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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폴로 Apr 29. 2020

쉐보레의 플래그쉽 세단이었던 알페온

알페온의 원판은 미국 GM의 뷰익 라크로스다. 라크로스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는 상당히 잘 나가던 세단으로, 미국에서의 경쟁 차종으로는 렉서스 ES와 현대 제네시스 등이 있었다. GM은 라크로스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미국 시장과 다르게 배기량을 낮추면서 제네시스가 아닌 그랜저와 가격대와 차 급을 동일한 급으로 포지셔닝했다.





그랜저급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엔진 사양을 다운그레이드시키고 HUD, ACC 등 일부 옵션을 제외하여 내놓았다. 한국 출시 모델은 알페온을 차명이자 자체 브랜드명으로 사용했다. 쉐보레로 바뀌게 될 GM대우의 브랜드 전환과정의 과도기적인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원래 이 차는 미국에서 쉐보레가 아니라 쉐보레의 상위 브랜드인 뷰익 브랜드로 나온 차다.





2010년 부산 국제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으며, 2010년 9월 중순에 출시되었다. GM의 입실론2 전륜구동 플랫폼이 깔리며, 캐딜락 CTS과 동일한 V6 3.0리터 DOHC 가솔린 직접분사(SIDI) 엔진을 탑재했다. 이어 10월 중순에 직렬 4기통 에코텍 2.4리터 DOHC가 출시되었다.





공개된 알페온의 가격은 2.4 모델 CL240 3,040만원(디럭스 기준), EL240 3,300만원(디럭스 기준)이며, 3.0 모델 CL300 3,662만원(디럭스 기준), EL300 3,895만원(슈프림 기준)으로 당시 K7, SM7등 타사의 동급 차종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고, 그랜저보다 평균적으로 약간 낮은 가격대였다. 다만 그랜저보다 옵션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원래 미국에서는 렉서스, 제네시스와 경쟁 차종이었으나, 국내로 들여오면서 그랜저, K7에 맞게 가격대를 상당히 낮춰 출시했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대형차를 플래그쉽 모델로 출시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전력이 너무나 많기 때문인지 이번에 알페온은 의도적으로 준대형급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그랜저, K7과 동급으로 차급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차라리 원래대로 제네시스와 동급으로 내놓는 것이 좋지 않았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는 알페온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출시되어 별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뷰익 라크로스 브랜드 그대로 내놓은 중국 시장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기존 대형차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해 보고자 국내에서는 차급과 가격까지 낮춰 가면서 약간은 출혈을 감수하고 출시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맞지 않는 중후하고 올드한 디자인 탓에 할배온이라고 불렸고 국산 경쟁 차종보다 초반 가속력이 떨어지는 점은 시내 주행이 많고 성질 급한 한국 운전자의 특성에 역행했다. 또 옵션이 나름대로 풍부했는데도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는 괴리가 있었고, 고급 차인데도 골프백 네 개가 안 들어간다는 치명스러운 단점 때문에 이 차가 메인 타겟으로 삼았던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알페온에 쓰인 Hydra-Matic 6단 자동변속기는 크루즈에 탑재되어 어떤 것을 상상하든 그 밑바닥을 보인다고 한가득 혹평받은 자동변속기인 통칭 보령미션이다. 그 덕에 크루즈와 동일한 자동변속기 관련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원래 알페온의 원형인 라크로스는 성능으로 승부를 보는 차가 아니다. 근데 거기다가 보령미션을 달고 공차 중량을 늘려 놨으니 성능은 바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알페온의 베이스 모델인 뷰익 라크로스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이미 2013년 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더 웅장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디자인 리터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보다 사용하기 쉬워진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엔진 라인업에는 변화가 없으나, 그릴 셔터를 도입해 연비를 향상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저조한 판매량 탓인지 페이스리프트를 적용하지 않고 그냥 계속 생산했다.





2015년에는 3세대 라크로스가 발표되었다. 할배온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전작과 다르게 디자인이 매우 세련되게 바뀌었기 때문에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 출시된다면 전작보다 훨씬 반응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GM은 알페온을 단종하고, 그보다 한급 아래인 임팔라를 후속으로 출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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