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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에 안전망을 허하라

긱 이코노미와 미래의 노동 <토론>


이것은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미래교육원 스터디 모임에서 <긱 이코노미와 미래의 노동>에 관하여 발제한 뒤 교육, 정치적 역량, 복지와 재원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하여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교사, 프리랜서, 영화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토론하였습니다. <Cover image: Designed by Natalka_dmitrova / Freepik>
<발제문 보기>

https://brunch.co.kr/@jinggeomdari/6


긱 이코노미 노동자의 삶은 과연 자발적인 삶일까


"긱 이코노미에 관한 기사 중 이러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왜 대부분의 프리랜서가 긱 잡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이 다음과 같았다. '그것은 백만 불짜리 질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한 삶이 과연 선택일까? 강요된 삶 아닐까?"


"직장에서 근무하는 게 답답할 수도 있다. 정규직은 위에서 내려오는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그래서 긱 잡에 대한 희망사항이 로망이 된 것 아닐까."


"긱 이코노미와 변화된 인터넷 세상이 이해 가긴 하는데, 솔직히 프리랜서는 불안정 고용 상태 아닌가. 정규직이나 공무원, 교사는 신분적으로 보장이 되고, 쉽게 안 잘린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안정성이 떨어지고, 가장 약한 게 프리랜서, 긱 노동자 아닌가. 아프면 죽는 것 아닌가. 안정적 직장에서 자기와 맞는 일을 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인간의 소박한 욕망 아닌가. "


"저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인데 ) 그런 삶을 꿈꾸는 것 같진 않다."


"안정된 직장은 욕심이라 생각한다. 기술이 너무 앞서가다 보니까 어떤 직장이든 안정될 수가 없다. 항상 뜨듯한 물에 있고 싶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다."


"솔직히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교사, 공무원을 지원하는 것은 안정된 미래에 대해 뜻이 있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것 아닌가? 프리랜서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긱 이코노미라는 것이 뭔가 불안정한 노동자를 좋게 포장해 왔던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밴쿠버에서는, 사람들이 그다지 정규직을 안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한심해 보였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것이, 국가에서 복지를 다 책임진다. 교육, 의료 등. 캐나다 사람들은 16일이 되면 따박 따박 돈이 들어온다.

구태여 정규직을 가려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용 유연성은 자본주의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도 그래서 만드는 것이고."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영화 일은 전형적인 긱 노동이다. 3-4달 동안 프로젝트하고 해체되고, 또 다른 일이 들어오면 그것을 한다.

나는 나인 투 파이브로 고용되어 일하기 싫어하는 편이다. 다만 영화 일을 할 당시 보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서 그 일을 했다. 만약 부모님이 주시는 기본소득이 없었으면 긱 노동을 하던 나의 삶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긱 노동들이 2012년 넘어가면서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나는 본다.

비정규직 만드는 건 사실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사람들이 기업에 삶을 의존하고 있는 상태가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에서 잘리면 삶이 끝이 난다. 삶 자체를 온전히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해고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해고가 자살을 부른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하나는 비정규직들을 전부 정규직으로 만드는 길이고, 두 번째는 불안정한 일자리들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생존과 안전망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플랫폼이 되거나 명품이 되거나,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 것 같다.

"... 그렇지 않으면 누가 잘 되면 쫓아가는 쪽으로 몰려가는 삶이다. 치킨집 2만 7천 개 중 결국 잘 되는 곳은 손에 꼽는다. 예를 들어 구청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이 치킨집을 잘할 수 없다. 구청 네트워크에 스페셜리티가 있었는데, 관직에 있던 사람들이 편의점을 한다. 안 맞는 거다."


"안전망이 없으니까 결국 경쟁력 없는 프랜차이즈를 차리는 거다."


photo by Viktor Hanacek /Picjumbo & Freepik


일과 삶과 복지 (기본소득)


"영화일 할 때 용돈을 받았다고 하셨다. 앞서 캐나다의 사례처럼 안전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소득이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클래식하게 물어보겠다. 복지 혜택을 많이 받는 사회는 좋긴 한데, 복지만 받고 그냥 편하게 사는 건,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나. 모두가 실업자라면,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어도 이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어려움에 쳐했을 때 정말 힘들 때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게 복지지, 복지를 받는 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인 것 같다. 기본소득 주면 일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고용당해 일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망이 갖춰지면.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사회에 부담이 되거나 불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노동 안정성과 유연성을 상극처럼 대비시켜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정규직으로 35년 살아왔다. 36년 살아와도 계속 삶의 가치와 일의 가치, 노동의 가치를 찾아나갈 수 있다면 좋지만, 사실 이걸 그만두고 싶어 진다면... 다른 일을 찾을 방법이 없다.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면, 이러한 문제들을 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걸 사람이 못해줄 때가 있고, 사람 입장에서도 내 역량을 모두 쏟았는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일의 보람이나 의미를 못 찾을 때,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어 있다면, 재교육을 받고 회사를 옮겨갈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러한 것이 사람들이 (개인의 행복에도)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과 교육


"긱 이코노미에서 돈을 벌려면, 영업이란 부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영업이라는 부분을 가르치치 않는다."


"예전에는 지식의 깊이와 폭이 대학에 있었는데,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학교가 아닌 기업이 모든 정보를 리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현장에서의 기술보다 동떨어져 있다. 기술 쪽 관련한 대학에서의 수준은 매우 낮다. 애니메이션 학원에서 한 달 35만 원 내고 배운 것이 홍대 애니메이션학과 보다 더 나은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 협동조합, 생태농업, 그리고 난로 같은 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럼 대학을 못 가지 않나."


