑해지는
어여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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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빚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갑옷을 뚫고 나와
무엇과도 같지 않은 자신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피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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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철 배불리 먹고도 남아
냉동실에 얼려둔 무화과를
공기가 달라진 선선한 아침
꿀만 넣어 졸였는데
잼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그래도 청은 아닌 걸쭉한
무화과잼이 완성됐다 모양새는
이래도 맛이 없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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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틀림없이 가을이 온 겁니다
낮의 햇빛이 따끔거려도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리듬감 있게
쓰다듬어 주는 바람이 느껴진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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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책길 낯선 풍경 속에서
그리운 풍경을 보았네
육지 시골 여기는 황금빛으로 물드는데
거기 섬 제주의 어느 마을길로
순간이동한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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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곳에도 가을이 왔습니까
당신들이 머무는 시간과 공간에도
가을이 물들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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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바꾸고
익어가는 것들을 떨구어 내는
가을 추, 를 품고 있는 계절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추수와 추락의 돌림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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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포로로마노
회색빛 몰락의 부서짐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색을 일상에서 목격할 때
우리는 결국 멀어도 똑같은 생을
부여받은 지구인 동족이구나 싶은
미천한 것의 우주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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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텃밭에
감자꽃과 사과나무꽃이 피었다
꽃이 떨어지고 잎이 바스러지고
열매를 맺기 위해
새로운 때를 기꺼이 맞이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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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때라는 거지
결국 다음 계절의 순서가 되었고
또 다른 계절이 반복될 게 분명하다는 건
바뀌지 않는 삶의 이치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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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힘들게 견뎌내야 했지만
여름은 결국 물러섰고 가을은 이미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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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말은
계속 가야 한다는 것
선택의 권리에 대한 행복의 의무를
권리와 의무라는 단어는
떼어내 버리고
계절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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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나 또한
고요히 어느 곳에 뿌리내려
피고 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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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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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
겨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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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
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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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
여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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