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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긱 이코노미와 미래의 노동 <발제>

이것은 반년 전의 제 하루입니다.
에어비앤비에 등록해둔 저희 집 (방) 을 예약한 게스트가 머문 날입니다.
저는 아침 9시에 게스트가 먹을 조식을 만듭니다.
게스트가 10시에 나가면, 그 침구의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필요한 걸 정리해줍니다.
12시에 저는 점심을 먹고 재능 마켓 사이트에 들어갑니다.
디자인 일이 하나 떠 있군요. 저는 그렇게 외주작업을 하나 구해서 처리합니다.
5시에 저는 쏘카에서 차를 빌려 장을 보고 옵니다.
그리고 게스트를 위한 저녁 음식거리를 넣어 둡니다.
밤 10시에 게스트가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으면
뒷정리를 도와줍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게스트는 나가고, 다음에 올 게스트 예약을 받기 위해 확인을 계속합니다. 만약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라면 새벽에도 확인을 해야 합니다. 확인을 1시간 이내에 안 하면 제 평점이 떨어지거든요. 물론 확인 없이 자동 예약이 되는 옵션을 쓸 수도 있지만, 저는 여자이고, 이건 제 거주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나 받을 수 없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숙박료 3만 5천 원을 벌었고 외주작업으로 10만 원을 법니다.
쏘카에서 차를 빌려 썼기 때문에 10000원을 지출했고
조식과 저녁거리를 위한 장을 보는 데 2만 원 정도 지출합니다.
결국 숙박료는 그것 때문에 지출하는 비용 때문에 큰 의미가 없지만
장을 보면서 제 식사 거리도 함께 사는 것으로 위안을 합니다.
하루 10만 원 정도의 수익이지만, 이러한 수익이 매일 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하루 / illust by Sungmi Park

 이것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주고 크몽에서 초단기 알바를 구해 생활하는 어느 긱 이코노미 노동자의 하루입니다. [1] 이러한 삶을 1년 반 정도 지속해본 그녀는, ‘도저히 이것으로 답이 안 나온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녀에게도 집이 대체재인 겁니다. 생필품을 산다던지 하는 것을 방 한 켠을 빌려주면서 해결하는 것이죠. 회사를 다니면 복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던 부분들이 있는데, 그녀는 그런 삶을 선택한 게 아니었고, 조직이 만들어주는 안락함을 긱 이코노미라는 쿠션으로 대체한 셈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쉬고 싶은 날은 쉴 수 있고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없는 경쟁에 노출된다는 점이 불안하다고 합니다. 성공한 호스트들도 많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따로 사서 통째로 빌려줄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프리랜서 작가인 카메론 콘웨이 씨를 보겠습니다.


 나는 캔자스 대학에서 온라인 셰익스피어 강의로 한 학기에 2500달러 (약 250만 원)를 법니다. 그리고 생계유지에 충분한 금액을 확보하기 위해 플로리다 대학 작문 강의와 고등학교 논픽션 클래스를 추가로 온라인에서 열고 있습니다. 이 3개의 일거리(Gig)로 풀타입 잡과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 해에 2만 달러 (약 2000만 원)를 벌 수 있었지만, 건강보험도 없었고 다음 학기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을 제공해준 곳은 어디도 없었습니다.
 나는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어서 두 개의 일거리를 추가로 더 구합니다. 몇몇 매체에 프리랜서 작가로 기고하고 강연도 나갔습니다. 한 번에 6개 7개의 일거리로 저글링을 하면서 결국 연 3만 달러까지 버는 데 성공했습니다.



콘웨이 씨는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총 다섯 가지의 Gig 을 뛰고 있다. / illust by Sungmi Park


콘웨이 씨의 삶에서 꼬박꼬박 나가는 지출들 /illust by Sungmi Park

 

카메론 콘웨이 씨의 일은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는 어디에서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로워 보이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는 양면성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 하지만 저는 하나의 일에 최선을 다 하거나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에 다른 일거리(Gig)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모두를 위해 일했지만 누구를 위해 일하지도 않았고, 하나의 전문성을 꾸준히 키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세, 건강보험, 차 할부금, 학자금 상환, 휴대폰 요금과 생필품에 매달 지출되는 돈 때문에 저는 물 밖으로 겨우 얼굴을 내밀고 헉헉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 Cameron Konway, 'Gig ecomomy is rigged economy'[2]


