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생활 학습기
우리 아버지의 취미는 운동이다. 아침 6시에 출근하여 오후 8시 늦게는 11시에 들어오는 생활을 벌써 20년째. 그동안 해 보신 운동은 수영, 축구, 골프, 당구 그리고 헬스인데 반드시 일주일 안에 한 두 개는 동시에 하면서 매일 하나 이상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게다가 시작하면 끝을 봐야만 만족하시는 성미를 갖고 계시는 탓에 어느 것 하나 대충하질 않는다. 조기 축구팀에서 골키퍼를 맡았다면서 전문 골키퍼에게 다달이 과외를 받고, 매일 아침 2시간 운전을 하며 회사에 가면서 꼬박꼬박 새벽 수영을 나가 응급구조 자격증까지 따고야 말았다.
나이가 50을 넘어 60을 향해 가지면, 아직도 여전하다. 요즘은 당구를 하겠다고 거실 소파를 치워 당구대를 놓았는데 주말이면 당구채로 작은 돌들을 치는 딱! 소리에 잠을 깬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들어오기엔 혼자 너무 바쁜 사람이라 나와 친하지는 않지만, 가끔 대단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공부는 늘 지겨웠고 집에서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왔고 처음으로 나만의 시간과 돈을 갖게 되니 내 취미생활은 확 넓어졌다. 처음에는 학교 근처에 국악학원을 다녔다. 그 후에는 전부터 구몬학습을 통해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본어 공부와 중국어, 한문 공부를 시작했고 그다음 해에는 수영을 다녔다.
처음 글자를 배울 때가 기억나는가? 숫자를 셀 수 있게 되고,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때는 좀 재밌었다. 새로운 것을 알고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되고 압박도 두려움도 없이 온전히 삶으로 받아들였다. 옆 친구와 어렵다 재밌다 이야기도 하고, 지치고 버거워도 좀 쉬면 다시 재밌어졌다.
짧은 견문이지만 그렇기에 나는 모든 취미의 기본은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거창하게 꼭 외국어 공부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뭐라도 배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다못해 청소를 하면서도 새로운 정리방식을 알아가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취미로서 느끼는 즐거움을 백배 즐길 수 있다.
세상에 뭐가 너무 많다. 산다는 건 그저 평생 배워나가는 과정일 뿐일지도 모른다.
겨울, 원래 다니던 수영장이 폐장하면서 나는 또 새로운 취미를 찾아 아리랑 스쿨에서 판소리를 배우게 되었다. 원래는 윷놀이 대회나 청춘 포럼 등으로 먼저 알던 곳인데 국악 관련 학원이란 건 처음 알았다. 첫 달을 끝마치고 이제 둘째 달로 들어가는데, 처음이라 아직은 뭣도 모르지만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주에는 전에 배웠던 사랑가 한 대목 (판소리에서는 한 부분을 그렇게 말한다.)을 떼고 남상 타령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너무 못해서 사랑가를 한 주 더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처음에는 내가 음친줄 알았다는데 (슬프게도 좀 사실이다.) 저번 주에는 드디어 감을 좀 잡기 시작하니 박수를 치시면서 칭찬해 주셨다. 요즘 참 뿌듯할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좀 뿌듯하고 기뻤다.
여러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요! 저는 10년을 했는 걸요! 안 되는 게 당연해요!
매 수업마다 선생님은 꼭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참 별거 아니고 당연한 말인데 마음에 진하게 남았다. 취미를 이것저것 하다 보면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너무 잘하려고만 하다가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어떻게 다 잘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하면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다들 안되니까 재미없고, 그러면 지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취미를 소홀히 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든 언제나 즐거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또 즐겁자고 하는 건데 강요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뭔가를 잘하려면 지치고 버거운 어떤 지점을 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뭐든 그렇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지점은 지나가고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볼 수 있게 되는 걸 기억하자. 나는 가끔 그 버거움 후에 오는 비교할 수 없는 희열과 뿌듯함이 바로 배움에 참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미로 하는 건데 뭐 그렇게 열심히 해?
취미도 세상살이인데, 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이런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쳤다는 증거니까 생각을 좀 내려놓거나 하루쯤 쉬어보는 것도 괜찮고 한번쯤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거움이 주는 성취감이 그리워질쯤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다. 마음도 편히 먹고, 어차피 즐겁자고 사는 것이고 배우는 건 힘든 게 당연한 거니까.
지금 다니는 학원 아리랑 스쿨에는 수강생들이 직접 공연을 하는 '취미인 콘서트'라는 행사가 있다. 내 목표는 그 무대에 서는 것이다. 수영을 배울 때는 중급반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배움이 버거워질 날을 위해 이처럼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