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평 깡시장
오늘은 아들이 부평을 가야 한다고 해서 길을 나선다. 여전히 미세먼지가 가득한 공기는 답답하다. 세 시간 뒤에 만나기로 하고 시장을 검색한다. 부개 종합시장은 자그마한 규모여서 다시 검색해보니 부평 깡 시장이라고 나온다. 깡은 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부평 종합시장에 이미지를 넣은 브랜드로 보이는데 특이하다. 좀처럼 쓰기 어려운 단어다. 더 이상 호기심을 확대하지 않는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길을 나선다. 제주 무와 제주 브로콜리를 비롯해 싱싱한 채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일요일 오전이어서 물건을 올려놓는 사람들의 솜씨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쌓은 깊은 내공이 손길에 묻어나서 물건에 대한 신뢰로 연결된다. 한평생 살면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육류와 어류를 지나 갈래길이 등장한다. 꽤 규모가 큰 시장이다. 정신없이 구경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아내와 같이 누비고 다닌다. 왜 시장에 오면 설레는 걸까?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칼국수집을 눈으로 점찍고 앞으로 직진한다.
정월대보름에 먹을 콩과 곡식을 산다. 한 봉지에 5백 원씩 각종 곡식을 묶어놓은 정성에 탄복하며 그 멋진 아이디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만원 어치를 샀다. 그리고 나물들을 역시 만 원어치 샀다. 벌써 가방이 묵직하다. 아주 약간 출출한 걸음을 멈추고 어묵을 하나씩 골라 먹었다. 그리고 오늘의 득템! 장떡이다. 장떡은 찹쌀가루에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반죽하여 기름 두른 번철에 지져낸 음식으로 뜨거울 때보다 식어서 쫀득쫀득할 때 제 맛이 나며 옛날에는 먼 길을 떠날 때 비상식량으로 요긴하게 이용하였다고 한다. 김치와 고추장 간이 아주 연하게 배어있으면서 그 얇게 부쳐내는 솜씨만큼이나 부드러운 감칠맛을 느꼈다. 한 장에 천 원! 내가 먹은 장떡 중에 단연 최고다.
그리고 앞서 봐 두었던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주문했다. 아차 낙장불입이지. 바로 옆에 칼제비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수제비는 비 오는 날 먹어야 한다. 앞서 인천 용현시장에서는 비가 오는 날씨를 무시하고 칼국수와 잔치국수를 먹었는데 오늘도 약간의 오타를 내고 말았다. 칼국수와 수제비는 국물이 진했다. 삼천오백 원과 들어간 재료와 국물을 저울질한다. 가격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가치가 있다. 칼국수 면발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얇게 떠 넣은 수제비도 너무 맛있었지만 칼국수의 윤기 나는 면발과 불규칙한 반죽이 선사하는 자연미를 따라올 수 없다. 칼국수가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생면을 강력한 불에 끌어 내놓을 때 면은 제빛을 발한다. 아주 멋진 모습을 연신 기웃거렸다. 곱빼기를 시켰으면 미안할 뻔했을 정도로 넉넉한 양에 호박과 김 등 재료를 아낌없이 써버리는 인심을 먹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두세 번 잘 먹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시장을 탐방한다.
최근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는 돼지 목살과 찰옥수수를 세 군데에서 샀다. 50년 된 호떡 두 개에 천 원이라는 팻말 옆의 옥수수, 앞서 장떡을 먹었던 곳 바로 뒤에서 옥수수, 나머지 하나는 땅콩을 파는 아주머니 옆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는 아저씨에게서 한 봉 해서 모두 6자루의 옥수수를 샀다. 그리고 지나칠 수 없는 곳, 왕 꽈배기와 팥 크로켓, 씨앗호떡을 샀다. 이제 할 일을 다한 것 같다. 정월대보름에 먹을 땅콩과 방울토마토, 바나나와 대파를 사는 것으로 장보기를 마무리하고 근처 카페를 향한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사람들의 대화 소리 나 길거리의 자동차 소리, 기타 소음들이 신경이 쓰였으나 지금은 자장가처럼 들린다. 봄기운이 열려있는 카페 문으로 슬며시 들어와 졸음을 재촉한다. 아 이 기분 좋은 봄날의 졸림과 한가함과 여유로움과 평화 가득한 시간들!!!