콘웨이 씨는 긱 노동자의 삶을 '물 밖으로 겨우 머리를 내민 체 헥헥대고 있는 느낌' 이라고 했다. /illust by Sungmi Park


긱 이코노미, 미래의 노동


 긱 이코노미의 긱(gig)은 과거 공연이나 콘서트의 연주자들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그때그때 공연에 불려 나가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고 일당을 받는 형태의 직업이었습니다. 오늘날은 이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장기적 계약에도 의존하지 않는 일거리들과 노동 형태를 통틀어 긱(gig)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근 10년 간 전통적인 고용 형태는 정체되거나 서서히 줄어들었고, 새로운 형태의 단기직 노동 (Alternetive work) 이 10.1%에서 15.8%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3] 이는 자영업자를 제외한 긱 노동, 일용직, 임시직, 우버 드라이버를 포함한 온/ 오프의 인력업체 계약자, 독립 계약자, 파트타임직과 같은 단기직 노동 형태를 말합니다. 경제학자인 Katz와 Krueger가 조사한 이 보고서는 근 10년간 일자리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단기직 노동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프리랜서 유니온에 따르면 2014년 전체 노동인구의 34퍼센트가 위와 같은 독립 계약자와 자영업자라고 합니다. [4] 그리고 미국 회계법인 Intuit는 2020년에는 전체 노동인구의 40%는 전통적 정규직이 아닌 독립 계약자, 프리랜서, 자영업자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5]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마주하게 될 일과 노동의 형태는 이러한 긱 노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전통적 정규 고용 형태가 아니며, 지금의 청년들은 윗 세대와는 아주 다른 삶의 형태를 갖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인 그들은 지금도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법니다. 일러스트 작업이나 사진을 온라인 스탁에 올려 판매하고, 앱스토어에 앱을 팔고, 콘텐츠 농장처럼 블로그에 글을 생산하고 광고를 달아 푼돈을 법니다. 오프라인 노동에 있어 청년들은 태스크래빗, 타임맨, 크몽 같은 곳에서 초단기 알바를 구할 수 있습니다. 숨고, 이랜서, 위시켓에서는 프리랜서, 레슨 전문가, 청소 전문가들과 단기 사용자들을 연결해줍니다. 예전에는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이 음식점에 고용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안정적으로 고용되지 않은 친구들이 배민라이더와 같은 앱을 통해 여러 음식점의 음식을 배달합니다. 플랫폼을 통한 온 디맨드 방식의 노동은 도처에 존재합니다.

다음의 인포그래픽에서 현재 우리나라에 긱 노동을 중개하는 ‘온 디맨드 플랫폼’ 이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과 프레카리아트


 무엇보다 긱 이코노미가 시사하는 가장 큰 변화는 자본과 노동의 구조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경제를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가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구매하는 구조로 상상합니다. 자본(기업)은 노동자(직원)를 고용하여 생산을 합니다. 모든 노동자는 기업의 통제 아래에서 움직이고 일하고 생산하며, 대신 생계에 따른 그 모든 것을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고용이 해체되면서 이러한 전통적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본가 - 노동자 대신 플랫폼과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수많은 개인들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플랫폼 - 프레카리아트(precarius(불안정한)와 프로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세계입니다. (참고: 21세기 위험 계급 '프레카리아트')

 

 전통적인 숙박 기업이라면 전 세계에 호텔을 세우고 직원을 고용하고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든 걸 통일하고 관리하며 손님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플랫폼 기업은 호텔 하나 세우지 않습니다. 중개만 합니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고, 손님도 알아서 받습니다. 전통적인 택시 회사는 택시를 갖고 기사들의 모든 것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택시(우버)는 중개만 합니다. 이 경제에서는 기사들은 우버에 고용되지 않습니다. 우버는 인터페이스만 제공합니다. 자유로운 참가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고객과 만나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즉, 오늘날의 기업은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만 존재하는 셈입니다.

