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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Jan 01. 2021

브런치에 무언가를 쓴다는 것

브런치에 첫 글을 업로드 한 날이 2020년 9월 26일이니 이제 100일 정도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글을 쓰고 올리면서 누구보다도 내가 소중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점점 잘 알게 되고 주변의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 사람들과의 사소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 무심함을 걷어내고 나니 그곳이 기름진 옥토였음을 깨달아가고 있다. 나에게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나를 좀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에 대해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알게 될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간다. 


소중한 시간이 모래알처럼 허공에 흩어지는 일들을 조금씩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이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읽게 되었다. 세상 어떤 책도 허접스러운 것이 없다. 읽고 느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 글들은 모두 빛나는 가치를 담고 있었다. 스트리밍 상품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책들을 다운로드하여 읽을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책에 대한 경직된 접근을 벗어나고 있다. 내가 읽고 싶은 부분, 관심이 가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던지니 자유로운 읽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스스로 내가 쓰는 글을 잡문으로 정의하고 나니 글을 쓰는 마음도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무게감을 덜어낸 자리에는 편안함과 아울러 '따뜻함'에 초점을 맞추니 오히려 아늑하고 편안하다. 일상적인 글을 쓰는 그 내용과 형식 모두를 즐기게 되었다. 나의 능력과 상관없이 써야 할 주제가 점점 늘어난다. 나의 장점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글로 옮기다 보니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자기 검열을 하면서 써놓은 글들은 다시 보면 창피했다. 그러다 보니 그 기록들은 한 권 두권 해서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기억조차 없다. 대학교 때 습작시와 일기를 썼는데 비로소 자유롭게 자기 검열에서 한두 칸 떨어져서 글을 쓰게 되었다. 자기검열은 영원히 해결해야할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습작시 200편을 어느 날 옥상으로 들고 올라가 불태워버렸다. 시인이 될 것이 아니니 굳이 이걸 가지고 있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한 장씩 태울 때는 쾌감마저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그 습작시가 생각이 났다. 시로 문학상을 타고 평론으로 등단했던 친구가 내 글에 대해 열정이 있다고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아 그 열정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150여 페이지는 지금도 파일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썼던 일기 5년 치는 애플 아이디와 패스워드 분실하는 바람에 허공에 흩어졌다. 며칠 동안은 후유증이 남아 공허함을 느꼈는데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단지 하나다. 다시 쓰면 되지 뭐. 그리고 내가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글모음들이 있다. 1999년부터 꿈 일기를 쓰고 있는데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4권의 노트에 빼곡히 적어놓았는데 저 글들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살았던 시기의 일들과 내가 밤에 꾸었던 꿈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언젠가는 살펴보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에는 나를 둘러싼 생활 동네와 일동네 그리고 지방과 도심의 음식 자산을 탐색하는 것과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낀 점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소재는 다르지만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비교하지 않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나와 타인에 대한 비교, 타인과 타인에 대한 비교, 음식점과 음식점의 비교, 대학과 대학의 비교....


비교를 어떻게 하면 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 계속 생각해야 할 소재다.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그걸 비교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각자의 특질을 잘 살려 각자의 길을 가되, 그 가는 길 위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삶의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0일간의 기간은 그런 생각을 써볼 수 있는 좋은 장이 되었다.


얘기하고 싶은 또 하나의 주제는 '가치'다. 아직은 그 가치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가치의 세계를 향한 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명확하게 들리지도 않지만 어떤 사물이나 일이나 사람에게 흐르는 소중한 무엇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 삶의 가장 큰 화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상 속에서 비교하지 않고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에는 잘 살펴보지 않았던 것들도 조금 진지하게 접근하는 자세의 전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시간이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나 혁신을 멈추는 순간 퇴보한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더더욱 읽고 쓰는 일을 명상처럼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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