"자급자족이라도 할 수 있어야 부스러기 경제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수학교사다. 수학 교육이 실제 사회에 하나도 유용하지 않는데 학교에서의 전체 학습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많이 투자하는 지식이란 게, 국가 전체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런 낭비가 없다.

옛날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큰 수를 계산하기 위해 로그 같은 것이 생겼다. 그런데 컴퓨터가 생긴 후 근대 수학 교육은 헛공부다.  로그가 큰 수를 개발하기 위해 생긴 것이었다면 그 아이디어라도 전달했어야 했다. 계산만 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 일인당 5000만 원 투자한다. 5000원이면 계산기를 사는 데 말이다.


교육은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모두가 불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고,
오로지 그것 때문에 과도한 낭비를 하고 있다."


"사실 지금 교육 시스템이 정규직 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사실 대학을 가고 삼성을 가고 공무원이 되는 게 왜 Dream 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부모들의 꿈이 삼성이라는 데 부사장이 자살로 죽는 기업이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이라고 믿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실질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고기 잡는 방법, 고기 많은 곳을 안 가르쳐준다.

학교 교육도 롤모델을 불러서 실패사례 성공사례를 많이 접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거다. 뻔한 스타 강사나 유명 교수 대신에 망한 빵집 아저씨, 성공한 빵집 아저씨들을 불러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그런 수업이 필요하다.

독일의 마이스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미국은 세컨드 챈스를 잘 준다. 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오만 불 번다.

좋은 대학 나온 다음 고용이 안되니까 전문대 직업학교 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대학 이외의) 세컨드 챈스가 거의 없다"


"또한 청년들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는 좋은데 실패하면 회복이 안 된다. 완충제가 있으면 좋을 텐데."



세금, 복지 재원과 정치의 문제


 "세컨드 찬스, 라고 해야 하나, 새로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금, 재원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 소상공인들이 다 죽어버렸다. 아마존닷컴 같은 온라인 대기업의 주가가 80배가 되는 동안 말이다. 아마존닷컴은 수익만큼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이 그동안 세금을 내 왔는데, 그들이 이제 다 긱으로 가는 것 아닌가."


"거대 자본이 벌어들인 만큼의 세금을 안 낸다면, 이것은 정치 문제 아닌가."


"그래서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 교육인 것 같다."


"학부모 교육을 나가면, 엄마들이 많이 걱정을 한다. 아이들 일자리 문제 때문에.

그럴 때 이렇게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500명의 삽질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런데 포클레인이 500명이 할 일을 한꺼번에 해버렸다고 치자.

포클레인이 독점 자본이라면,
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지만,
포클레인이 공유자산이라면,
사람들은 시간을 얻게 되는 거다.

 

정치적 역량에 따라 사회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 관심이 없으면 다들 전부 앉아서 내 아이의 일자리 줄어드는 것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진실에 대해 무지하고 모두가 혼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해 나가는 게 미래 아이들을 책임지는 부모로서의 과제 아닌가 한다."



사회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가


"정규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회가 갈 수 있을까?"


"어렵다고 생각한다. 고용 구조가 깨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근데 민주진보 진영, 대통령 후보란 사람들 다 그렇게 얘기한다. 비정규직 철폐."


"그래서 구호는 기본소득으로 바뀌고 있다."


"구호는 그런데 현실 인식은 안 그렇다. 안정된 월급을 못 받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다. 자식 키우기에도 버겁고,

다들 비정규직 노동자 피켓 들고 있다.

 그래서 난 전통적 입장을 고수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긱의 활성화다.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이 자기 고용이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 받을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


"말씀하신 부분은 과도기 같다. 감기 걸렸을 때 열이 안 나면 못 넘어간다.

긱 이코노미는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시대의 변화다. 이 문제를 우리가 정면으로 겪지 않으면 더 뒤처질 수 있을 것 같다."



photo by Tim Gouw / Unsplash



"기업도 예전의 그 기업이 아니다. 예전엔 기업에서 교향악단을 다 꾸렸는데 지금은 지휘자 역할밖에 안 하는 셈이다. 아웃소싱 준다. 가격경쟁 때문에 계속 비용을 낮춘다. 기업은 디렉터 역할밖에 안 하는데, 예전의 교향악단을 전부 다시 꾸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현실을 말씀을 드리겠다. 저번에는 KBS 외주를 했는데, KBS 사무실에 들어가면 어떤 프로젝트는 70프로가 외부 스탭이다. 전부 임시직이다. 장비 대여업체에서도 일했었는데 엠비시, 케이비에스, 촬영팀 전부 외주다. 피디로, 촬영감독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줄어들고 있다.

10년 동안 대기업 매출이 10퍼센트 늘어나는 동안 3퍼센트 밖에 더 채용을 늘리지 않았다.

그리고 기술이 너무 빨리빨리 변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외주를 주거나 회사를 사는 수밖에 없다. 고용자의 입장이 그렇다.


이에 비해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제가 최근에 느낀 것이 있다. 여기저기서 퇴사를 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예전 노동운동 시대 때는 왜 안 그랬는지,  왜 지금 시대 아이들은 회사 일에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왜 직장보다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자와 노동자, 양쪽이 둘 다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새롭게 트라이할 수 있는 찬스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30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예전엔 정해진 룰에 순응하는 게 정석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존재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우리 때 (30년 전) 보다 풍부해진 게 아닐까.

이건 긍정적인 점이라고 본다.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거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좌절할 거다. 성공할 수가 없는 거다. 어떤 면에서 긱 이코노미는 자유가 아니라 착취다."


"어른 사회에서 만들어놨던 물질문명에 의해서 청년 세대들이 좀 더 자유로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상력이 풍부해진 이 힘을 보장할 수 있는 힘은 어른들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미래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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