  

자본 - 노동의 구조.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 하여 생산을 한다. / graphic design by Sungmi Par
플랫폼 - 프레카리아트 의 구조. 고용되지 않은 개인들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하고, 기업은 머리만 남는다. /graphic design by Sungmi Park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거래비용의 감소입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고 거래를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직원을 한 사람 뽑기 위해 사람을 찾고 비교 검토, 선발하는 비용이 컸기 때문에 기업은 누군가를 한 번 고용하면 그 사람을 훈련시키고 키워 함께 가는 쪽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일감과 프리랜서를 매칭 해주는 사이트, 각종 구인구직 사이트는 이러한 거래비용을 감소시켰고, 많은 프로젝트를 ‘외주’ 작업을 통해 해결하게 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고용하는 것이 직원 하나를 보유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업이 사람을 ‘보유’ 하고 자산이나 물건을 ‘보유’ 하는 이유는 거래 비용이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해 줄 '고객'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업이나 회사를 통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구매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셈입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이 모든 거래 비용이 제로에 가깝게 감소한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차를 이용할 손님을 만나는 데, 그리고 자신의 자산을 거래하는 데, 자신의 집에 재워줄 손님을 만나는 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셈입니다.


긱 이코노미에는 실업급여가 없다.


 긱 이코노미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저소득층 사람들이 일을 더 쉽게 찾고, 일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플랫폼 덕분에 일자리가 창출되어 노동시장의 파이가 커진 점을 강조하는 뉴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에서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동들에 대하여 거의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고용’ 한 직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직장’ 은 건강, 연금, 정년 보장, 각종 보험을 비롯해 한 사람의 일생과 자녀 학자금까지 책임지는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는 기업이 그 직원들을 자산으로 생각하고, 생산을 함께 하는 동료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용의 형태가 바뀌면서 과거의 전통적 노동조합이 오랜 기관 싸워서 쟁취해낸 이러한 혜택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콘웨이 씨는 그 이면에 정규직의 종말, 연금과 보험의 종말, 그리고 무엇보다 근대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힘겹게 투쟁해서 얻어냈던 그 모든 혜택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제는 임금 협상도, 복지도, 안전도 보험도 없는 파편화된 개인들에겐 자신의 처우와 임금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동료도, 싸울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미국 노동조합 가입률의 감소 / 워싱턴포스트, 2015년 2월


신용 사회의 붕괴


전통적인 일자리가 보장해 주었던 것 하나는 신용입니다. 우리는 다음 달에도 내년에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 때문에 30년 주택 대출을 해서 집을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할부로 차를 살 수 있고, 각종 자산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긱 이코노미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장기적 신용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년에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집을 살 수 있는 계획, 학자금을 갚을 수 있는 계획, 육아의 계획, 그 모든 삶의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가 신용카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할부 소비를 할 수 있을까요?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의 모든 신용 대출은 정규직이나 일정한 소득을 담보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과 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은 매달 이자를 낼 수 있는 장기적 신용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장기 신용의 붕괴는 주택 시장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경제의 순환 고리뿐만 아니라 육아나 출산 등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무한 경쟁 


 재능 마켓 플랫폼에서의 디자인 외주 작업의 단가는 PPT 100장에 5만 원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태스크래빗이나 타임맨은 무한 경쟁 지역입니다. 여기서 노동의 단가는 점점 낮아지면서, 평점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일감이 몰립니다. 처음부터 유능한 기술을 가진 사람은 좋은 평점과 좋은 일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워드나 엑셀 등 기초적인 기술조차 제대로 없는 사람들은 초반에 일감으로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쉽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Y 씨와 같이 거주지의 남은 방을 빌려주고 사생활을 포기하며 호스트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청소 관리인까지 따로 두고 집을 따로 한 채 주고 통째로 빌려주며 부가수익을 벌어들이는, 슈퍼 호스트들도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의 양극화는 디지털 세계에서 더 극대화됩니다. 90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며 떼돈을 버는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있지만, 돈과 인기는 소수에게만 계속 몰리는 구조입니다. 언론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팔면서 취미를 이용해 큰돈을 버는 사람들을 종종 보도합니다.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말 뒤엔, 극소수의 스타들에게만 돈이 몰리는 슈퍼스타 경제의 본질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평점이 좋은 사람이 더 좋은 평점을 얻고, 인기를 얻은 사람이 더 많은 인기를 얻고, 돈을 벌거나 애초에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기화와 수익을 얻게 됩니다. 생계와 일자리라기보다는 마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오디션 경제’ 와도 같은 구조입니다. 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정성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디션 사회


