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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gonboy Oct 27. 2018

와이프를 처음 만나고 연애 하기까지

나의 브런치는 30살의 평범한 남자, 직장인, 가장, 남편, 아들로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득 퇴사를 하고 3일이 지난 지금, 와이프는 처가로 논문을 쓰러 가 잠시 집을 비운 지금, 내가 꾸린 가정의 시작점을 얘기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5년 전 지금쯤 만났다. 아니 정확히 9월에 처음 만났으니 만 5년 하고 1년이 지났다. 그 당시 나는 광고회사에 취직한 지 2개월 된 신입 AE였고, 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던 지금의 와이프도 한 의류회사에 취직한 지 3개월 정도 된 신입 MD였다. 카투사로 용산에서 군 복무할 때, 소개팅을 줄기차게 해주던 나름 친한 초등학교 동창이 있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또 소개팅을 해주던 정말 좋은 친구였다. 심지어 5월에 한국 돌아오자마자 그 친구 덕분에 한 여자와 연애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2개월 만에 헤어지기도 했더랬다. (참고로 와이프는 이 이야기는 모른다) 그녀와 헤어지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그 동창으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진곤아, 나 지금 하는 아이스하키 팀에 아는 여자애 친구 중에 괜찮은 애 있는데 소개받아 볼래?"


나는 소개팅이라면 거절한 적이 없다. 연애도 몇 번 해보지도 못했고, 얼굴도, 살아온 환경, 목소리도 모르는 이와의 만남이 나름 설레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모르는 이와의 설레는 만남을 해보기로 했다. 그녀의 연락처를 받은 후, 모든 이들이 하는 소개팅의 루틴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OO으로부터 소개받은 OOO이라고 합니다. OOO 씨 맞으신가요?"


그렇게 그녀와 그 주 토요일에 가로수길에서 저녁 식사시간에 보기로 해서 당연히 식사를 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대뜸


"아 제가 그날 결혼식 후에 가는 거라 배가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밥을 먹을지 커피를 마실지는 그날에 정할까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순간 나도 저녁을 먹고 가야하나.. 아니면 밥과 커피를 겸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하나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나름 먹으러 다니기 좋아했던 나이기에 그 근처 갈 곳이야 많으니 우선 만나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소개팅 당일. 나는 헤어샵에 들러 머리를 자르고 소개팅 장소로 이동하려 했다. 그래서 카톡으로


"저는 1시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은데, 같이 식사를 할까요? 아니면 간단하게 커피를 드시겠어요?"라고 물으니


"간단히 저녁 드시죠~" 라더라.


그래서 가로수길의 한 카페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서로의 인상착의를 말해주고 그녀를 만났다. 


나는 아직도 그 당시를 잊지 못한다. 힐을 신으니 나보다 키는 컸고, (나는 평균 남자들보다 작고 와이프는 평균 여자들보다 키가 크다) 갈색 원피스에 벨트. 외모는 신세경을 닮아서 너무나도 이뻤다. 우리는 많은 소개팅 남녀가 하듯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던 그녀가 샐러드, 리조또, 파스타까지.. 세 가지 디쉬를 시키자고 하더라.. 그래서 '키 큰 사람들은 많이 먹는가 보다' 했다. 심지어 '나도 그렇게 먹으면 키가 더 컸을 텐데..'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우리는 까르보나라, 시저 샐러드, 먹물 리조또를 시켰는데 먹물 리조또를 시킨 것도 참 의외였다. 보통 여자들은 첫 만남에서 새까만 치아를 보이고 싶지 않아 먹물 리조또는 시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여자 털털한 면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세 가지 디쉬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후 그녀는 커피를 사겠다며 본인이 잘 아는 카페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처음 가는 카페였는데, 실내는 매우 어두웠고, 각 테이블마다 캔들이 켜져 있었던 카페였다. 그곳에서 그 캔들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더 예뻐 보여 내 마음은 더욱더 설레기 시작했다. 내부가 어두우니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신세경인지 소개녀인지 오버랩되어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와 유쾌한 저녁을 마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자는 기약을 하며 헤어졌다.


그녀와의 다음 만남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둘 다 기독교 집안인지라 일요일이었던 다음날에는 각자 교회를 다녀오고, 둘 다 자취를 하는지라 저녁을 먹을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저녁은 뭐 먹을 거예요?' 등등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먼저 '그럼 둘 다 저녁 먹을 것 같은데 같이 저녁 먹을래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제 와서 와이프에게 나에게 호감 있어서 그렇게 물어본 거냐 했더니 본인은 진짜로 같이 저녁 먹을 사람이 없고 혼자 먹기 싫어서였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용산에서 버스를 타고 와이프의 집 근처로 이동해서 한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우리가 연애로 발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리적 요건도 있었던 것 같다. 와이프의 회사가 내가 살던 자취방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기에 만날 수 있던 '꺼리'가 많았다. 그녀의 퇴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5분간 얘기하다 그녀를 떠나보낸 적도 있었고, 같이 저녁을 먹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소개팅을 한 지 8일째 되는 날. 같이 저녁을 먹고 그녀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나는 너가 참 맘에 드는데.. 우리 같이 만나보지 않을래?' 라며 물었고, 그녀는 '그래' 라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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