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에 영문 CV를 폭풍 업데이트하여 구직사이트에 올리고 출근한 월요일. 팀 주간회의를 하는 도중 한 헤드헌터로부터 문자가 왔다.
'A 서치펌 000 상무입니다. 이력서 보고 연락드리는데, 혹시 통화 괜찮으신가요?'
이 순간, 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이력서를 올린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벌써 피드백이.. 당장은 전화를 하기 곤란한 상황이었기에 '회의 중이어서 회의 후에 연락드리겠다'라고 답했고 회의를 끝나고 전화를 걸었다. 헤드헌터가 추천해준 기업은 맥주기업 A. 이전에 광고회사 다닐 시절 그 회사의 BTL을 담당했었기 때문에 꽤나 친숙한 브랜드고,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 들을 하면서 되게 young 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해당 회사에서는 3~5년의 경력을 가진 ABM(Assistant Brand Manager) 급 사람을 뽑고 있었고, 여러 루트로 알아본 결과 해당 포지션은 2달 정도 공석이었던 자리였다.. 같은 날 오전 다른 B 서치펌에서 추천해준 기업은 글로벌 식품회사 BM 포지션이었지만,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해서 내 생각에는 무리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헤드헌터는 '그래도 해보자'라는 의견이었다.
두 회사의 JD(Job Description)를 받아보았고, 모두 마케팅 관련 자리였기 때문에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틀 후, 맥주회사를 제안해주었던 헤드헌터가 다른 맥주회사 B의 마케팅 포지션을 제안하였고, 같은 업계이기 때문에 confidential 하게 진행해줄 것을 나에게 당부하였다. 새로 제안해준 맥주 브랜드는 서울에 Pub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 워낙 위트 있고, 재미있는 컨셉이어서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브랜드였기에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에 주류(위스키)회사, 음료회사, 스타트업 식품회사, 글로벌 식품회사, 식품 MD, 프랜차이즈업체, 심지어 담배회사와 IT기업 마케팅 포지션까지도 헤드헌터를 통해 제안이 왔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 포지션, 업계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하였다.
맥주회사 두 군데와 글로벌 식품회사를 진행했던 포지션에 지원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10일 정도 지나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을 했다. 글로벌 식품회사 헤드헌터는 '지금 휴가철 (지원했을 당시 8월이었다)이기 때문에 피드백이 늦어지는 것 같다'라는 답을 주었고, 맥주회사의 헤드헌터는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맥주회사 A는 새로운 브랜드 런칭을 경험한 인원을 찾고 있고, 맥주회사 B는 내부 인원으로 충원하기로 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맥주회사 B는 워낙 가고 싶었던 기업이기 때문에 솔직히 좀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다른 펫케어 기업의 마케팅 포지션도 제안해준 헤드헌터에게 CV를 넘겨준 상태였기에 그래도 '또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헤드헌터 C가 등장을 하는데.. 이 헤드헌터가 펫케어의 다른 포지션 (연차가 조금 낮은)을 제안하는데 '해당 회사의 다른 포지션을 진행 중이다'라고 했더니 '진곤 님 연차로는 조금 힘들 텐데요?'라고 약간 비꼬는 말투로 얘기하는 게 아닌가.. 순간 기분이 좀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려고요'라고 좋게 좋게 마무리했다.
이후 펫케어 BM 포지션 1차 인터뷰 날, 날 기분 나쁘게 했던 헤드헌터 C에게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