정규직의 사회에서는 직장이 사람들을 키우고 가르쳤습니다. 사회의 일에 대한 교육이란 기업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사람이 그 기업의 자산이 되기 때문에 기업은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교육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월급 주는 이 없이 스스로 자신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료 인턴을 하거나, 공모전 스터디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취직하기 전에, 뽑히기 전에, 돈을 벌기도 전에 하나의 개성 있는 전문가로 자신을 완성시켜놓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속도와 경쟁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신기술을 도입할 때 인재를 새로 뽑아 기업 안에서 연구를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기술이 완성된 스타트업을 통째로 사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효율적이니까요.
정규직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개인들은 즉, 소규모 창업을 해서 큰 기업에 회사를 팔던지, 크라우드펀딩에 완성작을 내놓던지, 프로젝트를 해서 공모전, 해커톤에 입상하던지, 혹은 지원사업에 합격하여 자본을 끌어들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굷거나 빚을 내어 오랜 시간을 들여 일정한 콘텐츠를 내놓으면, 기업이나 기관이 완성 단계에서 그것을 사갑니다. 산업뿐 아니라 웹툰, 게입, 시나리오 같은 문화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만 고만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교육을 받고 시스템이 나를 키워 주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아무런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끝까지 키워서 기회를 만나야 하는 사회입니다.

 

개인이 스스로를 키워 '기회'를 만나야 하는 시대 / illust by Sungmi Park


 ‘일자리’는 기계의 등장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는 자본과 비용의 논리, 고용구조의 변화 때문에 이미 사라져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포드 시스템이 만들어내고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얻어냈던  ‘안정적 정규직 일자리’는 기계의 등장으로 한번 대체되고, 수많은 전문 능력이 비정규, 파트타임, 프리랜서 외주화로 해체되었습니다.


 어쩌면 긱 이코노미는 정규직과 자동화 사이에 존재하는 과도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재능 마켓에서 단발적으로 행하던 작업들 - 로고 디자인, 포스터 제작, 홈페이지 제작, SNS 관리, 카드 뉴스 제작 등은 좀 더 똑똑해진 간편한 ‘봇’이나 ‘툴’ 로 대체됩니다. 아웃소싱이 아니라 봇 소싱이 되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온 디맨드 기업이었던 택시 앱 우버는 현재 자율주행차를 시험 중에 있습니다. 이제 긱 노동은 서서히 봇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세기를 지배해왔던, '생계'를 '일'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현재 무척 불안정한 상태에 와 있습니다. 시대의 노동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었던 '고용 사회'가 끝나가는 지금, 사람들을 돈을 벌라고 시장에 떠미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Richard Fuller 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 줍니다.


 우리는 모든 이들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이다. 모든 사람이 고용되어야 하고,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발명해 왔다. 그래서 지금은 수많은 감독자와 이를 감독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과 이들을 감독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또 감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진짜 비즈니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누군가 우리에게 와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기 전에 우린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다. - Richard Buckminster Fuller


- 발제/ 윤혜정 박성미


<이어지는 토론 보기>

https://brunch.co.kr/@jinggeomdari/7





- 주 -


[1] 공동발제자인 윤혜정 님이 본인의 실제 경험을 재구성.

[2] 카메론 콘웨이의 글 '긱 이코노미는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경제' 에서 발췌

 https://medium.com/flow/the-gig-economy-is-a-rigged-economy-e4a2f8946fa

[3] 원문:  The Rise and Nature of Alternative Work Arrangements in the United States, 1994-2015/ Lawrence F.Katz & Alan Kruger

  참고:  https://brunch.co.kr/@kakao-it/16

[4] https://www.bostonglobe.com/magazine/2016/04/20/the-gig-economy-coming-you-probably-won-like/i2F6Yicao9OQVL4dbX6QGI/story.html

[5] Intuit_2020_report  http://http-download.intuit.com/http.intuit/CMO/intuit/futureofsmallbusiness/intuit_2020_report.pdf



- 이것은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디지털 시대를 공부하는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미래교육원 스터디 모임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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