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국수 인생 도넛 인생 커피

- 경기 수원 정자시장

by 새로나무

나와 다른 생활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

유튜브 촬영을 위해 다양한 지역의 헬스장을 가는 아들을 주말에 태워주는건 작은 일상이 되었다. 스승과 함께 수원에 있는 헬스장에서 두 시간 운동도 하고 촬영도 하는 동안 근처 시장을 탐방하자고 하자 아내는 흔쾌히 동의하며 길을 나섰다. 외곽순환이 아니라 수도권 순환도로로 이름을 잘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서울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은 자속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간은 따뜻한 날씨와 미세먼지로 자욱한 공기는 상호 배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가 보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집안에 콕 틀어박혀 있던가 아니면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차라리 걸으면서 일상의 냄새를 맡던가.


설렘 가득한 시장

정해진 장소에 아들을 내리기까지 약간의 실랑이를 했다. 분명 체육관 명칭을 주소로 찍었고 아들은 그게 아니고 주소로 찍었다고. 약간은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금방 그 감정이 내려갔다. 이 동네 시장에서 장 볼 생각을 하니 그게 사소하게 느껴졌다. 아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시장을 향했다. 시장은 설렘 가득한 공간이다. 무슨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딱히 뭘 어떻게 해야겠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사소하고 지루한 일상에 타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일상이 파고들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늦은 오후 느긋한 점심

처음 들렀던 시장은 풀이 죽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네이버 포탈이 제공하는 화면은 역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직접 가봐야 시장이 가진 매력을 안다. 그렇게 한 곳을 들렀다가 다시 이동해서 정자시장으로 향했다. 우아하고 멋진 덮개는 없지만 시장 전체에 활력이 몸으로 느껴진다. 상호에서 풍기는 인 상답게 해풍에 말린 치자물들인 국수는 노란 빛깔로 묘하게 사람을 자극한다. 인생 국수라!! 하하 인생 국수라!! 하하 인생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가볍게 여겨질 수 있어서 좋았다.


멸칫국물안에는 남해에서 뛰어놀던 멸치들의 내장과 살들이 국물에 온몸을 던져버린 에너지가 은은하게 배어있었다. 국물은 내 몸에 옅게 옅게 스며든다. 간은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온전히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다리 국수는 달고 매콤한 맛으로 입안을 자극한다. 토요일 오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면서 치자물들인 국수를 후루룩 말아먹는다. 묵은지 김밥은 이 국수들의 양념으로 곁들인다. 처음 간 음식점에서 모든 메뉴를 먹을 수는 없다. 세 가지 메뉴 속에서 음식점의 그동안의 내공과 앞으로의 확장성을 살펴본다.



꽈배기와 아메리카노의 조합

꽈배기의 노릇한 빛깔에 대해 묻자 기름이 깨끗해서 그렇다는 대답을 받았다. 당장 먹고 싶은 유혹을 참고,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이천오백 원에서 육백 원 할인된 가격의 아메리카노는 오후 전체를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남았다. 아늑하고 따뜻하고 고소했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기대하지 않은 맛을 만났을 때의 희열을 만끽한다. 여기에 꽈배기의 달콤하면서도 바삭한 맛은 원래 이 둘이 하나였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나이가 들면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음식에 대한 욕심이다. 어릴 적 생각만 하고 나의 소화 역량을 과대평가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그다지 후회는 들지 않았다.

생동감 넘치는 시장에서 나를 만난다

봄기운 가득한 시장 통속에서 설날 간단한 상차림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짙은색 매생이, 싱싱한 굴, 차례상에 오를 동태살과 굴비와 문어, 국거리와 산적용 한우, 몸값이 한껏 오른 대파와 버섯과 계란 등등. 사람들 손을 통해 옮겨온 물건들을 산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것들이 애초에 있었던 땅과 바다의 기운을 놓치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 와 준 사람들의 손길을 생각한다. 사람들의 설렘이 넘치는 시장통에서 나는 우리 안에 살아있는 나를 새롭게 만난다. 미세한 먼지들 틈으로 봄기운이 밀려옴을 느낀다. 아 이 싱그런 느낌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나른한 오후의 행복한 시간을 헬스장에서 땀 흘리는 우리 아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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