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도둑맞은 집중력>. 제목부터 소위 ‘어그로’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2023년. 하필이면 매사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나를 자책하던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이 책은, 제목만으로 내게 ‘그건 네 문제가 아니고 딴 놈이 훔쳐 간 거다!’하고 나 대신 남 탓과 합리화를 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내 탓이 아니고 남 탓이라니.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원하는 것 아니었나.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트위터든 어디든 이 책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책을 사긴 샀는데, 집중력을 도둑맞아서 읽어지질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도는 걸 보니 책이 이슈인 것에 비해 완독한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는데, 그것마저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증거 같았다. 안 살 이유가 없었다.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이걸 해보라 저걸 해보라 하며 해결책 같은 잔소리나 늘어놓을 줄 알았던 이 책은 의외로 진짜 사회학 도서다. 집중력이 파괴되는 원인과 그를 개선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책의 골자는 현대인의 집중력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과 고발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집중력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윤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자의 집중력을 파괴하는 기업의 각종 시스템이 도처에 깔린 이상 개인의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책에선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방법 역시 제시하고 있긴 하다. 책에서 제안하는 개인의 노력은 다음 7가지이다.
1. 사전 약속으로 지나친 사고 전환 멈추기
: 인간은 멀티테스킹이 불가능하다. 사고가 전환될 때마다 집중력의 흐름이 끊기고, 다시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2. 산만함을 자책으로 반응하지 말고 집중을 위한 유의미한 행동을 탐색하기
3.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 줄이기
4. 1시간씩 산책하며 사색하고 공상하기
: 의식의 흐름대로 사고를 풀어두면, 지금까지 얻었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5. 8시간 수면 지키기
6.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하기
: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능력을 배우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7. 스트레스 줄이기
: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없게 되고, 이 상황에서의 딴생각은 창의력 증진이 아닌 부정적 사고 흐름으로 이어지기 쉽다.
제시된 방법들은 실제로 유의미한 방법이며, 많은 곳에서 조언하고 있는 방법과 겹치기도 한다. 그러나 쭉 읽다 보면 아무래도 반발심이 들기 마련이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산책하고, 공상하고 미리 계획하는 등 노력을 해봤자 일시적일뿐더러, 몇 가지는 내 마음대로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도 가족도 전부 내던지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 몇 날 며칠을 머무를 수 있었지만, 보통은 그런 시간을 하루도 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저자 역시 집중력을 찾기 위한 여정에 실패했음을 고백하며 개인적 노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간다.
테크 기업, 특히 소셜미디어 기업에 조회수와 사람들의 체류 시간은 곧 돈이다. 민간 기업은 극도의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므로, 그들은 사람들이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미디어에 시간과 집중을 쏟도록 모든 것을 설계한다. 도처에 광고가 깔렸고, 숏폼이니 뭐니 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줄을 잇고, 벗어나려 해도 현대인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거니와 온갖 다크패턴이 도통 사용자를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하물며 그들이 집중력과 시간을 빼앗기고 있단 자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소위 ‘디지털 디톡스’라는 개개인의 노력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이 책의 골자다. 그리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책을 읽다가, 대안을 제시하는 대목에선 영 곧이곧대로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흥미로웠던 건, 그 사회적인 해결 방안으로 주4일제와 기본 소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로서 이 두 제도에 나 역시 긍정적이긴 한데, 이것을 집중력과 연결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사회복지가 개선되면 사회 불안이 감소하고, 그만큼 현대인의 집중력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는 걸까? 그럴싸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또한, 현대인의 집중력 감퇴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이에 따라 지구 온난화 같은 전 세계적 위기 해결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는 식으로 연결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너무 생각이 도약한 것 아닌가……? 싶은데, 보면 또 맞는 말이긴 하다. 내가 지금 내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데, 세계니 지구니 하는 큰 문제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다만, 모든 문제를 ‘집중력’에 무리하게 연결 짓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도 준다.
특히나 불편했던 것은 SNS에 대한 시각이다. 7장에서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사용자를 자신의 플랫폼에 더 오래 잡아두기 위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무한히 제공하고 있으며, 보수파와 극우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의 이러한 행동 역학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명실상부 SNS 중독자인 내가 보기에도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부정 편향’ 덕에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너무나 쉽게 퍼지고, 이미 퍼진 것을 다시 주워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여 대통령이 되었고, 소셜미디어에선 연일 보수화되는 젊은 층을 생성하며 그들의 다시 트럼프의 재선을 이끌었다. 그래도 트위터엔 (특히 우리나라에선) 제법 진보 성향의 사용자들이 많은데, 선거철만 되면 기이할 정도로 보수 정권을 지지하는 계정이 순식간에 불어나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니 거의 소셜미디어를 바보상자처럼 대하는 저자의 시각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게는 소셜 미디어 속의 관계를 기업과 보수의 술수에 너무 쉽게 흔들리는 수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불편하다. 이는 역시 내가 명실상부 SNS 중독자, 특히 트위터 중독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인터넷에서 사귄 관계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이란 말을 사람들은 쉽게 하지만, 이미 인터넷과 SNS가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는 현대 사회에선 그 말이 반드시 들어맞진 않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들과의 관계가 반드시 무의미하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SNS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이해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도 반드시 기피 대상으로만 봐야 하는가 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또한 감시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그 대안으로 SNS의 유료 구독화나 공기업화를 주장하는 것엔 모순이 있다. 그것은 운영자, 즉 국가나 기업이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일 때에만 긍정적이며, 대체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신뢰하지 못하는 운영자, 그리고 유료 구독화가 어떤 식으로 SNS를 망치는지는 일론 머스크가 장악하기 시작한 트위터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운영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보수 정권들이 커뮤니티를 어떤 식으로 장악해 여론을 조성하고 대중을 보수화하는지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유료 구독화를 통해 기업이 광고 외의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SNS가 사람들의 집중력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들지 않을 거란 식으로 주장을 전개하지만, 실제로 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돈을 내게 하기 위해선 비용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하며, 혜택으로 사용자 간의 차등을 두게 되면 거시서부터 정보의 격차가 발생한다. 기업은 무료 사용자의 혜택을 점점 줄이고, 유료 구독자의 수가 늘어나면 구독 서비스의 비용을 늘린다. 사용자는 더 비싼 값을 치르거나, 극심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외엔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다. 또한, 유료 구독으로 SNS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만들면 SNS의 이용자가 줄어들고, 결국 SNS는 소셜 미디어라는 본래의 기능 자체를 잃는다.
이 주장의 오류는 아무래도 자본주의에 대한 지나치게 순진한 믿음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자본주의 맹신자들은 기업이 순수하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며, 일정 수준의 이윤을 얻게 되면 그것을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환원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욕심은 끝이 없다. 그 돈 많다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직원을 전부 해고하고 돈을 벌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만 보아도 그렇다. 낙수효과는 자본주의론자들의 이상론, 혹은 현실도피다.
하여간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도 대안을 제시하거나 결론을 내려는 대목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책이다. 밑줄을 긋다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긴 메모를 남겼다가. 하면서 읽다 보면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니, 어쨌든 분명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고, 꽤 ‘시의성 있는’ 책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집중력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기업의 문제임을 지적한다는 점에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침,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 (Brain rot)’을 선정했다고 하니, 2024년을 넘어 2025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점에도 상당히 시의성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시 결론에는 크게 수긍할 수가 없어서… 한 번 읽은 정도로 만족하는 책이다. 현대인의 집중력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는지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다양한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